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신동빈 회장 적극적 공범 가담 주장신동빈 회장 측 "피에스넷 유증은 인터넷은행 인프라 위한 경영상 판단"
  • ▲ 롯데 경영비리 공판을 받고 있는 롯데 총수일가. ⓒ뉴데일리
    ▲ 롯데 경영비리 공판을 받고 있는 롯데 총수일가. ⓒ뉴데일리


    롯데 경영비리 공통기록 2차 공판에서는 검찰 측이 해당 사건의 사실과 범행 동기를 입증하는데 주력했고, 신동빈 회장 변호인 측은 이에 조목조목 반박하는 등 치열한 공방이 펼쳐졌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24부(부장판사 김상동)는 25일 롯데 경영비리 공판의 공통기록 증거조사에 관한 2차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공판에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 신영자 전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서미경씨, 채정병 전 롯데카드 사장, 황각규 롯데그룹 경영혁신실장, 강현구 전 롯데홈쇼핑 사장, 소진세 사회공헌위원장 등이 피고인으로 출석했다. 다만 이날도 변론이 연기된 신 명예회장은 불출석했다.

    재판부는 롯데 경영비리 공판과 분리해 진행했던 신 명예회장, 신 전 이사장, 서씨에 대한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조세)' 혐의 공판을 병합했다.

    신 명예회장이 차명으로 소유한 일본롯데홀딩스 지분 3%를 신 이사장에게 증여하고, 3.21%를 서씨 모녀에게 각각 증여하는 과정에서 해외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세금을 탈루했다는 혐의에 대해 심리했다. 신 명예회장 관련 범죄 혐의 액수는 탈세 858억원, 횡령 508억원, 배임 872억원 등이다.

    재판부는 공소장 변경을 허용하면서 공판을 시작했다. 지난 22일 검찰 측은 공소장 변경 허가 신청서를 제출한 바 있다. 변경된 내용은 영화관 매점 임대를 하더라도 적정 임대료를 받아야 하며, 적정 임대료는 롯데쇼핑의 이익에 상당해야 한다는 것이다.

    검찰 측은 주로 롯데그룹 정책본부, 회장실, 비서실 등에서 압수한 보고자료, 업무일지 등 공통기록의 서증설명을 통해 롯데 경영비리 사건의 기초사실 및 범행 동기에 대해 입증하고자 했다.

    검찰 주장에 따르면 신동빈 회장은 2011년 회장 취임 전부터 롯데그룹에서 정책본부를 지휘함으로써 그룹 경영 전반을 장악해왔다. 신 회장은 2004년에 롯데그룹 정책본부장으로 취임했다.

    검찰 측은 "신 회장 측 변호인은 신격호 명예회장이 총괄하고 최종적으로 의사결정했기 때문에 신 회장에게 독자적인 권한이 없었다고 하지만, 신 명예회장이 총괄회장이었을 때도 신동빈 회장은 독자적으로 의사결정을 해왔다"고 주장했다.

    즉, 신 회장이 롯데그룹 업무에 대해서 상세한 보고를 받고 주도적으로 의사결정을 해왔기 때문에 영화관 매점 임대 및 총수일가 급여 지급의 건 역시 신 회장의 승인에 따라 진행됐다는 것이다. 때문에 신 회장은 본건의 적극적 공범으로 가담했다는 논리다.

    이에 대해 신 회장 측 변호인은 "2015년 하반기까지는 신격호 피고인이 총괄회장으로서 그룹 업무 전반에 대해서 보고를 받고 최종적인 의사결정을 내렸다"고 반박했다. 그 증거로 2011~2015년 신 총괄회장 업무보고 일정표를 제시했다. 해당 일정표에 따르면 신 명예회장은 거의 매일 오전, 오후에 관련 계열사의 업무보고를 받고 직접 챙겼다.

