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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이 본격적인 파업 수순에 들어갔다. 지난 14일 파업 찬반투표를 가결한데 이어, 17일 중앙노동위원회가 조정 중지 결정을 내리며 쟁의권도 합법적으로 확보했다. 모든 준비는 마쳤고 이제 행동으로 옮길 일만 남았다.
각계 각층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대외적 악재가 이어지는 가운데 현대차 뿐만 기아차, 한국지엠 등 국내 완성차 제조사들 역시 파업수순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파업으로 인한 피해는 지난해 충분히 경험했다. 현대차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5조1935억원에 그쳤다. 전년 대비 18.3% 감소한 수치다.
실적 부진에는 많은 이유가 있다. 글로벌 내수 부진, 업체간 경쟁 격화 등 여러 요인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파업에 따른 장기간 생산 차질은 대표적인 요인으로 꼽힌다.
현대차는 지난해 파업에 따른 공장 가동중지로 3조1000여억원의 손실을 냈다. 지난해 전체 영업이익의 60%에 달하는 손실이 파업에 따른 결과인 셈이다.
올해 처한 상황은 더욱 열악하다. 현대차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 영향으로 중국 시장에서 극심한 판매 부진을 겪고 있다. 이 와중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무역 불균형에 자동차산업을 지목하며 관세 재조정을 예고하고 있다.
노조가 회사와 함께 똘똘 뭉쳐도 위기를 극복하기 어려운 판국에 파업은 이기적인 행태라고 볼 수 밖에 없다. 자동차산업이 호황이고 실적 또한 좋다면 노조는 정당한 요구를 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시기는 그럴때가 아니다.
현대차가 파업을 한다면 기아차 역시 같은 수순을 밟을 것이 확실하다. 상반기 판매 부진을 하반기 신차 출시로 극복하려는 현대·기아차의 전략에 큰 제동을 거는 것이다. 여기저기서 현대차 파업을 우려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급여 인상, 복지 개선 등은 노조가 매년해야 하는 일임은 분명히 알고 있다. 하지만 올해 같은 시기는 회사 사정을 고려한 '통 큰' 배려도 필요하다. 회사 실적이 좋아져야만 본인에게도 그만한 혜택이 돌아간다는 걸 노조 역시 모를리 없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노조의 파업 강행은 '떼쓰기' 정도로 밖에 안보인다. 매년 지속되는 현대차 노조의 파업 행태에 대다수 국민들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걸 노조원들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물론 노조 입장에서 쟁의권마저 확보한 마당에 이제 망설일 이유는 없다. 대다수 국민들의 비판은 모른체 하면 그 뿐이다. 자신들이 요구한 사항을 관철하기 위한 파업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어 보인다.
현대차 노조에게 묻고 싶다. 진정 파업을 원하는 것이냐고. 그에 따른 손실은 지난해 충분히 경험하지 않았냐고. 대외적으로 처한 현실이 이런데 파업을 강행할거냐고.
노조가 조금 더 깊고 넓은 안목으로 지켜봐 주길 바란다. 믿고 기다려 준다면 회사는 그에 대한 보답을 훗날 해 줄 것이라 말해주고 싶다.
물론 그들이 원하는 만큼 '충분히'는 아니겠지만 지금 당장 파업을 강행해 안그래도 어려운 상황을 악화시키는 것보단 낫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한걸음 물러서는 배려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