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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양회가 최근 폐열발전 설비 구축 등을 위해 추진하던 유상증자를 연기했다. 당초 공시를 통해 폐열발전 투자 의사를 밝혔던 계획은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쌍용양회의 1대주주인 사모펀드 한앤컴퍼니는 지분구조 강화 차원에서 2대주주 태평양시멘트의 지분 32.4%를 4548억8000만원에 전부 매입하기로 했다.기존 46.8%에서 79.2%로 지분율이 늘어나면서 확고한 최대주주가 됐다. 지분 매입 금액은 한앤코유한10호회사 사원 출자금과 일부 차입금으로 마련된다.
이에 따라 폐열발전설비 구축 등에 쓰일 예정이던 399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가 연기됐다.
'폐열발전'이란 시멘트 생산 시 발생하는 고온의 열(1450℃)중 남은 열(300~450℃)를 전기에너지로 전환시키는 설비다. 이를 통해 발생한 전기에너지는 시멘트 공장 전기의 평균 30% 정도를 수급하게 된다.
전 세계적으로 이산화탄소 배출 등 온실가스 문제가 확산됨에 따라 대응책 마련에 분주한 상황이다. 특히 화석연료가 온실가스의 주범으로 인식되면서 시멘트 시장에도 친환경 발전이 중요해졌다.
현재 국내 시멘트업계에서는 한일, 성신, 동양, 라파즈한라, 아세아시멘트 등 5개사가 '폐열발전'을 구축한 상태다. 업체마다 상이하지만 매년 30억 내외의 비용절감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쌍용양회는 지속해서 폐열발전에 대해 인식하고 있었으나, 설비 구축에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는 만큼 쉽사리 결정하지 못했다.
이 가운데 최근 한앤컴퍼니를 새로운 주인으로 맞아 폐열발전을 구축하겠다고 공시했다. 그러나 한앤컴퍼니의 태평양시멘트 지분 매입으로 폐열발전 구축 계획이 발표된지 2개월여 만에 미뤄졌다.
일각에서는 이번 유상증자가 연기된 점과 쌍용양회의 막대한 차입금 규모 등을 감안할 때 폐열발전 구축을 위한 투자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실제 쌍용양회는 7600억원 규모의 차입금으로 인해 연 이자만 400억~500억원에 달하고 있다. 여기에 아직 구체적인 계획안이 발표되지 않았으나, 한앤컴퍼니의 태평양시멘트 지분 매입에 따른 차입금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매각설이 나도는 현대시멘트를 제외하면 지금까지 국내 상위 7개 시멘트 업체 중 폐열발전을 갖추지 못한 곳은 쌍용양회가 유일하다"며 "쌍용양회의 폐열발전설비 구축은 이미 경쟁사 대비 늦은 상황에서 재차 계획이 연기된 것은 아쉬울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대주주의 지분 인수와 유상증자 등의 자금부담은 배당정책의 변경 등으로 언제든지 회사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쌍용양회 측은 공시대로 올 하반기 폐열발전 구축 투자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쌍용양회 관계자는 "이사회 결정을 통해 유상증자 연기를 결정하게 된 것"이라며 "정확한 일정은 확답할 수 없으나, 올해 하반기에 예정대로 유상증자 및 폐열발전설비 구축을 위한 투자가 진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쌍용양회는 지난 4월 29일 동해공장 폐열발전설비 설치에 1143억원을 투자하겠다고 공시했다. 투자기간은 지난달 1일부터 2019년 1월31일까지였으며, 주요 설비는 발전기(44MW ×1기), 보일러(11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