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5만원 이하 선물세트는 증가… 농촌경제연구원 조사
  • ▲ 청탁금지법.ⓒ연합뉴스
    ▲ 청탁금지법.ⓒ연합뉴스

    일명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하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소비 위축이 심화해 농·축산물 설 선물세트 판매가 직격탄을 맞은 것으로 조사됐다.

    명절을 앞두고 4주간 한우 2286억원, 과일 1074억원, 꽃은 최대 438억원쯤 생산액이 줄어든 것으로 추정됐다.

    수입이 늘고 선물 가액기준인 5만원 이하 선물세트 판매도 는 것으로 나타났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2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을 통해 조사한 '청탁금지법 시행에 따른 농·축산업과 외식업 파급영향' 분석 자료를 내놓았다.

    연구원은 지난해 12월31일부터 올해 1월27일까지 4주간 백화점 3곳과 대형할인점 3곳, 농협하나로유통을 통해 설 농·축산물 선물세트 판매실적과 동향을 조사했다.

    조사자료에 따르면 청탁금지법이 시행된 지난해 4분기 경제지표가 하락하거나 증가 폭이 둔화했다.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년 대비 2.3% 감소했다. 농림어업 GDP는 2015년 같은 기간보다 4.8% 감소했다.

    소비심리도 10월 이후 위축돼 올해 1월 소비자심리지수는 93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7%나 내려갔다.

    총소득(GDP) 중 소비지출 비중을 나타내는 소비성향도 2015년 4분기 63.06%에서 지난해 4분기 62.85%로 하락했다.

    연구원은 전반적인 경제성장 둔화와 청탁금지법 시행에 따른 영향을 구분하고자 이번 조사대상을 설 선물세트로 제한했다고 부연했다.

    조사결과를 보면 설 농·축·수산식품 선물세트의 경우 판매액이 지난해 5356억원보다 14.4% 줄어든 4585억원으로 집계됐다.

    국산 농·축산물 선물세트 판매액은 지난해 1674억원에서 올해 1242억원으로 25.8% 감소했다. 2015년 1466억원보다도 적은 수준이다.

    품목별로는 쇠고기와 과일 판매액이 각각 지난해보다 24.4%와 31.0% 줄어 타격이 컸다. 쇠고기의 경우 판매액이 2015년 745억원에서 지난해 824억원으로 늘었다가 올해 623억원으로 떨어졌다.

    반면 농·축산물 선물세트 수입 비중은 늘었다. 2015년 3.7%에서 올해 5.5%로 증가했다.

    5만원 이하 선물세트 비중도 확대됐다. 농·축산물의 경우 지난해 23.2%에서 올해 26.1%로 증가했다.

    5만원 초과 선물세트 비중은 지난해 76.8%에서 올해 73.9%로 줄었다.

    농·축산물 선물세트 판매 비중이 5만원 이하의 수입품 위주로 증가한 셈이다.

  • ▲ 미니 한우 선물세트.ⓒ연합뉴스
    ▲ 미니 한우 선물세트.ⓒ연합뉴스

    농·축산물 도매·산지거래도 청탁금지법 시행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시장 출하량이 줄었음에도 소비 위축으로 가격이 덩달아 하락했다.

    한우는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1월까지 도축 물량이 27만3000여두로, 전년 동기 29만4000두보다 7.1% 감소했다.

    공급이 줄었지만, 가격은 내려갔다. 같은 기간 한우 1등급 평균 도매가격은 ㎏당 1만8266원에서 1만6781원으로 9.6% 내렸다.

    청탁금지법 이전인 지난해 1~9월 한우 가격은 1만8839원으로 2015년과 비교해 18.2% 높게 형성돼 있었다.

    쇠고기 수입량은 증가 폭이 커졌다. 지난해 1~9월 25만9000톤으로 전년 대비 18.0% 증가했던 수입 쇠고기는 10월 이후 넉 달간 13만5000톤이 들어와 전년 동기 대비 32.3% 늘었다.

    연구원은 청탁금지법 시행으로 한우 가격이 8.8% 하락하는 효과가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꽃 시장도 직격탄을 맞았다. 난 등 분화류는 지난해 10월 이후 출하량이 11.2% 감소했음에도 소비 위축으로 가격이 13.2% 내려갔다.

    특히 선물용으로 많이 팔리는 난류는 도매시장 거래량이 1501분으로 전년 대비 11.2% 감소했다. 평균단가도 분당 1만3300원에서 1만300원으로 22.6% 하락했다.

    사과와 배도 가락시장 거래금액이 490억9000만원과 258억6000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02억7000만원과 4억4000만원 줄었다. ㎏당 단가는 사과 16.3%, 배 34.6% 각각 하락했다.

    산지 인삼 거래도 위축됐다. 올해 전국 인삼농협의 설 명절 판매실적은 지난해보다 23.3%, 수삼은 35.8% 각각 감소했다.

    연구원은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처음으로 맞은 설 명절에 선물 소비 위축에 따른 농업생산 감소액이 품목별 연간 생산액의 3~7%에 이른다고 추정했다. 한우 2286억원, 과일 1074억원 등이다.

    한편 청탁금지법 시행으로 외식업도 피해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일반음식점업 생산지수는 91.7로 조사됐다. 전년 대비 4.9% 감소했다. 실질매출액도 법 시행 이전인 1~3분기보다 3.7%포인트쯤 내려간 것으로 추정됐다.

    업종별로는 한정식, 한우구이, 수산전문점 매출 감소 폭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음식점 매출이 줄면서 고용 사정도 나빠졌다. 고용노동부 통계로는 지난해 4분기 음식점·주점업 종사자 수는 전년 대비 3.1%(3만382명)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