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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원 신임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코스닥 시장의 활성화를 위해 신규 상장 장려에 나설 것이라고 밝힌 가운데 기존 상장종목 관리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어 ‘두 마리 토끼’를 어떻게 잡을 것인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정 이사장은 지난 3일 취임사에서 코스닥 시장 육성 정책을 집중 추진할 것을 강조했다.
올 들어 카카오, 셀트리온 등 주요 코스닥 기업들이 줄줄이 코스피 이전상장을 택하면서 코스닥 시장이 상대적으로 소외받고 있다는 지적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정 이사장은 “코스닥시장이 모험자본 조달의 산실로 자리잡도록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며 “성장 잠재력이 높은 혁신 기업이 코스닥시장에 보다 용이하게 상장될 수 있도록 나스닥시장의 맞춤형 상장 요건을 벤치마크해 미래 성장성 중심으로 진입요건을 정비하겠다”고 언급했다.
이어 “첨단 기술주처럼 성장 잠재력이 높은 우량기업의 코스닥시장 유치를 적극 추진하겠다”며 “코넥스시장도 프리 코스닥시장으로 공고히 자리매김하도록 기능을 강화하겠다”고 덧붙였다.
정 이사장의 발언에 따르면 코스닥의 상장 요건을 미국 나스닥시장과 같이 기술성과 성장성에 맞춰 문턱을 낮추고 보다 많은 중소‧벤처기업에 상장의 기회를 열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실제 나스닥시장의 경우 코스닥에 비해 기술력과 성장성을 인정받을 경우 상장의 폭이 보다 넓은 편이다. 대표적인 예가 테슬라다. 적자기업이던 테슬라는 지난 2010년 2억6000만달러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음에도 나스닥에 상장해 현재 시가총액이 500억달러에 달한다.
이미 코스닥도 기술특례상장 제도 등으로 기술력 있는 바이오‧IT 기업 등의 상장을 장려하고 있으며 올해부터는 아예 ‘한국형 테슬라 요건 상장’ 이라고 불리는 적자기업 상장특례 제도를 도입해 현재 1호 상장기업 탄생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상장 문턱 낮추기’가 코스닥 살리기의 근본적 해법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오히려 무분별한 상장으로 투자자들의 피해를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국지배구조원에 따르면 지난 2012년부터 올해까지 약 6년간 상장폐지된 기업의 수는 총 189곳으로 이 중 124곳이 코스닥 상장기업이었다.
전체 상장기업 중 10%에 해당하는 수준으로 주 상장폐지 사유 중에는 상장적격성 실질심사에서 부적격 판정을 받은 경우, 자본잠식 등 재무건전성 악화가 상당수를 차지했다. 상대적으로 수는 적었지만 최종부도, 매출액 기준 미달, 시총 기준미달, 파산신청 등도 다수 있었다.
지난달 27일 열린 거래소 국정감사에서 채이배 국민의당 의원은 “상장 기업에 대해서 거래소가 정기적으로 심사해 지배구조에 문제가 있으면 관리종목으로 지정하거나 상장을 폐지해 투자자를 보호해야 한다”며 “거래소가 지금은 이런 역할을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거래소가 당국에서 코스닥 상장을 활성화하라는 지침이 내려오면 실적을 내기 위해 연 100개가 넘는 업체를 상장시키기도 했다”며 “무분별한 상장으로 필터링이 제대로 되지 않아 투자자 피해가 나기도 한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