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미국- 독일 활약 정상급 성악가들 캐스팅
  • [조선오페라단 최승우 단장 & 주역 소프라노 김지현 인터뷰]


'대한민국 오페라 대상'을 받은 창작오페라 '선비'가 미국 뉴욕 카네기홀 무대에 오른다. 

조선오페라단(단장 최승우)은 9월 25일 뉴욕 맨해튼에 위치한 2,800석 규모의 카네기홀 대극장인 아이작스턴 홀에서 ‘선비’를 공연한다. 

우리나라 오페라 역사 70년 사상 카네기홀에서 오페라를 공연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오케스트라로는 조윤상이 지휘하는 유니온시티필하모닉오케스트라(예술감독 김자혜)가 협연한다. 연출은 최고의 영상 연출가로 꼽히는 윤태식, 의상감독은 한국을 대표하는 의상전문가 중 한 명인 박지현이 맡았다. 

'선비'는 지난해 2월 대한민국창작오페라페스티벌에서 초연된 작품이다. 페스티벌 평가회의에서 심사위원 전원 일치로 최고점을 받아 최우수 작품으로 선정됐다. 사랑이나 영웅이야기가 아닌, 선비정신의 뿌리인 유학과 성리학을 도입한 안향선생 등 의로운 선비들의 노력과 사랑을 그린게 특징이다. 

출연진은 미국과 독일, 한국에서 활동하는 정상급 성악가들로 짜여졌다. 한국오페라단연합회장을 역임한 메조소프라노 김학남이 무대에 오른다. 테너의 경우 김유중(독일) 김충구(미국) 한사명(미국) 이우진(한국)이 출연한다. 바리톤은 임성규 조형식(한국) 김기섭(미국) 베이스 정도진(한국)이, 소프라노는 김지현 상명대 교수와 장지은(미국) 김현주(한국) 등이 열창할 예정이다.

▣ 최승우 조선오페라단장 ‘카네기홀에서 한복 입고, 우리 가락 연주’

  • 이번 오페라를 추진하는 최승우 조선오페라단장은 “우리나라 오페라 사상 해외공연은 종종 있었지만, 세계에서 손꼽히는 무대인 카네기홀의 문이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공연의 의미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처음에 쉽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은 했었는데 실제 추진해보니 ‘산 넘어 산’이었다”며 “깨알 같은 영어가 적힌 수백 페이지의 서류를 채워야 했고, 간단한 것도 모두 계약을 맺어야 했다. 지금도 할 일이 산적해 있다”고 말했다.

    ▷해외 공연으로 뉴욕 카네기홀을 택한 이유는.

    - 뉴욕은 세계 문화의 중심이다. 세계가 한국 오페라를 주목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의 창작 오페라를 뉴욕에서 올린다는 것은 의미가 크다. 국내에만 머물러선 창작 오페라가 발전할 수 없다. 누군가 시작해야 앞으로 제2, 제3의 도전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 이번 선비 오페라의 특징은.

    - 기존 오페라에서 많이 다뤘던 막장드라마식 사랑이나 단순한 역사 이야기, 영웅전과 같은 뻔한 스토리에서 탈피했다. 선비정신의 뿌리인 유학과 성리학을 우리나라로 처음 도입한 안향선생과 나라 백성의 어지러워진 마음을 아름답게 가꾸기 위해 소수서원을 건립하려는 의로운 선비들의 노력, 반대 세력과의 갈등과 화해 그리고 선비들의 사랑을 그린다.

    ▷ 어떻게 우리 음악을 담아낼 것인지, 또 어떻게 연출할 것인지.

    - 정통 오페라 음악에 고유한 우리가락인 중중모리와 자진모리로 하이라이트를 살린 음악적 조화로 한국 창작 오페라의 새로운 차원을 선보이려고 한다.  
    우리나라 성악가들의 탁월한 노래실력과 오케스트라의 웅장한 사운드, 한국 전통의상의 아름다움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무대를 만들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우리 고유의 가락과 한복, 성악가의 특별한 노래의 매력을 선사함과 동시에 한국인들에게는 우리 고유의 선비정신에 대한 자긍심과 깊은 감동을 느낄 수 있도록 하겠다.

    ▷ 글로벌 무대에서 창작 오페라 ‘선비’는 어떤 의미를 갖는지. 

