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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 시가총액 2위인 카카오가 최근 유가증권(코스피) 시장을 선택하면서 코스닥 시장의 입지 하락 우려가 다시 불거져 나왔다.
26일 한국거래소 등에 따르면 카카오는 지난 25일 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에 주권 상장예비심사 신청서를 접수하고 코스피 시장 진출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거래소에 따르면 카카오는 2014년 도입된 ‘대형 우량기업 상장심사 간소화 절차(패스트트랙)’의 적용 대상으로 다음달 23일 이전에 상장예비심사가 완료될 예정이다.
26일 기준 시가총액이 6조7849억원에 달하는 카카오는 시총 11조5616억원의 셀트리온에 이어 2위 우량주다.
우량 종목들이 줄줄이 코스닥을 떠나는 현상에 한국거래소 측은 씁쓸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코스닥 대표 종목들이 빠져나가면 그나마 코스피에 비해 상대적으로 위축된 대외적 분위기가 악화될 수 있으며 벤처기업을 대표하는 시장이라는 이미지도 희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0년부터 코스닥을 빠져나가 코스피에 안착한 우량기업은 동서(2016년), 하나투어(2011년), 신세계푸드(2010년)을 비롯해 8개에 달한다.
심지어 아예 상장 당시부터 코스닥이 아닌 코스피 시장으로 직행한 넷마블, 삼성바이오로직스 등도 있다.
미국의 나스닥 시장을 표방하고 있는 코스닥으로서는 주요 IT, 바이오 종목을 모두 코스피에 내주고 있어 정체성이 모호해지고 있다는 우려도 크다.
이는 양 시장의 주가 차이로도 이어지고 있다. 코스피 지수는 2300을 돌파하며 연일 신기록을 세우고 있는 반면 코스닥 지수는 지난 2015년 하반기 이후 박스권을 넘지 못하고 있다. 양 지수의 격차는 현재 1660포인트 가량 벌어져 6년만에 최대치다.
카카오 이전을 앞두고도 거래소 코스닥본부 측은 꾸준히 만류 의사를 밝혀 왔지만 결국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17일에는 코스닥협회와 벤처 관련 협회들이 공동 성명서를 내고 정부에 코스닥시장 활성화를 촉구하기도 했다. 당시 이들은 카카오의 코스피 이전상장을 우려하며 “코스닥 시장은 위상이 추락하고 남아 있는 IT기업과 시장 수급에도 심각한 영향을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거래소에서는 코스닥 종목 유출을 막기 위한 방안으로 현행 ‘코스피 200’에 코스닥 상위 종목도 포함시키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하지만 이미 코스피와 코스닥 대표 종목을 총망라한 ‘KRX100’이 운영되고 있어 차별화가 어렵다는 단점도 있다.
전문가들은 당국과 거래소가 협력해 우량 종목을 코스닥으로 유치하고, 이미 상장된 기업의 자율성과 성장성을 보호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