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에 막혀 낯선 제도 홍보수단은 오로지 홈페이지 뿐"투자자 보호위해 만든 연 500만원 한도도 너무 과도"지적
  • 올초 증권업계에 도입된 증권형 크라우드펀딩 제도가 정착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증권사와 펀딩에 참여한 기업들의 아쉬움이 커지고 있다.

     

    활발한 홍보를 통해 투자유치를 진행해야 하는데 규제에 막혀 투자자에게 제도를 알릴 수 있는 방법 자체가 막혔기 때문이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IBK투자증권을 비롯해 유진투자증권, KTB투자증권 등이 크라우드펀딩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들 증권사는 홈페이지 등을 통해 전용 플랫폼을 구축하고 투자 대상기업을 발굴하고, 일반인을 대상으로 투자를 모집하고 있다.


    반면 제도시행 반년이 지난 지금 크라우드펀딩 제도는 여전히 투자자는 물론 업계에서도 관심이 높지 않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실제 사업에 참여한 증권사들의 전용 홈페이지만 들어가보더라도 부진한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키움증권이 유치한 모바일게임 버프스톤은 목표금액은 3억원인 반면 마감기간까지 412만5000원을 모으는데 그쳤다. 목표액 대비 1.4%에 불과한 수준이다.


    12번째 사업자로 선정돼 최근 크라우드펀딩 서비스를 시작한 KTB투자증권은 티스틱을 제조하고 판매하는 테레모에 대한 펀딩을 진행 중인데 목표금액 2억4999만원 중 20일 현재까지 투자금액은 60만원(투자자 2명)에 불과하다.


    아직 마감이 50여일 남았지만 기대만큼의 초반 성적은 아니다.


    그나마 유진투자증권이 진행 중인 더원씨앤씨코리아 신주발행에는 목표금액 6000만원에 마감시한을 하루 남긴 20일까지 5000만원의 투자금이 모여 83.33%를 채웠다.


    이처럼 중소형 증권사들의 새로운 먹거리 발굴과 벤처기업의 생태계 활성화에 대한 의지를 갖고 야심차게 크라우드펀딩 제도를 출범시켰지만 의도와 달리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이유로는 홍보부족이 꼽힌다.


    불특정 다수의 투자자들을 활발히 유치해야 하는데 잠재적 투자자들에게 이를 알릴 방법이 마땅히 없는 상황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중개역할을 하는 증권사는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서만 홍보를 해야 하며, 보도자료 등 외부에 홈페이지 화면 등을 첨부해 발송할 수 없다.


    고객 점유율이 낮아 홈페이지 방문 자체가 뜸한 중소형 증권사의 경우는 투자자 유치에 애를 먹을 수 밖에 없다.


    크라우드펀딩 사업을 진행 중인 한 증권사 관계자는 "제도 자체가 생소한 상황에서 크라우드펀딩에 대한 개념은 물론 참여기업에 대한 홍보를 진행할 수 없어 좋은 제도 의미가 퇴색할 가능성이 크다"며 "개봉을 앞둔 영화의 경우 입소문을 통한 홍보효과가 반영돼 그나마 청약률이 높다는 점을 보면 크라우드펀딩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의 필요성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일 중소기업 창조경제확산위원회는 전체회의를 통해 크라우드펀딩에 대해 인지부족, 우수기업의 참여유치 어려움, 적극적인 엔젤투자 참여 애로, 투자회수 시장 미흡 등 문제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발제를 맡은 고용기 오픈트레이드 대표는 크라우드펀딩제도 활성화를 위해 광고 및 홍보 등 규제를 개선하고, 투자·발행 한도 확대해야 한다는 내용을 중심으로한 과제를 제안했다.


    증권업계는 홍보수단 단절 외에도 1인당 투자금액을 1년 최대 500만원으로 제한하는 등의 규제도 제도 활성화를 막고 있다고 지적한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제도가 투자자 보호에 우선적으로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한 기업당 최대 200만원, 연간 한도 500만원에 대한 규제는 투자매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이를 상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