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는 물론 협력업체·하청업체 등 줄도산 위기매출손실 650억 넘어, 여신한도 축소 등 자금상황 악화
  • ▲ 갑을오토텍 관리직이 공권력투입을 촉구하는 시위를 하는 모습.ⓒ갑을오토텍
    ▲ 갑을오토텍 관리직이 공권력투입을 촉구하는 시위를 하는 모습.ⓒ갑을오토텍

     
    자동차 공조부품을 생산하는 갑을오토텍이 노조의 장기간 파업으로 존립 위기에 처했다. 지난 7월 8일 이후 80일째 이어지는 파업으로 매출손실액이 650억원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갑을오토텍뿐 아니라 협력업체와 하청업체까지 줄도산 위기에 처했다는 점이다. 정부의 공권력이 하루빨리 투입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26일 갑을오토텍에 따르면 회사 노조는 지난 7월 8일 불법 공장점거에 들어갔다. 사태가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회사측에서도 직장 폐쇄 조치를 단행했다. 관리직만으로라도 생산 설비를 돌리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노조는 공장 진입을 하려는 관리직들에게 폭력을 행사하며 생산 재개를 저지하고 있다.

    회사는 두 달간 불법 공장점거를 통한 파업으로 고객사에 인도할 물량을 공급하지 못하게 되면서 창립 이래 최악의 위기상황에 직면했다. 매출손실액이 650억원을 넘었고, 만기어음과 금융권의 대출금 상환 요구 등으로 자금상황도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노조의 장기간 불법 파업으로 다음 달 중 상환해야 할 만기도래 어음이 정상적인 결제를 못할 것으로 예상돼 기일 연장에 대한 협의를 진행해야 하는 실정"이라며 "최근 우리은행과 농협, 수출입은행으로부터 여신한도를 축소하겠다는 통보를 받은 상태"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회사를 살릴 수 있게 공장의 생산시설 일부라도 가동할 수 있게 해달라는 사측 직원들과 이를 반대하는 노조 측이 첨예하게 대치 중인 상황이다. 이달 말 만기가 도래하는 어음 결제 금액의 일부에 대한 지급 기일 연장에 대해서는 거래처와 겨우 합의했지만, 나머지 금융권 여신의 만기연장에 대해서는 기존 이자율의 2배 이상에 이르는 이자를 부담해야 한다. 
    갑을오토텍 관계자는 "노조의 불법 파업만 없었다면 지급하지 않아도 될 금융비용이 추가로 발생하지 않았을텐데, 악순환을 겪고 있다"며 "결국 만기 연장으로 발생되는 제반 추가 비용도 회사에서 부담하게 돼 자금상황은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여파는 협력업체에도 확산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7월 각종 건설장비 및 산업차량 생산 차질로 인해 막대한 매출손실이 발생하고 있어 건설장비 구매고객에 대한 신뢰도 하락과 250여개 협력회사의 생존 자체가 위협받는 상황이다.

    지난달 말에 대동공업과 국제종합기계도 9월에도 공급이 지연될 시에는 생산에 치명적인 문제를 야기한다며 거래관계를 재고 할 수 밖에 없는 심각한 상황임을 인지해 달라는 협조 요청 공문을 보냈다. 

    국내 기업의 라인정지 시 클레임 배상청구를 시작으로 해외 거래처인 다임러, 미쓰비시후소, 타타 및 기타 중동거래선의 공급 중단으로 인한 페널티 부과가 지난달 말부터 현실화 되고 있다. 이에 따라 갑을오토텍은 기업회생을 위한 골든타임은 이미 지났고, 마지막 남은 생존의 미미한 촛불마저도 조만간 꺼지고 말 것이라는 절망감에 휩싸여 있다. 

    그 동안 현안사태의 조속한 해결을 촉구해왔던 미쓰비시후소도 코트라에 강력히 항의하는 내용의 서한을 보내고, 회사측에도 지난 2일까지 누계 7억5000만엔(약 75억원)을 페널티로 부과한다고 통보했다.

