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양 증가·거래량 감소… 주택경기 침체 우려가 현실로대형건설사, 보유용지 축소… "안정적인 도급사업 선호"
  • ▲ 현대건설·포스코건설·GS건설의 공동 개발사업 '킨텍스 원시티' 부지 전경. ⓒGS건설
    ▲ 현대건설·포스코건설·GS건설의 공동 개발사업 '킨텍스 원시티' 부지 전경. ⓒGS건설


    미분양주택 수가 늘어나고, 주택거래량이 감소하는 등 주택경기 침체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앞서 1~2년 전 주택경기 침체 우려가 제기될 당시 건설사들은 사업성이 높은 자체사업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하려 했지만 전반적인 경기침체로 자체사업 확대는커녕 오히려 규모가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10일 국토교통부 자료를 보면 9월 말 전국 미분양주택 수는 모두 5만4420가구로, 전월 5만3130가구에 비해 2.4% 증가했다. 수도권은 1만311가구로 6.1% 늘었으며, 지방도 4만4109가구로 1.6% 많아졌다.

    미분양주택은 지난 3월부터 8월까지 감소세를 나타냈지만, 8월 들어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6·19대책에 이어 8·2대책, 10·24 가계부채 종합대책까지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규제책이 쏟아지면서 새 아파트를 찾는 수요가 줄어든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지방의 미분양아파트 증가세가 확연했다. 지방 미분양아파트 가운데 악성 미분양으로 꼽히는 '준공 후 미분양' 수는 7170가구 집계됐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최근 2~3년간 주택경기 호황으로 주택이 공급과잉 수준이고, 여기에 규제가 맞물리면서 미분양주택이 늘어날 조건이 갖춰진 상태"라며 "금리인상, 신DTI 시행, 주택 분양보증 축소 등으로 내년 주택 미분양 문제가 더 악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가계부채 대책과 금리인상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주택 수요자의 소비심리를 크게 위축시키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8월 한 달간 전국 아파트 거래건수는 계약일 기준 총 4만5172건으로, 7월 6만3172건에 비해 28.5% 줄어들었다. 이 중 서울 아파트의 계약건수는 모두 5136건으로, 7월 1만4978건에 비해 65.7% 감소해 전국에서 가장 감소 폭이 컸으며, 서울 외 지역에서는 세종시 거래량이 7월 557건에서 8월 253건으로 54.6% 줄어들었다.

    여기에 조만간 발표될 주거복지 로드맵에 어떤 규제책이 추가될 지 여부에 따라 한 번 더 위축될 가능성이 남은 것으로 보인다.

    이미윤 부동산114 책임연구원은 "앞으로 다주택자들이 얼마나 많은 주택을, 얼마나 싸게 내놓을 지가 집값과 거래량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가계부채 로드맵 발표 이후 내년 4월 양도소득세 중과 전까지 3~4개월간이 주택시장 분위기를 가르는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이 같은 상황은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앞서 3~4년 전부터 예고된 상황이다. 2014년 9·1대책으로 청약시장 진입장벽이 낮아지고, 기준금리도 인하되면서 '물 만난' 건설사들이 물량을 쏟아내면서 2~3년 뒤 입주물량이 몰아칠 것이라는 관측이었다.

    이에 건설사들은 주택시장 호황에 편승하는 한편, 자체 개발사업 역량을 키워나갔다. 자체사업은 용지매입부터 개발·기획→인허가→분양·마케팅→시공→사후관리까지 총괄하는 것으로, 공사비에서 공사원가를 제하고 이익을 남기는 단순 도급사업에 비해 이익률이 통상 2~3배 이상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자금조달이나 분양과정에서 시장 환경이나 규제 등에 따른 리스크를 감수해야 하는 단점이 있다. 반대로 현금이 풍부하고 자금조달 역량이 있는 대형건설사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사업인 셈이다.

    하지만 '디벨로퍼 역량 강화'를 선언한 대형사들은 오히려 자체사업 비중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상반기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시공능력평가 상위 10개사 중 보유 용지 현황이 공개되지 않은 포스코건설을 제외한 9개사의 총 보유용지는 2조4446억원어치로, 지난해 상반기 3조945억원에 비해 21.0% 줄어들었다.

    이 기간 GS건설이 2679억원에서 442억원으로 83.4% 감소하면서 가장 많이 줄었으며, 이어 △대우건설 -47.1% △현대엔지니어링 -42.0% △현대건설 -19.9% △SK건설 -16.1% △현대산업개발 -13.0% 등이 전년대비 보유용지 규모가 축소됐다.

    9·1대책을 통해 신규 택지지구 지정을 3년간 중단키로 하면서 용지 확보에 어려움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중견건설사들의 경우 보유용지 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자체사업의 핵심인 보유용지 확대에 적극적이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대형건설 A사 관계자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지고 입주물량이 늘어날 상황에서 리스크가 큰 자체사업보다는 수익률은 낮지만 안정적인 도급사업이 낫다"며 "더군다나 주택공급물량을 크게 늘이면서 주택현장 인원을 늘린 마당에 사업 규모를 축소하면 이들이 갈 곳이 없어진다. 주택사업을 계속 이어가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규모 개발사업을 일으키기보다는 도급사업을 여러개 하는 것이 더 낫다고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건설협회 관계자는 "앞서 여러 건설사들이 자체사업에 치중하다가 경영 위기에 봉착하거나 도산하는 경우가 있다 보니 리스크가 큰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글로벌 주택시장이 요구하는 디벨로퍼 역량이 강화돼야 하는 상황인데, 국내 주택시장 여건이 그렇지 못하다보니 역행하고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