    신 회장 측 변호인은 "영화관 매점 임대나 급여 지급 건은 신 명예회장의 공식적인 업무가 아니라 비공식적으로 지시해서 이뤄진 일"이라며 "신동빈 회장은 이 일의 성격상, 서씨와 신 전 부회장과의 관게상 이 일에 관여할 입장이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반면, 신격호 명예회장 측 변호인은 "검찰 측은 신 명예회장이 2016년 8월까지 지배적으로 롯데그룹을 경영해왔다는 전제 하에 공소장을 작성했다"며 "사실상 2010년 이후에는 신 명예회장이 실질적으로 롯데그룹을 경영해왔는지 상당히 의심스러운 정황이 있다"고 주장했다.

    신 명예회장 측 변호인은 신 명예회장의 가신그룹, 창업공신들은 2003년 이전에 다 퇴사하고 2004년 정책본부장으로 취임한 신동빈 회장이 한국롯데 경영을 독자적으로 해왔다는 취지의 변론을 펼쳤다.

    또 검찰 측은 신 회장이 신 전 부회장과의 경영권 분쟁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횡령·배임 등에 관해 인지하고 있었으나 우호세력 확보 차원에서 묵인해왔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신 회장 측 변호인은 "2015년 7월에 경영권 분쟁이 시작됐는데 2005년에 롯데시네마 영화관 매점 임대할 때부터 신 회장이 미리 우호 세력을 모집하기 위해서 적극적으로 (가담)했다고 하는 건 너무 거리가 먼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원인과 결과가 되는 시점 사이에 10년이라는 격차가 있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아울러 검찰 측은 롯데피에스넷 배임죄 범행 동기는 신 회장이 경영권 분쟁이 본격화되던 상황에서 자신이 적극적으로 추진하던 중국 진출 사업에서 실적 부진을 겪은 데 있다고 봤다. 여기서 롯데피에스넷으로 인한 손실까지 신 명예회장이 알게 되면 신 회장이 경영권 승계에 불리해질 것이라 보고 은폐하려 했다는 것이다.

    검찰 측 서증자료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2015년 7월에 이미 중국에 투자한 금액의 합계가 3조2000억원 이상인 상황이었으나 2015년 10월 그룹 내부 회계 기준으로 봐도 영업손실이 무려 7000억원 이상 발생했다. 2009~2014년 누계 중국 영업손실은 총 1조1358억원에 이르렀다.

    신 회장 측 변호인은 "그 당시 7000억원 정도 손실 났다는데 미래사업 가치 같은 건 반영이 안돼 있는 상태"라고 지적했다. 이어 "(검찰 측이 주장하는 범행) 동기가 좀 이상하다"며 "중국사업 실패를 면피하려면 그걸 은폐해야 하는데 피에스넷이라는 조그만 회사가 망할까봐 은폐하려고 했다는 것이냐"라며 반문하기도 했다.

    은폐 가능성을 일축하는 발언도 했다. 그는 "신 회장이 롯데피에스넷 사업 실패를 은폐하기 위해 유상증자를 했다는데 그 전에 신 회장이 피에스넷 청산 여부까지 종합적으로 검토해보라고 지시했다"며 "(이는) 은폐와는 정확히 반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신 회장 측 변호인단은 최근 롯데 피에스넷이 카카오뱅크와 업무 제휴를 맺고 있다는 새로운 사실도 추가했다. 롯데피에스넷이 4000여대의 ATM을 구매하고, 유상증자를 한 목적 자체가 인터넷은행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한 것이었음을 재차 강조한 것이다.

    신 회장 측 변호인은 "2015년 유상증자는 (지금으로부터) 불과 2년 전, 2012년 유상 증자도 5년 전 일"이라며 "그때 이미 사업 실패가 분명했기 때문에 배임이라는 검찰 측의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신동주 전 부회장 측 변호인은 검찰 측의 신 전 부회장이 부당 급여를 지급 받는 과정에 적극적으로 가담했기 때문에 횡령죄의 공동정범이 된다는 공소 내용에 대해 반박했다. 그는 "검찰 측이 제시한 증거 문건 어디 한 페이지, 단 한 줄에도 신 전 부회장이 정책본부 집행 과정에 관여했다는 증거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재판부는 이날 공통기록 서증조사를 마쳤다. 다음 공판은 오는 27일에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