     

  • ▲ 갑을오토텍 관리직이 공권력투입을 촉구하는 가두시위를 하는 모습.ⓒ갑을오토텍
    ▲ 갑을오토텍 관리직이 공권력투입을 촉구하는 가두시위를 하는 모습.ⓒ갑을오토텍

     

    ◇ 이제 남은건 공권력 투입뿐

    이에 따라 하루 빨리 공권력을 투입해 노조의 불법 공장 점거 농성을 풀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2007년 대법원 내린 판례에 따르면 직장또는사업장시설을전면적, 배타적으로 점거해 조합원 이외의 자의 출입을 저지하거나 사용자 측의 관리지배를 배제해 업무의 중단 또는 혼란을 야기하는 것과 같은 행위는 정당성의 한계를 벗어난 것으로 판단 불법 점거로 본다고 판시했다.

    즉, 직장점거는 사용자 측의 점유를 배제하지 않고 조업도 방해 하지 않는 부분적·병존적 점거일 경우에 한해 쟁의권의 행사방법으로서 정당성을 가진다고 판단하고 있다.

    임동채 변호사는 지난 8일 바른사회시민회의장에서 "파업의 실체는 근로자들이 근로계약상 부담하는 근로제공을 집단적으로 거부하 는 데 있으며, 그 수단과 방법은 소극적으로 사용자에게 그들의 노동력을 제공하지 않는 것"이라며 "직장점거는 원칙적으로 쟁의행위권의 행사범위를 이탈해 사용자 영업의 자유 및 기업시설에 대한 권리를 침해하는 위법한 행위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현행법상 공장 점거를 막기 위한 공권력 투입은 어려운 실정이다. 노동법을 살펴보면 우리나라 현실에서 법률위반 행위를 노조지도부나 조합원들에 대하여 형사적 책임으 로 형벌을 부과하거나, 공권력 투입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거나 투입자체가 어렵다.

    노사문제는 노사 양 당사자가 자체적으로 합의해서 해결하는 게 바람직하므로 공권력은 개입하지 않고 중립을 지키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하고 개입 자체를 주저하기 때문이다. 갑을오토텍 노조는 이 점을 악용하고 있다게 업계의 지적이다.

    임 변호사는 "불법적인 직장점거로 인해 기업의 생산마저 방해되는 상황이 지속되는데도 공권력이 개입하지 않고 방치하는 것은 공권력이 중립을 지키는 게 아니라 오히려 노조 측의 편을 드는 결과에 이를 수 있다"라며 "따라서 공권력의 중립성은 불법을 방치한다고 달성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법에 따라 공정하고 신속하게 법을 집행함으로 써 더 이상 불법행위가 확대되는 것을 막고 부당한 손해를 방지해야 달성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즉, 검찰 등은 불법적인 직장점거가 발생하면 신속하게 공권력을 투입해서 불법행위가 더 이상 확대되지 않도록 해야한다는 얘기다.

    ◇귀족 노조, 무리한 요구 굽히지 않아

    이번 사태의 발단은 지난해 사측이 복수노조를 설립하면서 비롯됐다. 당시 52명으로 구성된 갑을오노텍기업노동조합(제2노조) 설립 과정에 회사측이 개입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갈등이 증폭됐다.

    노조 측은 제2노조(기업노조) 관련자 전원 퇴사, 경비 외주화 추진 철회 등을 요구하며 공장을 점거하고 있다. 사측에서는 당시 경영진의 행위에 대해서는 '잘못'이라고 인정하고 있지만, 현재 노조가 요구하고 있는 인사 등 경영권과 관련된 무리한 요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노조가 주장하는 임금 인상 요구도 문제다. 노조는 2015년도분 기본급 월 15만9900원과 2016년분 기본급 15만2050원 인상 등을 요구하고 있다. 사측은 2년 연속 적자를 내고 있는 상황에서 노조의 요구 사항은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사측은 노조의 이같은 요구를 수용할 경우 매년 25억의 적자를 추가로 짊어지게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타사 대비 최고의 연봉과 복지를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회사가 경영난에 처해 있는 상황에서도 무리한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갑을오토텍 생산직 평균 연봉은 지난해 말 기준 8400만원이다. 경쟁사는 총 매출액 대비 인건비 비중이 6~9%에 불과한데 반해 갑을오토텍은 최근 몇 년간 19~22%에 달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갑을오토텍 노조의 불법 공장 점거로 부도직전까지 몰려 670명 임직원의 생계 터전을 잃을수 도 있는 상황에 이르렀음에도 불구하고 노조의 불법 행위를 방관하며 기존 회사의 일자리도 못 지켜주고 있으면서 고용 창출을 강조하는 정부가 야속하기만 하다"며 "그나마 부도위험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신속한 공권력 투입으로 최소한의 물량이라도 생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