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고공행진에 유가·회사채 금리까지 동반 급등환율·유가 10% 오르면 기업 원가 평균 2.82% 상승기업들 "예의주시" 대응이 최선 … 산업 전반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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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 1500원 돌파는 시작에 불과하다는 경고가 산업계를 덮치고 있다. 환율이 19일 1505원에 개장하며 17년 만의 최고권으로 올라선 데 이어, 중동 사태 장기화 우려로 국제유가까지 불안한 흐름을 이어가면서 기업들은 생산비와 금융비용이 동시에 오르는 복합 충격에 직면했다. 수출기업은 환율 상승에 따른 환산 효과를 일부 기대할 수 있지만, 원재료와 에너지 수입 부담이 더 빠르게 커질 경우 실익은 제한될 수밖에 없다. 내수기업은 물류비와 전력비, 조달금리 상승을 한꺼번에 떠안아야 하는 구조다. 시장에서는 유가가 배럴당 120달러를 넘기면 환율 1550원선까지도 열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지만, 상당수 기업은 아직 본격 대응보다 관망에 머물고 있다.◇환율 1500원, 이제는 심리선이 아니라 원가 재산정선이번 충격이 더 무거운 이유는 한국 경제가 원유와 가스를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지난 18일 보고서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90~100달러선에서 움직이는 동안에도 중동 변수에 더 민감한 두바이유는 130달러 안팎의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보고서는 이번 이란 사태가 저금리·저유가·저신용리스크의 ‘3저’ 환경을 흔들고, 고금리·고유가·고신용리스크의 ‘3고’ 전환 위험을 자극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결국 시장이 주목하는 핵심 변수는 환율 자체보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와 원유 공급 차질이 얼마나 길어지느냐다.환율 상단은 전쟁의 길이에 따라 더 열릴 수 있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업계와 금융시장에서는 중동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환율 1550원선까지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브렌트유가 단기간에 배럴당 120달러까지 치솟는 시나리오가 현실화하고 달러 강세까지 겹치면, 원화 약세는 일시적 오버슈팅이 아니라 기업 비용 충격의 장기화 신호로 바뀔 가능성이 크다. NH금융연구소도 전쟁이 3개월 이상 이어지는 지속 시나리오에서 원·달러 환율이 1500원 이상으로 상승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환차익보다 무서운 건 원가와 조달금리의 동반 상승산업계가 더 긴장하는 이유는 일부 수출 대기업의 환차익보다 훨씬 넓은 범위에서 비용이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무역협회 분석에 따르면 환율과 유가가 각각 10% 상승할 경우 국내 기업 원가는 평균 2.82% 오르는 것으로 추산됐다. 원자재 수입 비중이 높은 철강·석유화학은 물론 물류비와 전력비 비중이 큰 제조업 전반이 직접적인 타격권에 들어간다는 뜻이다. NH금융연구소 역시 고유가와 물류 차질 장기화가 기업 수익성 악화, 소비 위축, 글로벌 수요 둔화, 통화 긴축 압력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봤다.금리 부담도 만만치 않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무보증 회사채 AA- 3년물 금리는 1월2일 3.459%에서 3월17일 3.906%로 0.447%p(포인트) 상승했다. 기준금리가 동결되더라도 기업이 실제로 체감하는 조달금리는 이미 한 단계 더 높은 수준으로 올라선 셈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도 3월 18일 회의에서 정책금리를 3.50~3.75%로 유지했고, 올해 총 개인소비지출(PCE) 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지난해 12월 2.4%에서 2.7%로 높였다. 시장은 이를 물가 둔화 흐름이 확인되지 않으면 조기 금리 인하가 쉽지 않다는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보다 먼저 시장금리가 기업 자금줄을 조이기 시작했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문제는 기업 대응이 아직 ‘예의주시’ 수준이라는 점이다. 대구상공회의소가 3월10~11일 대구지역 기업 445개사 중 응답기업 271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대응 방식은 ‘상황만 예의주시’가 70.8%로 가장 많았다. ‘일부 조치를 시행 중’은 8.1%, ‘비상대응 체계 가동’은 2.6%에 그쳤다. 대응에 나선 기업들도 거래처와의 계약 조건 재협상, 원가 절감, 환리스크 관리 수준에 머문 것으로 조사됐다. 위기 인식은 높지만 실행은 제한적인 셈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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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개월 충격도 길고, 3개월이면 경기까지 꺾일 수 있다더 큰 문제는 이번 충격이 단기에 끝나더라도 후행 비용이 남는다는 점이다. NH금융연구소는 가장 낙관적인 조기 종전 시나리오에서도 실질적 경제 충격이 1개월 이상 지속될 것으로 봤다. 유가는 비교적 빨리 조정돼도 해상 운임은 평균 약 3주간 추가 상승하거나 높은 수준을 유지한 뒤에야 내려오는 경향이 있다는 분석이다. 전쟁위험 할증료와 보험료, 우회 운항 비용이 늦게 반영되기 때문이다. 즉 환율이 잠시 꺾여도 물류비와 보험료 부담은 더 오래 남을 수 있다.전쟁이 3개월 이상 지속되면 얘기는 더 달라진다. NH금융연구소는 이 경우 경제성장률이 0.3%p(포인트) 하락하고, 1년 이상 장기화하면 연간 성장률이 0%대로 낮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피해도 운송·화학·발전 같은 직접 연관 업종을 넘어 도소매·음식점·숙박·건설 등 내수 산업 전반으로 확산할 것으로 봤다.최지환 NH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정책금리는 당분간 동결되다 커지는 경기 둔화 충격 완화 위해 인하 전환이 예상된다"면서 "정부 재정 지출 증가와 한국은행 정책금리 인하가 더해져 시중 유동성이 급증할 것"으로 내다봤다.이어 "한국은 여타 주요국 대비 높은 중동산 원유 의존도로 상대적으로 큰 경제적 타격을 입을 것"이라며 "원화는 여타 주요 통화 대비 큰 폭의 약세로 원달러 환율 1500원 이상 상승이 예상된다"고 덧붙였다.업계 관계자는 "지금의 환율 급등은 외환시장 이벤트가 아니라 기업 이익률과 국내 성장률을 동시에 깎아내릴 수 있는 스태그플레이션형 충격에 가깝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