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후보·선임 과정부터 노조 등 반발 잇따라부산 출신 인사로 자칫 ‘지역 챙기기’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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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거래소가 우여곡절 끝에 신임 이사장으로 정지원 한국증권금융 사장을 선임했다. 그러나 이사장 선임 과정에서부터 불거져 나온 ‘낙하산 논란’과 현재 거래소가 직면한 여러 과제를 일소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남아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 이사추천위원회는 지난달 31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신임 이사장을 결정했다. 이에 따라 정 이사장은 오는 2일 오전 10시 거래소 부산 본사에서 취임식을 갖고 임기를 시작할 예정이다.

    정 이사장의 임기는 오는 2020년 11월 1일까지로 총 3년간이다. 

    1962년생인 그는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해 동 대학 행정학 석사를 졸업했다. 제27회 행정고시 출신으로 총무처, 재무부 경제협력국 사무관으로 근무했으며 금융감독위원회 감독정책과장, 금융위 금융서비스국장 및 상임위원을 거쳐 2015년 12월부터 한국증권금융 대표이사직을 역임해 왔다.

    정 사장이 거래소 이사장에 선임되면서 한국증권금융은 새로운 대표이사를 물색해야 한다.

    ◆ ‘낙하산’ 전임 이사장 물러났어도 끊이지 않는 논란

    문제는 전임자인 정찬우 전 이사장이 낙하산 논란 및 이전 정권의 비리 수사에 연루되면서 11개월만에 불명예 퇴진한 만큼 어느 때보다 ‘투명한 인사’가 강조됐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정 전 이사장 후임자에 대한 하마평에는 이례적으로 거래소 공채 출신 내부자들이 여럿 거론되기도 했다. 낙하산 논란을 일소하기 위해 거래소가 ‘파격 인사’를 단행할 수도 있다는 예상에서였다.

    하지만 정작 이사장 선임 과정에서 걸러진 유력 후보들은 내부 인사가 아닌 관 출신이나 현 정부 인사들과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인사들이었다. 이후 거래소 노조를 비롯한 내외부에서는 비판이 잇따랐다.

    논란을 의식한 거래소 후보추천위원회는 급기야 1차 서류모집 마감 직전 추가 모집 의사를 밝혔고 입후보 현황도 당사자 동의하에 공개키로 했다.

    그럼에도 논란은 쉽게 잦아들지 않는 분위기다. 거래소 노조는 당초 유력 후보로 언급됐던 김광수 전 금융정보분석원장이 돌연 사퇴하고 대신 정 이사장이 입후보 사실을 밝혔다는 점을 근거로 “추가공모 과정에서 금융위 출신들 간 돌려막기 회전문 인사가 있었다”며 “이사 후보 추천 과정에서의 개입 정황이 확실하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이사장을 선임한 임시주총을 구성한 거래소 주주들도 36개 증권·선물회사 지분율 88.17%와 중소기업진흥공단, 한국금융투자협회 외 한국증권금융이 2.12%를 갖고 있어 증권금융 대표 출신인 정 이사장과의 연관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이처럼 정 이사장 선임절차를 두고 노사 간 입장 차이가 격화되고 있는 만큼 향후 집단행동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 코스닥 살리기·조직 혼란 안정 등 산적한 과제

    거래소 내부적으로도 여러 선결 과제들이 쌓여 있다. 먼저 전임 이사장을 둘러싼 논란과 갈등으로 혼란스러운 내부 분위기 쇄신과 코스닥 등 상대적으로 소외받고 있는 시장의 균형 발전 등이다.

    실제 정 이사장은 선임 직전 언론을 통해 “코스닥 시장의 활성화가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언급한 바 있다.

    유가증권시장이 연일 신기록을 세우며 주목받고 있는 반면 코스닥 시장은 대장주들이 속속 이전하고 내실이 없다는 비판이 나오며 개혁이 필요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코스닥 시장의 육성 방안으로 우수한 유망기업의 적극 발굴 및 상장을 장려하는 한편 부실한 기업에 대해서는 엄격히 규제해 투자자 피해를 예방해야 한다는 지적이 동시에 나오고 있어 둘 사이의 ‘중용’을 지키는 것이 신임 이사장의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조직 안정을 위해서는 전임 이사장 때부터 노사갈등의 ‘씨앗’이 돼 온 지주사 전환 건에 대한 명확한 결론 마련도 시급한 상황이다.

    현재 정 이사장은 지주사 전환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은 상태지만 그가 부산 출신이라는 점, 지주사화를 요구해 온 부산 지역 시민단체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왔다는 설이 나오는 만큼 자칫 ‘고향 챙기기’에 나설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다.

    실제 정 이사장은 부산 대동고 출신으로 업계에 따르면 부산 출신 금융인 모임인 ‘부금회’ 멤버로 활동하기도 했다.

    이러한 점으로 이사장 선임 과정에서 부산 지역 단체들의 입김이 일부 작용했다는 설도 돌고 있다. 부금회는 거래소 지주사법 추진을 협조하기도 했다. 부산에 연을 둔 정 이사장 입장에서 지역의 요구 사항을 외면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