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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판 환매조건부채권(RP)의 인기가 시들줄 모른다.
주요 증권사들이 역마진을 감내하면서 RP특판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업계는 그만큼 신규고객 유치에 사활을 걸었다고 진단한다.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시장금리가 지속 하락함에 따라 특판 RP의 인기가 수개월째 지속되고 있다.
RP는 증권사가 일정 기간이 지난 후 확정금리를 얹어 되사는 조건으로 발행하는 채권이며, 특판RP는 안정성에 금리까지 추가로 제공해 저금리 기조에서 투자처를 찾지 못하는 고객들의 발길이 지속되고 있다.
이같은 점에서 특판RP는 증권사가 수익을 내기는 어렵지만 특정 상품 가입을 위한 이벤트 또는 미끼상품 수단으로 사용돼 왔다.
특히 지난해 4월 ISA 모집경쟁에 불이 붙었을 당시 고금리 특판RP를 내세워 고객을 유인한 바 있어 업계 내에서 익숙한 상품이다.
당시 연 5.0% 이상의 특판 RP수익률을 제시한 증권사들도 속출해 오히려 ISA 수익률보다 매력적이라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최근에도 연 3~5%대 고금리 RP 판매는 증권사별로 돌아가며 진행 중이다.
눈에 띄는 점은 그동안 선보였던 특판RP가 타 금융상품 가입을 위한 미끼상품 용도였다면 최근 출시된 RP는 단독상품으로 판매되고 있다는 것.
한국투자증권의 경우 이달 초 신규고객을 대상으로 91일간 연 3%를 주는 RP를 출시해 5000억원을 완판했다.
하나금융투자도 1인당 월 50만원 한도로 최대 600만원까지 납입할 수 있으며 1년간 세전 연 5.00%의 금리를 제공하는 RP를 200억원 한도로 판매 중이다.
단 해당 상품은 두 증권사가 팔면 팔수록 손실이 나는 구조다.
한국투자증권의 경우 역마진율 1.5%와 만기 3개월을 감안하면 18억7500만원 가량의 역마진이 예상되고, 하나금융투자 역시 이번 특판이 완판될 경우 약 7억원의 역마진이 발생한다.
이는 역마진을 감수하더라도 고객을 유치하겠다는 전략이 숨어있다.
거래수수료 무료 정책으로 리테일 고객을 끌어모아 자산관리 부문을 키우겠다는 증권사들의 전략과 같은 맥락으로 특판RP 역시 리테일 신규자금 유치에 대한 분명한 목표를 갖고 있다는 것이 업계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RP의 경우 만기가 보통 6개월 안팎이기 때문에 만기 이후 금액을 다른 금융상품으로 유도하면 중장기적으로는 이익이 된다"며 "3~6개월 동안 수억원의 역마진은 일종의 마케팅 비용으로 인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만기 후 다른 금융상품 판매로 연계하는 것은 오로지 증권사의 고객관리 노하우로 볼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특판RP를 노리고 가입했다가 만기 이후 자금을 그대로 빼는 '체리피커'들이 여전히 존재한다"며 "만기 이후 또 다른 매력적인 혜택을 제시해 고객들을 잡아두는 것이 특판RP를 실시한 증권사들의 몫"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