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 체코대사, 새울원자력본부 방문 … 체코 수주전 청신호 해석'중도탈락' 웨스팅하우스, 한수원 상대 지식재산권 항소 불안요인웨스팅하우스-EDF, 불가리아 원전 사업에서 협력모드 선보인 바 있어마크롱 佛대통령, 체코 방문 … 韓, 잡음 해소하고 가격경쟁력 앞세워야
  • ▲ 새울 원전 1호기와 2호기의 모습 ⓒ연합뉴스
    ▲ 새울 원전 1호기와 2호기의 모습 ⓒ연합뉴스
    최소 30조원대로 예상되는 체코 원자력발전 사업 수주를 두고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과 프랑스전력공사(EDF)가 최종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한수원에 긍정적인 신호와 함께 위험요인도 거론되고 있어 결과가 안갯속이다.

    8일 원전 업계에 따르면 이반 얀차렉 주한 체코대사가 지난 3일 울산 새울원자력본부를 방문해 원전 건설과 운영 현황을 살폈다.

    얀차렉 대사의 새울원자력본부 방문은 지난달 말까지 한수원과 EDF가 각각 발주처인 체코전력공사(CEZ)에 원전 4기 건설 방안을 담은 최종 입찰서를 제출한 이후 곧바로 이뤄져 눈길을 끈다.

    새울원자력본부가 운영 중인 새울 1·2호기에는 최신 한국형 원자로인 APR-1400이 장착돼 있다. 아울러 같은 노형의 새울 3·4호기가 건설 중이다. 체코 당국으로서는 자국이 도입을 검토 중인 원전의 건설부터 운영 단계까지 한 번에 볼 수 있는 곳을 둘러본 셈이다.

    체코는 두코바니에 2기, 테멜린에 2기 등 총 4기(각 1.2GW 이하)의 원전을 짓기로 하고 한수원과 EDF 양사에 입찰서를 내라고 요청한 바 있다.

    얀차렉 대사는 새울원전본부 방문 결과를 본국에 보고해 관계 당국과 공유할 것으로 예상된다. 체코는 늦어도 오는 7월 중순까지는 우선협상자를 선정한다는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입찰서 제출이 마무리된 직후 체코대사가 자국의 구매 후보군에 든 한국의 최신 원전을 찾았다는 점에서 이번 방문을 긍정적 신호로 풀이하고 있다.

    앞서 한수원은 독자 기술로 개발한 APR-1400을 바탕으로 체코 측의 요구에 따라 설비용량을 낮춘 APR-1000의 공급을 제안한 상태다. 한국이 체코 원전을 수주하면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수출 이후 15년 만에 원전 수주에 성공하게 된다.

    한수원은 EDF와 비교해 월등히 앞선 가격 경쟁력과 계획 기간 안에 원전을 완공하는 공기 관리 능력을 앞세워 체코에서 첫 원전 수주에 성공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황주호 한수원 사장은 지난달 30일 체코 현지에서 입찰서를 제출하며 "한국은 국내 및 UAE 신규 원전 사업을 통해 전 세계 최고 수준의 원전 건설 역량을 보여줬다"면서 "국가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2036년까지 신규 원전을 준공하겠다는 체코의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한수원이 전 세계에서 최적의 공급사"라고 강조했다.
  • ▲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 25일(현지시각) 체코 재무부 회의실에서 즈비넥 스타뉴라 체코 재무부 장관과 면담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 25일(현지시각) 체코 재무부 회의실에서 즈비넥 스타뉴라 체코 재무부 장관과 면담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그러나 한수원이 넘어야 할 불안·위험요인도 존재한다. 애초 해당 수주전은 미국 웨스팅하우스까지 가세한 3파전 구도였으나, 웨스팅하우스가 중도 탈락하면서 한수원과 EDF 간 양자 대결로 압축됐다.

    웨스팅하우스는 앞서 한수원의 독자 원전 수출을 막아달라며 소송을 냈고 워싱턴DC 연방지방법원이 이를 각하하자 지난해 10월 지적재산권을 걸고넘어지며 항소했다. 이들은 "법원에 항소하는 것과 동시에 현재 진행 중인 대한상사중재원의 중재에서 승리해 자사의 지적재산권을 보호하겠다"고 주장했다.

    각하 판결로 한숨을 돌렸던 한수원으로서는 수출 리스크를 완전히 털어내지 못한 셈이다. 항소를 차치하고서라도 대한상사의 국제 중재 절차가 마무리되려면 2~3년의 시간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수원은 웨스팅하우스가 소송을 제기하자 같은 달 국내 대한상사에 중재를 신청하고, 미 법원에 중재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한수원이 여러 해외 원전 수출 사업에 차질 없이 나서려면 중재 결과가 나오기 전 양측 간의 분쟁을 해결해야만 한다는 견해다.

    윤석열 정부 들어 한수원이 해외 원전 사업 수주에 큰 성과를 보인다는 점에서 우려는 더 크다. 지난해 10월에는 총사업비가 2조5000억원에 달하는 캐나다 캔두 에너지·이탈리아 안살도 뉴클리어와의 3자 컨소시엄 협약을 체결했고, 같은 해 6월에는 총사업비 2600억 원 규모의 루마니아 체르나보다 원전 삼중수소 제거설비 사업을 수주했다.

    이런 가운데 웨스팅하우스가 항소 카드를 접지않고 있어 해외 원전 사업 수주가 법적 분쟁에 따른 잡음으로 타격을 입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설상가상 웨스팅하우스와 EDF는 불가리아 코즐로두이 원전 후속호기 건설, 벨레네 원전 신규 건설 프로젝트와 관련해 협력을 모색한 바 있다. 두 업체의 밀착행보 사례는 EDF와 경쟁을 벌여야 하는 한수원으로선 좋은 소식은 아니다.

    지난 3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직접 체코에 방문해 원전 수주전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인 것도 한수원에게는 부정적으로 작용한다. 같은 유럽권에 속한 데다 양질의 기술력을 갖추고 있는 프랑스가 유리한 지점에 있다는 의견도 없잖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한국은 기술력 대비 가격경쟁력과 철저한 공기 준수 등을 내세우고, 웨스팅하우스발 지적재산권 잡음을 해소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