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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4일 출시 첫돌을 맞는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가 찬밥신세로 전락했다.
ISA는 '국민 재산증식', '만능통장'으로 표현하며 금융당국이 대대적으로 가입을 권유했던 상품이지만, 소득공제장기펀드(소장펀드), 재형저축에 이어 당국주도 상품 실패의 흑역사만 다시 쓰게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1월 말 기준 ISA 순 가입자 수는 236만1712명을 기록, 전월 대비 2만9076명 감소했다.
가입자 감소는 기존 가입자들이 이탈하고 있는 것으로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는 두 달 연속 가입자가 줄고 있다.
당국과 관련업계는 재테크 만능통장이 될 것이란 기대감을 심으며 고객유치에 나섰지만 1년 만에 증권업계는 물론 은행권에서도 회의론이 나오고 있다.
ISA 가입자들이 감소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기대 이하의 수익률이 가장 큰 원인이다.
201개 일임형 ISA 상품의 경우 최근 6개월 평균 수익률은 0.49%에 그치고, 출시 이후 누적 평균 수익률 역시 지난 1월말 기준으로 2.08%로 집계된다.
연 2% 안팎의 금리를 제공하는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상품과 비교해도 매력이 떨어지는 수준이다.
여기에 수수료를 감안하면 가입자들의 혜택은 더욱 낮아진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6월부터 11월까지 운용된 일임형 ISA 181개 평균 수수료율은 0.89%인 반면, 수익률은 0.01%에 불과했다.
이는 결국 ISA 가입자들은 수익을 내기 보다는 자금을 굴린 금융사들에 수수료를 더 많이 냈다는 의미로 사실상 마이너스를 기록 중인 셈이다.
실제 ISA 투자자들은 "은행이나 증권사가 수수료만 챙겨가는 상품"이라며 "수익률은 낮고 수수료는 나가는 상황에서 당국의 출시 의도대로 국민 재산 증식 상품이라고 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처럼 ISA로 인해 고객들의 금융사에 대한 불신이 오히려 높아지자 대다수 은행과 증권사들도 ISA 판매를 사실상 접은 상태다.
시중은행 한 직원은 "지난해 ISA 출시 초반에는 전사적으로 가입자 유치에 나서며 실적을 성과에 반영해 깡통계좌 가입까지도 권유했지만 성과지표 반영에 ISA가 빠지면서 가입을 위해 스스로 지점을 방문하는 고객들만 응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증권사 직원 역시 "고객들도 ISA보다 더 높은 수익률을 추구하는 상품 가입을 원하고 있고, 증권사 역시 ISA 보다 펀드나 파생상품 가입에 따른 수수료와 보수가 좋기 때문에 직원들이 나서서 ISA 영업을 하지 않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당국은 가입대상과 세제혜택 등을 개선해 ISA 붐을 다시 일으키기 위한 차원에서 'ISA 시즌2'출시를 계획 중이다.
그러나 관련법 개선에 기획재정부가 소극적이고, 특히 조기대선과 맞물려 ISA 시즌2가 적시에 선보일 수 있을지 미지수다.
무엇보다 가입자들의 기대를 충족할 정도의 혜택이 마련될 수 있을지도 현재로서는 불투명하다.
이에 따라 ISA와 더불어 당국의 주도로 선보인 정책들의 무용론이 제기되고 있다.
ISA 이전 소장펀드, 재형저축 등도 상대적으로 소득이나 연령이 낮은 국민들을 대상으로 당국이 자산 증식을 시켜주겠다는 목적으로 출시됐지만 모두 사실상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소장펀드, 재형저축이 ISA와 마찬가지로 연 총급여 5000만원 이하의 근로자를 가입대상으로 두고 있는 점, 최소 5년 이상의 가입기간을 유지해야 하는 점 등 까다로운 조건이 붙는 반면 수익률은 금융사 자체적으로 판매하는 상품에 비해 턱없이 낮아 자연스럽게 업계에서 잊혀졌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결국 업계는 ISA 역시 시즌2를 선보이기 이전에 당국 정책 주도로 선보인 상품의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지적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당국이 진정한 국민 재산 증식 프로젝트를 실시할 목적이라면 가입조건을 더욱 낮추고, 세제혜택도 파격적으로 제공해야 할 것"이라며 ""상품을 운용하는 금융사들이 적극적으로 수익률을 높일 수 있도록 동기부여와 지원도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