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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업계가 은행 지점과 연계한 복합점포 개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리테일 부문을 포기할 수도 없지만 단독 지점(점포)을 운영하기에는 수익성이 떨어지는 증권사 입장에서는 은행권과 연계를 통해 거대한 상품 판매 창구를 손쉽게 확보할 수 있어 당분간 복합점포 탄생은 지속될 전망이다.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신한금융투자와 신한은행의 자산관리 협업모델인 '신한PWM'의 성공에 자극을 받은 증권사들이 잇따라 은행권과 짝짓기에 나서고 있다.
2011년 신한PWM을 통해 복합점포에 발을 들인 신한금융그룹은 총 44개의 복합점포를 운영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연간 600억원의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신한PWM은 지주 내 핵심 계열사인 신한금융투자와 신한은행의 시너지 극대화로 업계 내에서 복합점포의 성공사례로 꼽힌다.
은행과 증권 윈-윈 효과라는 분석도 나오지만 그 중에서도 1등 은행인 신한은행의 후광을 업은 신한금융투자가 조금 더 많은 혜택을 보고 있다는 평가가 더 우세하다.
신한금융투자 역시 이를 부인하지 않는다.
신한은행과의 협업을 통해 효과적으로 수익을 창출, 1위 금융지주사의 핵심 계열사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는 점에 대한 만족감과 자부심을 드러내고 있다.
이같은 신한PWM의 성공사례는 곧바로 경쟁사 KB금융의 자극제가 됐다.
현대증권 역시 신한은행과 은행권 1위 경쟁을 진행 중인 KB국민은행의 고객들을 대거 모셔오겠다는 각오가 남다르다.
신한PWM이 그동안 점포 수를 가장 빨리 늘려오며 안정화를 추진하고 있다면, 올해만을 기준으로 할 경우 현대증권과 KB금융이 복합점포 개점에 가장 적극적이다.
현대증권은 지난 26일 KB국민은행과 은행·증권 복합점포인 '대전 프라이빗뱅킹(PB)센터'를 열었다.
지난달 29일 광주에 첫번째 은행·증권 복합점포인 상무 WM센터를 개점한지 1달여 만에 4개의 현대증권-KB국민은행 복합점포가 개점한 것이며 앞으로도 복합점포를 전국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특히 대전PB센터는 은행·증권·보험·카드가 모두 한 건물에 자리잡고 있다.
수년간 비은행권 강화에 역점을 두고 계열사간 시너지 확대를 추진하겠다는 목표로 LIG손해보험과 현대증권을 잇따라 인수한 KB금융의 의지가 대전PB센터에 고스란히 반영돼 있다.
올 상반기 기준 총 96개 지점, WMC, 브랜치 가운데 수도권(서울 31개, 경기 19개)에 50개가 몰려있는 현대증권 입장에서도 전국에 고루 영업망을 갖춘 KB국민은행과의 연계영업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다.
신한금융투자를 적극적으로 벤치마킹하는 하나금융투자 역시 은행과의 협업을 강화해 본격적인 리테일 강화에 나서고 있다.
전국에 66개 지점과 14개 영업소를 둔 하나금융투자가 919개 지점을 운영 중인 KEB하나은행의 영업망과 시너지 효과를 통해 이진국 사장이 강조하는 리테일 강화를 더욱 효율적으로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이처럼 증권사들이 은행권과 복합점포 개점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은 저금리로 투자상품 저변이 확대되고 있는 반면 디지털화로 내점고객이 감소해 단일 점포만으로는 경쟁력이 떨어지고, 지점 운영에 따른 비용 대비 수익성도 급격히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 자산관리의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계열사의 영업채널을 단일화 시키는 것이 고객과 금융사 모두에게 유리하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결국 복합점포가 국내 금융업계의 대표 영업채널이 되는 한편 지주 내 계열 증권사들이 그만큼 힘을 받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은행, 보험, 카드 등을 거느리고 있는 대형 지주사 계열 증권사의 영업환경이 개선되는 반면 산업계열 증권사나 증권업만을 주력으로 영위하는 회사의 영업환경은 갈수록 나빠질 가능성이 높다"며 "삼성증권이 우리은행과 협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고, 한국투자증권이 우리은행 인수와 인터넷 전문은행 진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도 생존전략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