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주 한화 김동관·HD현대 정기선 잇단 면담 소송전 비화 KDDX 갈등 봉합 나서'팀 코리아' 아닌 '팀 킬' 우려 대두
  • ▲ HD현대중공업이 공개한 한국형 차기 구축함 기본설계 모습. ⓒHD현대중공업
    ▲ HD현대중공업이 공개한 한국형 차기 구축함 기본설계 모습. ⓒHD현대중공업
    국내 조선업체인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는 가운데 석종건 방위사업청장이 그룹 오너들과 개별 면담에 나서 중재에 나선다.

    24일 방사청과 방산업계에 따르면 석 청장은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5월 28일), 구본상 LIG넥스원 회장(5월 30일), 정기선 HD현대그룹 부회장(5월 31일)과 다음 주에 개별 면담을 한다.

    방사청은 "방산수출 관련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미래 방위산업 발전을 위한 정부와 기업 간 협력 방향을 소통하기 위해 방산기업 그룹 간담회를 추진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방산업계에서는 방사청장이 그룹 오너들과 연이어 간담회를 갖는 데 대해 이례적이라며 당혹스러워했다. 지난 2월 19일 방사청장에 취임한 석 청장이 기존 관행과 달리 그룹 오너 면담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차관급인 방사청장은 통상 취임 후 방산기업 대표와 개별 면담을 해왔다. 

    다만 석 청장이 국내 특수선(함정 건조) 시장 과열 경쟁에 대해 김 부회장과 정 부회장을 차례로 만나 자제를 요청하기 위한 발판으로 면담을 추진한 것이라는 의견이다. 석 청장은 해외시장에서 두 업체가 협력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은 올해 하반기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상세설계 및 선도함 사업자 선정을 앞두고 소송전을 벌이고 상호 비방 수위를 높이는 등 극한 대립 양상을 보이고 있다.

    KDDX 사업은 이지스 체계 전체를 국내 기술로 건조하는 첫 사업으로 사업비는 7조8000억원 규모다. 2030년까지 총 6척 발주 예정인데, 함정사업에서 개념설계는 한화오션이, 기본설계는 현대중공업이 수주했다.

    앞서 HD현대중공업 직원들은 KDDX 관련 군사기밀보호법을 위반한 혐의로 작년 11월 최종 유죄 판결을 받았다. 다만 방위사업청은 지난 2월 대표나 임원이 개입하는 등 청렴 서약 위반 여부가 확인되지 않았다며 HD현대중공업의 KDDX 사업 입찰 참가 자격을 제한하지 않았다.

    한화오션은 이와 관련해 3월 초 방사청의 결정을 반박하는 기자설명회를 열고 HD현대중공업 임원 개입의 증거라며 피의자 신문조서 등 수사 기록을 공개했다. 또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임원 개입 등에 대한 수사를 요청했다.

    HD현대중공업도 한화오션 측을 허위 사실 적시 및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청 국수본에 맞고소했다.
  • ▲ HD현대중공업이 공개한 한국형 차기 구축함 기본설계 모습. ⓒHD현대중공업
    방산업계는 국내 특수선 시장에서 두 업체의 과열 경쟁이 해외 시장으로 잇는 악영향을 우려한다.

    유럽과 일본 등 글로벌 방산업계는 최근 수주 행진으로 승승장구하는 K방산을 경계하는 분위기가 크다. 실제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최근 영국 진출을 겨냥해 현지 자회사를 세우는 등 지난 8년 간 전사적 노력을 쏟았던 영국의 차기 자주포 사업에서 배제됐다. 유럽연합의 단합, 지정학적 변수와 정치적 요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된 결과로 분석된다.

    불안정한 글로벌 정세로 인해 올해 말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는 호주의 호위함 사업이나 2026년께 사업자를 선정하는 캐나다의 3천t 잠수함 건조 사업 등에서 양사가 해외 방산 수주를 위해 합심해도 부족하다는 평가다.

    호주 정부는 지난 2월 신형 호위함 11척 도입 계획을 발표하면서 한국, 일본, 스페인, 독일 등 4개국 함정을 관심 기종으로 선정한 바 있다.

    정부 관계자는 호주 호위함 사업에 대해 한국 조선업체들이 경쟁력이 있다면서도 "우리 업체들끼리 너무 경쟁이 치열해져서 '팀킬'(자기팀을 죽이는 행위)을 할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석 청장은 방산기업인 현대로템을 계열사로 거느린 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과 포탄 등을 생산하는 풍산그룹의 류진 회장 등에게도 면담을 요청했지만, 아직 일정을 잡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