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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해운의 법정관리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한진해운은 물론 한진그룹, 국내 해운 및 전후방산업의 도미노 붕괴가 우려되고 있다. 채권단이 한진해운에 제시한 추가 자구안 제출 데드라인을 하루 앞두고 있지만, 조양호 회장이 더 이상 꺼낼 수 있는 카드가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오는 25일까지 제출해야 할 한진해운 추가 자구안에 채권단이 만족스러워할 만한 내용이 포함될 가능성이 희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양호 회장의 사재출연은 물론 한진그룹의 계열사 지원이 이미 한계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한진그룹은 한진해운 인수 이후 1조원 가량을 쏟아 부었다. 자율협약 이후에도 (주)한진 등 계열사가 자산 인수 방식을 통해 한진해운에 자금을 수혈했지만 더 이상은 역부족이라는 판단이다.
대한항공과 한진칼의 주가가 연일 하락하는 것도 계열사 지원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반영된 탓이다. 자칫 배임 혐의를 받을 수도 있어 조양호 회장 입장에서는 사면초가에 놓여 있다.
결국 한진해운의 추가 자구안이 기존 입장과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란 게 한진그룹 내부 분위기다.
채권단인 산업은행은 한진해운에 자금을 지원할 수 없다며 조양호 회장을 벼랑 끝으로 몰아세우고 있다. 만족할 만한 자구안을 제출하지 않으면 법정관리를 선택할 수 밖에 없다며 엄포를 놓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양측의 이같은 팽팽한 줄다리기가 한진해운뿐 아니라 한진그룹, 국내 해운산업 및 전후방산업에 엄청난 피해를 안길 수 있다는 점이다.
당장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화주가 운송계약을 해지할 가능성이 높다. 리스크가 큰 해운사에 물량을 맡기기에 불안해서다. 선박 압류와 용선계약 해지 등도 이어지게 된다. 급유할 여력도 없어지고 터미널 및 육상 수송 작업도 중단될 수 밖에 없다.
신뢰도 하락으로 채권 회수에도 시간이 오래 소요되고, 운영자금도 부족해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특히 해운동맹에서 퇴출돼 공동운항을 못하게 된다. 법정관리에 들어간 해운사를 같은 해운동맹에 포함시킬 회원사는 없기 마련이다. 결국 한진해운은 고립돼 망하게 되는 것이다.
한진그룹 입장에서도 계열사 하나가 순식간에 공중 분해되는 것이다.
한진해운의 퇴출은 해운 및 전후방산업에도 영향을 준다. 조선은 물론 항만 등 연관산업 및 하청업체들이 줄줄이 문을 닫게 될 가능성이 높다. 해운동맹에서 퇴출됐기 때문에 해외 해운사 선박이 국내에 기항할 이유가 없어져서다.
한국선주협회에 따르면 부산항의 경우 해외 해운사들이 들어오지 않을 경우 813만 TEU의 물동량이 감소해 158억2000만 달러(약 18조2000억원)의 매출이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5400여명의 해운 및 항만업계 근로자들이 일자리를 잃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조선업계도 대규모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지만, 한진해운의 몰락으로 국내 발주처가 줄어들게 된다. 조선업의 메카인 경상남도 지역의 경우 조선업 1차 구조조정으로 실업률이 전년 대비 1.2% 오른 3.7%를 기록했다. 여기에 해운업까지 가세하면 실업률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부산항에서의 한진해운 물동량 비중이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부산항을 이용하는 선사 중 한진해운의 비중은 9.3%였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에는 8.8%로 떨어졌다. 2015년에는 9.5%로 가장 비중이 높았지만, 점차 비중이 줄고 있는 것이다.
한진해운의 몰락이 가시화되면서 그만큼 경쟁사들이 시장을 빼앗아가고 있다는 얘기다. 세계 1위 선사인 머스크와 2위인 MSC의 해운동맹 '2M' 비중이 2013년 12.1%에서 올해는 17.9%로 높아졌다.
업계에서는 서로 팽팽하게 대치하고 있는 한진그룹과 산업은행이 절충안을 찾아 한진해운의 법정관리를 막아야 한다고 성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