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2019년 3월까지 재검증하기로업계 "정책 혼선으로 조합원 등 반발 우려"
  • ▲ 국토교통부가 내력벽 철거 허용을 위한 주택법 시행령 개정 여부를 2년여 지난 뒤 다시 결정하겠다고 밝히면서 수직증축 리모델링을 추진하던 단지들이 위기에 처했다. 사진은 수직증축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 중인 경기 성남시 소재 한 단지. ⓒ뉴데일리경제 DB
    ▲ 국토교통부가 내력벽 철거 허용을 위한 주택법 시행령 개정 여부를 2년여 지난 뒤 다시 결정하겠다고 밝히면서 수직증축 리모델링을 추진하던 단지들이 위기에 처했다. 사진은 수직증축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 중인 경기 성남시 소재 한 단지. ⓒ뉴데일리경제 DB

    국토교통부가 수직증축 리모델링시 반드시 필요한 내력벽 철거 허용을 2년 반 이상 유예시켰다. 내력벽을 허물어도 되는 기준을 만들겠다고 밝힌지 7개월여 만에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입장을 바꾼 것이다.

    내력벽은 건물하중을 견디거나 분산하도록 만든 벽이다. 그동안 리모델링 추진단지들은 리모델링시 효율적인 평면구성을 위해서는 내력벽을 철거하고 두 가구를 합쳐야 한다며 관련 법 개정을 요구해 왔다.

    이에 내력벽 철거를 가정했던 수직증축 리모델링 추진단지들의 사업이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정부가 관련 논의를 3년 뒤로 미뤄둔 터라 리모델링 사업을 지속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전날 국토부는 내력벽 철거 허용을 위한 주택법 시행령 개정여부를 세밀하게 검토한 뒤 다시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국토부는 작년 9월 관련 연구용역을 시작한 뒤 지난 1월 '2016년 업무계획'에서 안전에 문제가 없는 범위 내에서 내력벽 철거를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5월에는 TF에서 내력벽 철거로 인해 하중을 더 많이 받는 기준 이하 'NG(No Good) 말뚝' 비율이 전체 말뚝의 10%(일부의 경우 최대 20%)를 넘지 않는 선에서 허용범위를 정하는 것으로 협의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날 국토부는 내력벽 철거를 보류하기로 결정하고 시행령에서 제외시켰다. 아파트 무게를 지탱하는 척추와 같은 내력벽을 일부라도 철거했을 때 만에 하나 발생할 수 있는 안전사고를 우려한 조치다.

    국토부 관계자는 "단 4개 단지만 갖고 시뮬레이션한 결과를 일반화시켜도 될 지에 대해 고민이 있었다"며 "수직증축으로 3개층을 올리면 하중이 그만큼 더 실리는데, 막상 무게를 버틸 말뚝이 사라지는 것에 대한 실증 분석이 더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첫 시뮬레이션은 △서울 강남구 개포동 대청 △경기 성남시 분당구 현대 △분당구 매화마을 1단지 △분당구 느티마을 4단지 등의 15층 일부 가구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국토부는 국가연구개발사업인 '저비용·고효율 노후 공동주택 수직증축 리모델링 기술개발 및 실증' 세부과제에 내력벽 철거 안전진단도 추가해 2019년 3월까지 살펴보기로 했다. 이후 수직증축시 내력벽 철거를 허용할 지 여부도 다시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국토부의 이 같은 결정에 따라 수직증축 리모델링을 추진하던 단지들은 비상이 걸렸다. 사업이 한 두 달만 지연되더라도 손실이 수백억원대에 이르는 만큼 사업을 아예 접어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진짜 리모델링이 가능하려면 내력벽 철거가 필수조건이다. 이 같은 조치는 수직증축 리모델링 사업에 찬물을 끼얹은 셈"이라며 "리모델링을 중단하는 단지들이 속출하는 등 향후 1~2년간 타격은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일각에서는 재건축으로 선회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지만, 리모델링보다 장기 사업이라는 점과 용적률 기준 등으로 사업성이 떨어지는 만큼 굳이 재건축으로 선회하진 않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한 리모델링 추진 단지 조합원은 "국토부가 허용해준다고 해서 그 기준에 따라 건축심의를 준비해 온 것으로 알고 있다"며 "사업을 추진하면서 여섯 차례에 걸쳐 안전성 검토를 하게 돼 있을 뿐만 아니라 가구간 내력벽 철거를 통해 안전하게 리모델링한 사례들도 있다"고 강조했다.

    국토부가 올해 초 성급하게 내력벽 철거 허용을 발표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안전성 우려는 그동안 꾸준히 제기됐던 이슈인데도 내력벽 일부 철거 허용을 발표해놓고서 뒤늦게 검증되지 않았다고 한 발 물러섰기 때문이다.

    리모델링협회 관계자는 "안전성을 검증하고 신중하고 고려하는 것은 당연한 결정"이라면서도 "하지만 국토부의 정책 혼선으로 인해 조합원들로서는 기존 계획을 포기하거나 2019년까지 기다려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올 초 총선을 염두에 둔 '민원처리용' 정책이 아니냐는 지적을 스스로 인정하는 꼴이 돼 버렸다"며 "조합이나 리모델링 이해관계자들의 거센 반발이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