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최대 산란계 농가 위치 전북서 의심신고… 달걀 수급 악화 우려고속도로 주변 옥천 농가서도 간이검사 양성… 경북 김천 '코앞' 비상
  • ▲ AI 발생 동향.ⓒ연합뉴스
    ▲ AI 발생 동향.ⓒ연합뉴스

    역대 최악의 조류 인플루엔자(AI) 확산으로 닭·오리 2400만 마리를 도살 처분한 가운데 방역당국이 AI 발생 전망에 대해 오리무중이라고 답했다.

    다만 의심 신고 현장의 간이검사 양성 판정 동향을 보면 진정 기미보다는 추가 확산을 우려하는 경고음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최대 산란계(알 낳는 닭) 농가가 있는 전북 김제와 경북지역으로 들어가는 충북 옥천의 고속도로 주변 농가에서 간이검사 결과 양성이 나왔다.

    23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전날까지 고병원성 AI 의심 신고가 100건을 넘어섰다. H5N6형 확진 93건, 검사 중 12건 등 105건으로 집계됐다. 지금까지 접수된 의심 신고가 모두 확진됐던 점을 고려하면 피해는 더 커질 전망이다.

    22일까지 발생은 8개 시·도, 30개 시·군으로 늘었다. 경기가 12곳으로 가장 많고 충북·전남 각 5곳, 전북 4곳, 충남 2곳 등이다.

    241농가에서 양성 판정이 나왔고 33농가에서 검사가 진행 중이다. 411농가에서 2087만4000마리를 도살·매몰 처분했고 68농가에서 332만9000마리를 도살 처분할 예정이다. 총 피해 규모가 2420만 마리를 넘는다. 지난달 16일 농가에서 처음 의심 신고가 들어온 이후 37일 동안 하루 평균 65만 마리를 도살 처분한 셈이다.

    산란계 농가는 직격탄을 맞았다. 산란계는 전체 사육 규모 대비 5마리 중 1마리, 번식용 닭인 산란씨닭은 10마리 중 4마리가 각각 도살 처분됐다.

    문제는 전망이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김경규 농식품부 식품산업정책실장은 22일 백브리핑에서 "고병원성 AI 발생 첫날부터 (의심 신고 현장의) 간이키트검사 양성판정을 살피고 있다"며 "아직 (AI 발생 전망에 대한) 방향성을 갖고 있지 않다. 불안하다"고 밝혔다.

    농식품부 AI 역학조사위원회가 이날 AI 확산과 관련해 허술한 방역망과 방역 현장의 안이한 대처 등 총체적 부실을 지적한 가운데 앞으로 추가 피해 발생으로 AI 사태가 장기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농식품부가 언급한 의심농가 간이검사 동향도 전망을 어둡게 한다. 농식품부 설명으로는 간이검사 양성판정은 지난 13일 4건에서 20일 10건, 21일 7건이 나왔다. 들쑥날쑥하지만 여드레 만에 2배쯤 늘었다.

    설상가상 21일 간이검사 양성 사례 중에는 특이한 경우가 발견돼 방역당국이 긴장하고 있다.

    이미 AI가 발생한 전북 김제시 용지면에서 AI 의심 신고가 추가로 들어왔고, 해당 농가의 방역시설이 좋지 않아 주변으로의 확산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김 실장은 "(해당 농가가) 위험하다고 보고 사전 점검도 했던 곳인데 (간이검사에서) 양성이 나와 도살 처분에 들어갔다"며 "해당 농가의 방역시설이 좋지 못해 인근 지역에서 AI가 상당히 나올 수 있지 않나 싶다"고 부연했다.

    전북도와 김제시는 해당 농가 산란계 500여 마리를 비롯해 방역대 3㎞ 이내의 66농가 닭 143만 마리를 도살 처분할 예정이다.

    용지면은 전국 최대의 산란계 농가가 위치한 곳으로 알려졌다. 이곳에서 AI가 확산할 경우 가뜩이나 불안한 달걀 수급 불균형이 장기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충북 옥천군의 산란계 농가에서 간이검사 결과 양성이 나온 것도 방역당국의 고민거리로 떠올랐다. 의심 신고 농가가 고속도로 주변에 있어서다.

    김 실장은 "산란닭 10만 마리를 키우는 해당 농가가 경부고속도로 주변에 있다"며 "옥천과 영동을 지나면 김천이 나오기 때문에 경북지역으로 AI가 확산하지 않게 차단 방역에 더 신경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