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고속도로 요금소.ⓒ연합뉴스
    ▲ 고속도로 요금소.ⓒ연합뉴스

    한국도로공사의 이상한 비정규직 잣대가 고속도로 요금소 직원의 정규직 전환이라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것으로 전망된다.

    외주화한 요금소 직원의 직접고용이 이뤄지면 도공은 정직원 수 1만여명의 매머드급 공기업 대열에 합류할 것으로 보인다.

    10일 대법원에 따르면 고속도로 요금소 수납원들이 도공을 상대로 낸 근로자지위확인소송 상고심이 지난 3월20일 접수돼 5월26일부터 상고이유 등에 관한 법리검토를 개시했다.

    요금소 직원은 외주업체와 계약을 맺었지만, 실질적으로는 도공이 자신들을 지휘·감독하는 만큼 공사 직원으로 인정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며 2013년 2월 소송을 냈다.

    1심과 항고심은 요금소 직원의 손을 들어줬다.

    1심 재판부(서울동부지법 민사15부)는 "원고가 외주 운영자에게 고용된 후 도공의 직접 지휘명령을 받아 근로했다고 판단된다"며 "2년 이상 근무한 근로자를 도공에서 직접 고용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이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한 도공은 판결이 연내 또는 내년 초쯤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

    판결과 관련해선 "민감하다"며 말을 아꼈다.

    노동계는 대법원이 1심과 항고심의 법리 해석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할 것으로 기대하는 눈치다.

    1심과 항고심에서 승소했으나 대법원에서 파기환송 됐던 KTX 여승무원 사례와 관련해선 "당시 판결은 다분히 정치적이었으며 이번 사안은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사례에 가까운 만큼 (대법원이) 근로자 손을 들어줄 것"이라고 기대하는 분위기다.

    노동계 바람대로 대법원이 1·2심 판결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면 도공은 요금소 직원을 직접 고용해야 하는 처지에 놓인다.

    더불어 도공은 단번에 정규직 직원 수 1만여명의 매머드급 공기업으로 변신하게 된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인 알리오에 공시된 올 1/4분기 현재 도공의 인원 현황을 보면 정규직 직원 수는 총 4860명이다. 정규직 외 인원은 무기계약직 1157명, 비정규직 183명, 외부용역 407명이다.

    요금소 직원은 도공이 100% 외주화한 상태다. 이들 규모는 6790명쯤이다. 이들이 도공의 직접고용 형태로 전환되면 정규직 수는 1만1000여명을 넘는다.

    다이어트 못지않게 급격한 몸집 불리기는 운영비 증가, 정리해고를 둘러싼 노조 갈등 등 산적한 과제를 안겨줄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도공이 그동안 이상한 잣대로 비정규직을 관리해왔다는 점이다.

    도공은 알리오에서 알 수 있듯이 요금소 직원을 비정규직으로 분류하지 않았다.

    도공 관계자는 "(요금소 직원은) 근무 장소도 다르고 업무수행도 달라 비정규직 통계에 포함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도공은 하이패스 이용률 증가에 따른 요금소 직원 고용불안과 관련해선 "자연 퇴직을 제외한 나머지 인원에 대해선 인위적인 구조조정 없이 업무를 전환한다는 원칙"이라고 밝혔다.

    도공은 전환 업무는 스마트톨링(자동요금 징수) 도입에 따른 영상보정(번호판 식별)과 통행 민원 관련 고객센터 업무가 될 거라고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외주화 직원에 대해 인사와 업무 배분 등의 원칙을 구체화한 것으로, 요금소 직원은 도공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는 주장을 뒤엎는 '실수'를 자인한 셈이다.

    1심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도공이 각종 업무처리지침과 업무 관련 매뉴얼 등 근로자의 근무방법을 상당히 구체적으로 정했고, 도공 지역본부는 업무처리 요령 등을 숙지하도록 근로자를 교육·훈련하고 직접 포상도 했다"며 "근로자에 대해 도공이 직접 사용자로서 지휘 명령권을 행사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설상가상 도공으로선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정부 방침도 부담이다.

    대법원이 도공 손을 들어줘 사건을 파기환송 해도 정부 산하 공기업으로서 정부의 방침을 거스르기 어렵기 때문이다.

    도공과 마찬가지로 외주화를 통한 외부인력이 많은 국토교통부 산하 공항공사가 새 정부 들어 직접 고용이나 자회사 설립을 통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추진하고 나서 비교 대상이 되고 있다.

    노동계 한 관계자는 "도공이 현명하다면 대법원 판결 이전이라도 자회사 설립을 통한 정규직 전환에 대해 물밑협상을 시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관계자는 "자회사를 통한 정규직 전환은 원칙적으로 배제한다는 방침"이라며 "다만 자회사도 성격에 따라 다를 수 있으므로 협의가 필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