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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공학' 전환을 검토하겠다고 강조한 이원복 덕성여자대학교 총장의 계획이 현재까지 뚜렷한 진척이 없어 사실상 물 건너 간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덕성여대 홈페이지에 게재된 이원복 총장의 인사말은 취임 초기 '남녀공학'에 대한 부분이 담겼지만 최근 확인 결과 해당 내용은 모두 삭제됐다.
11일 대학가에 따르면 전국 4년제 대학 중 남학생 입학이 불가한 곳은 △광주여대 △덕성여대 △동덕여대 △서울여대 △성신여대 △숙명여대 △이화여대 등 7개교다.
특수대학원 등 일부 석·박사과정의 경우 대부분 여대가 남성 입학을 허용하고 있지만, 이들 학교 학부는 여성만이 학적부에 이름을 올릴 수 있다.
이 가운데 덕성여대는 지난해 3월 이원복 총장이 취임하면서 '남녀공학' 전환을 강조함에 따라 체제 전환이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됐다.
1970~1990년대 여대였던 수도여자사범대, 한성여대, 성심여대, 효성여대 등은 개편 또는 타 대학과 통합으로 남녀공학으로 전환했다. 상명여대는 1996년 남학생 입학을 허용하면서 교명을 상명대로 변경했고 이후 4년제 여대 중 남녀공학으로 전환한 곳은 없었다.
시대 변화에 따라 대학 경쟁력 확보 등을 위해 남성에게도 문호를 개방한 것이다. -
지난해 초 이원복 총장은 덕성여대 홈페이지에 남긴 인사말에서 "성을 뛰어넘은 경쟁이 불가피한 현실을 직시해 남녀공학으로의 변화를 덕성 구성원과 충분한 논의와 의견 수렴으로 신중하게 검토하고자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후 덕성여대의 남녀공학 여부에 관심이 모아졌지만 현재까지 조용한 상태를 유지 중이다. 오히려 취임 당시 인사말과 달리 현재 관련 글은 일부 문구만 수정됐을 뿐, '남녀공학'에 대한 내용은 아예 삭제된 것으로 확인됐다.
A대학 관계자는 "덕성여대가 남녀공학 전환을 검토한다고 했지만 구성원 반발 등으로 진척이 없는 거 같다"고 체제 전환의 어려움을 전망하기도 했다.
앞서 몇몇 여대는 남학생 입학에 대한 논란이 됐다. 지난해 숙명여대는 여성에 한정된 일반대학원 입학 자격을 남성으로 넓히려하자 구성원 등의 반발이 심화됐고 전문대인 배화여대도 법인에서 남학생 입학을 추진하면서 배화여고 총동문회 등의 반대에 부딪혔다.
상명대의 경우 남녀공학 전환까지 3년여간 공을 들인 바 있다. 동문 등의 의견을 수렴하면서 남학생 입학을 허용하는데 심혈을 기울인 것이다.
취임 후 1년7개월이 지났지만 이원복 총장의 임기는 2019년 2월까지로 약 2년이 남은 상태다. 남은 임기 중 남녀공학 여부가 확정될 수 있지만 덕성여대 측은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이고 있다.
덕성여대 관계자는 "총장 인사말은 업데이트를 하면서 수정한 것이다. 남녀공학 여부는 학교법인과 논의해야 하는 사항이라서, 학교에서는 일방적으로 할 수 없다. (이원복 총장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검토할 것이라고 한 사안이라서 꼭 한다고 하신 적은 없어 더 지켜봐야 할 거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