    - 선비 정신은 한국이 세계에 내놓을 수 있는 대표적인 정신문화 유산이다. 고려 말 혼탁한 세상을 어진 마음으로 바로잡자고 생겨난 것이고, 조선왕조를 오백여 년 간 유지시킨 주축이었다. 정신문화가 퇴조하고 있는 오늘날 한국은 물론 세계적으로 꼭 필요한 정신이 바로 선비정신이다.
    배우들은 한복을 입고 무대에 오른다. 우리의 가락과 전통 의상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보여줄 것이다. 오페라 ‘선비’로 미국과 아시아 순회 공연도 생각하고 있다.

    ▣ 소프라노 김지현 “한국의 문화 수준 알리는 계기”

  • 오페라 ‘선비’의 여주인공 유교선 역으로 카네기홀에 서게 된 소프라노 김지현(상명대 성악과 교수)은 “뉴욕의 카네기홀은 세계적인 예술인들이 연주하고 싶어하는 글로벌 톱 무대라고 할 수 있다”며 “조선오페라단의 이번 창작오페라 공연은 그동안 서양에서 들여온 오페라를 우리가 새롭게 만들어 역수출하게 된 사례라는 점에서 한국의 70년 역사에 획을 긋는 사건”이라고 말했다.

    상명대 성악과를 졸업하고 미국 애리조나주립대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김지현은 지난 2007년 미국 성악교수협회 콩쿠르에서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1위에 입상했다. 미국 오페라 평론가들로부터 ‘아시아를 대표하는 소프라노’로 평가 받고 있다.

    ▷ 오페라 주역으로서 ‘선비’ 공연의 의미를 어떻게 평가하는지.

    - 카네기홀은 아무리 돈을 많이 준다 해도 공연 질이 낮으면 절대 대관을 해주지 않는 곳이다. 최승우 조선오페라단장의 실력과 인맥, 헌신적인 노력이 뒷받침됐기에 무대가 가능하게 됐다고 들었다. 세계 최고의 극장이자 꿈이기도 한 곳에 서게 돼 가슴이 설렌다. 

    창작오페라 ‘선비’는 고려 말 최초로 성리학을 들여온 대학자 회헌 안향선생 이야기를 중심으로, 소수서원을 건립하려는 선비들과 반대세력의 갈등·화해를 그리는 오페라다. 미국에 한국의 정신을 알리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미국에 알려진 한국의 문화는 최근의 ‘K팝’ 정도다. 이번 오페라를 통해 수백년 전 안빈낙도의 선비정신을 전달하는 등 한국의 문화적 뿌리를 음악으로 전달하게 될 것이다. 

    ▷ 관객들이 한국의 선비정신에 대해 낯설어할 수도 있겠는데.

    - 선비정신은 물질보다 정신을 추구하는 정신이다. 오늘날 물질만능주의로 가득한 각박한 세상에 ‘안빈낙도’(安貧樂道·가난에 구애받지 않고 도를 즐김)의 선비정신은 신선한 충격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에 이런 사상의 뿌리가 있다는 것은 널리 알릴만한 소재다. 미국인들 뿐만 아니라 한국 교포 2세, 3세들에게도 큰 감동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 

    ▷ 성악가로서 우리 음악풍의 오페라를 연주하는게 어렵지 않을지. 

    - 우리나라 성악가들은 서양음악을 공부하고 연주하지만 몸에 우리음악이 배어있다. 우리음악은 삶이 음악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가락만 나오면 중중모리, 자진모리 가락에 맞춰 몸이 움직여지고, 흥겨운 노래가 나온다. 2014년 한국 오페라 최초로 이탈리아 토레델라고 무대에서 ‘춘향전’ 오페라로 참여한 적 있었는데(춘향역) 현지 관객들로부터 큰 찬사를 받은 적 있다. 우리 음악으로 만든 오페라가 뜨거운 찬사를 받을 것으로 믿는다.  

    ▷ 올 가을 시즌 연주 계획은?

    - 크고 작은 공연들이 예정돼 있다. 선비 공연에 앞서 9월 19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바리톤 김동규 독창회에 출연할 예정이다. 또 롯데콘서트홀에서 이탈리아 라 스칼라 극장 무대에 한국인 최초로 선 테너 이정원, 유럽 콩쿠르를 휩쓴 최정상급 바리톤 박경준과 함께 하는 무대도 준비 중이다. 내년 초에는 한국 가곡을 중심으로 한 첫 앨범 ‘다시 태어나도 당신을’을 발매할 예정이다. 최근 세계에서 한국 성악가들이 큰 무대를 휩쓸고 있는데, 정작 한국에서는 성악 애호층이 줄어들어 안타깝게 느껴진다. 성악에 대한 많은 관심과 사랑을 기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