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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업계의 높은 비정규직 비율 문제가 또다시 수면 위에 오를 전망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사무금융노동조합은 이달 중순 실무교섭을 시작한 증권업종 통일단체협약 요구안에 ‘현재의 비정규직 비율을 초과할 수 없으며 15% 미만으로 유지할 것’과 ‘복리후생을 정규직과 동일하게 적용해야 한다'는 조항을 넣었다.
아울러 비정규직 계약 1년 후에는 특별한 사유가 없을 경우 정규직으로 전환하며 비정규직 근무 기간까지 근속 년수에 포함하는 것을 원칙으로 할 것도 요구했다.
사무금융노조 관계자는 “비정규직을 일정 비율 이하로 통제하겠다는 것은 불가피한 회사의 필요에 의한 경우나 당사자의 요구에 따른 비정규직 등 최소한의 현실을 반영한 것”이라며 “임금을 이유로 고용을 배척하는 관행에 반대한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추진하면서 금융투자 업종의 타 사무직 업종보다 높은 비정규직 비율이 지적돼 왔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들의 평균 비정규직 비중은 20%를 넘어 사무금융노조가 제시한 비율인 15%를 다소 웃도는 상태다. 여기에 각 증권사들이 공식적‧비공식적 방법으로 비정규직 비율을 점차 늘리고 있는 추세인 만큼 이 비율은 앞으로 더 늘어날 전망이다.
일부 증권사들의 비정규직 비율은 평균을 상당히 웃돈다. 올해 상반기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메리츠종금증권은 전직원 1424명 중 923명이 기간제 근로자다. 하나금융투자는 1537명 중 504명으로 32.8% 가량이 비정규직이다.
전직원 592명의 중소형사인 키움증권도 비정규직이 182명으로 30%에 달하는 비율을 나타냈다.
대형 증권사 중에서는 KB증권이 전 직원 2798명 중 726명이 비정규직이라고 공시해 비정규직 비율이 25.9%인 것으로 집계됐으나 아르바이트생을 제외했다고 밝혀 실제 비정규 근로자 비중은 이보다 약간 더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투자증권도 2418명 중 625명으로 전체의 25.8% 가량이 비정규직이다.
증권업계는 이들 비정규직이 일반적인 인식의 ‘열악한 환경의 비정규 근로자’와는 다른 고액 연봉의 자발적 계약직이라 정부가 요구하는 정규직화 대상과는 다르다는 입장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증권사 비정규직들은 당사자들이 더 좋은 처우를 받기 위해 자발적으로 선택하는 부분이 많다”며 “영업 실적 등을 급여에 반영하는 계약직 형태로 근로계약을 체결함으로써 고용과 이직을 자유롭게 해 직원 입장에서 더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노조의 입장은 이러한 업계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하고 있다.
사무금융노조 관계자는 “이미 상한이 없는 성과급제를 대부분의 증권사들이 채택하고 있다”며 “정규직 임금테이블을 통해서도 영업직 등에게 높은 수준의 성과급 지급율이 반영돼 있어 근무실적을 급여에 충분히 반영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사무금융노조의 증권업종 단체협약 대표교섭은 내달 6일부터 개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