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발언 후 나흘 만에 공기업 소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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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평창동계올림픽 후원과 관련해 대통령에 이어 국무총리도 공기업 등 떼밀기에 가세했다.
평창올림픽조직위원회(이하 조직위)는 브이아이피(VIP)가 멍석을 펴준 만큼 지지부진했던 후원금 유치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기대한다.
반면 한국전력공사 등 후원기업으로 지목된 일부 공기업은 바늘방석에 앉은 듯 좌불안석이다. 요청받은 후원금 전액은 아니어도 최소한 성의를 보여야 할 처지여서 골치를 앓고 있다.
28일 국무총리실 등에 따르면 이낙연 총리가 이날 서울 종로구 삼청동 공관으로 공공기관장 10여명을 불러 평창올림픽과 관련해 오찬 간담회를 진행한다.
참석 대상은 한전과 한국가스공사 등 평창올림픽 대회 준비와 관련 있는 분야가 될 것으로 전해졌다.
이 총리는 이 자리에서 공기업의 적극적인 올림픽 후원을 주문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24일 문재인 대통령이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리조트에서 올림픽 개막을 200일 앞두고 열린 '평창을 준비하는 사람들' 행사에 참석해 공기업의 후원을 당부한 지 나흘 만에 총리가 바통을 이어받아 옥죄기에 나서는 모양새다.
당시 문 대통령은 "후원이 좀 부족하다 하는데, 특히 공기업들이 올림픽을 위해 좀 더 마음을 열고 좀 더 많은 후원을 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조직위는 대통령이 후원기업 모집에 지원사격을 한 만큼 차일피일 후원을 미루던 공기업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일 것으로 기대하는 눈치다.
조직위 관계자는 "아직 후원 의사를 밝힌 공기업은 없다"며 "다만 (대통령이) 명분을 만들어줬으니 긍정적으로 본다. 회사마다 이사회 개최 등의 절차를 따라야 할 테니 기다리고 있다"고 부연했다.
이어 "호떡집에 불난 건 아니니 (후원금을) 일찍 주면 좋지만, 대회 개최 전까지만 들어오면 된다"고 덧붙였다.
한전과 가스공사, 강원랜드 등 후원기업으로 지목된 공공기관은 가시방석에 앉은 듯 안절부절못하고 있다.
250억원 상당의 후원을 요청받은 가스공사는 아직 구체적인 후원 여부는 결정되지 않았다며 신중한 태도다.
총리 주재 간담회에서 정부의 방침 등을 파악한 후 산업통상자원부와 구체적인 내용을 협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가스공사는 여건이 녹록지 않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말 현재 325%인 부채비율이 발목을 잡는 상황이다.
가스공사는 이미 선수단 후원과 대회 기간 숙소 제공 등의 지원을 약속했다. 여기에 지난 5월 완공한 강릉~평창 26.8㎞ 구간 가스배관 공사에도 426억원을 투입한 상태여서 추가 현금 지원은 어렵다고 난색을 표했다.
일각에선 추가 지원금을 조달하려면 가스요금을 올려야 하는 상황에 부닥칠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과도한 공기업 팔 비틀기가 결국 국민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전도 올림픽 후원과 관련해 입장이 난처하기는 매한가지다. 부족한 대회 운영비 3000억원 중 한전이 요청받은 금액은 3분의 1에 해당하는 1000억원쯤이다.
한전은 올림픽 후원이 법령에서 정하지 않은 목적 외 사업에 해당해 나중에 배임 등의 책임을 묻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올림픽 후원이 법 위반 사항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조직위의 유권해석과 관련해 "종합적으로 상황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혀 태도 변화가 감지된다.
하지만 후원 규모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는 상황이다.
강원랜드는 대통령 발언 이후 관련 부서에서 추가 후원 여부를 두고 검토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조직위는 강원랜드에 500억원 수준의 후원금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원랜드 관계자는 "검토가 완료돼도 최종적으로 이사회를 통과해야만 지원이 확정된다"며 예단하기는 아직 이르다고 선을 그었다.
강원랜드는 지난해 상반기 조직위의 동계올림픽 테스트이벤트 때 50억원을 지원했다.
여러 설명을 종합할 때 공기업들은 총리 간담회 이후 해당 주무 부처와의 협의를 통해 후원금 규모와 시기 등을 조율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과 총리가 직접 나선 만큼 처지를 설명하고, 요청받은 후원금 전액은 아니어도 미운털이 박히지 않을 선에서 울며 겨자 먹기로 호주머니를 털어 보일 거라는 관측이 우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