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이후 의원입법 발의로 개정 계획… 국토부 등은 규제 강화 분위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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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내년 국제노동기구(ILO)의 핵심협약 비준을 추진하는 가운데 노동계가 올해 뜨거운 감자 중 하나인 필수공익사업장 규제 완화를 본격화할 전망이다.
국토교통부 등 관계 부처에서는 규제를 강화하려는 반면 노동계는 친노동자 성향의 새 정부에서 규제를 풀겠다는 의중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8일 민주노총 산하 전국공공운수노조 설명으로는 필수공익사업장의 필수유지업무가 과도하게 노동권을 제한하고 있어 노조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문재인 정부가 내년 ILO 핵심협약 중 단결권·단체교섭권 원칙 적용에 관한 협약(98호) 등 4개 협약에 관한 비준을 추진하는 만큼 올해 6·13 지방선거 이후 의원 법안 발의를 통해 법 개정에 본격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노조법은 철도·가스·병원·통신 등 국민 생활과 밀접한 필수공익사업장에 한해 합법적인 파업이라도 대체인력을 쓸 수 있게 예외를 두고 있다.
노동계는 대체인력 투입 등이 노동자의 기본권은 제한하고 기업의 영리 추구는 보호하는 모순을 보인다며 필수공익사업장에 대한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견해다.
대한항공 김성기 조종사노조 위원장은 "필수사업장으로 지정돼 단체행동권이 현격히 제한되다 보니 2016년 (임금협상 관련) 파업 때도 회사는 흑자를 내는 모순이 발생했다"며 "단체행동권은 회사를 압박하는 수단인데 파업 기간 흑자노선 위주로 필수유지업무를 집중하면서 회사는 파업 때도 이익을 챙기는 어불성설이 된다"고 설명했다.
대한항공은 2010년 필수공익사업장으로 지정됐다. 파업 중에도 국제선 80%, 제주노선 70%, 내륙노선 50% 운항 유지가 의무화돼 있다.
김 위원장은 "(국제선은) 평소에도 80%를 유지하기 쉽지 않은데 파업 중 이 수준을 유지하라는 것"이라며 "저비용항공사(LCC), 외항사 등 대체 항공편이 적잖은 상황에서 정부가 특정 사기업의 영리 추구에 특혜를 주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사정은 철도 쪽도 마찬가지다. 2016년 철도노조가 역대 최장기 파업을 벌였을 당시 한국철도공사(코레일)는 대체인력을 KTX 정상 운행에 집중 투입했다. 적자였던 화물열차는 평소의 40%대, 일반열차는 운행률 50~60%대를 유지해 해당 분기 영업수지가 흑자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부는 당시 7000여명의 인력이 파업에 참여했음에도 열차가 80%대의 운행률을 보이며 큰 차질 없이 운행됐다며 코레일 운영의 비효율성이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노동계는 철도가 필수공익사업장이어서 대체인력을 파업참여자의 50%까지 쓸 수 있게 예외를 두고 있고, 정부가 당시 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해 사실상 대체인력 투입에 제한이 없었다고 문제를 제기한다.
박준형 공공운수노조 정책실장은 "지난해 필수공익사업장 규제와 관련해 노조법 개정을 논의했다가 다른 관련 법 개정과의 연계 추진, 노동시간 쟁점화 등으로 미뤄진 측면이 있다"며 "올해는 지방선거 이후 (여당을 통한) 법 개정 발의 등을 통해 논의를 본격화할 생각"이라고 했다.
관련 정부 부처에서는 필수공익사업장에 대한 규제를 더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2016년 역대 최장기 철도파업을 겪은 국토부는 같은 해 10월18일 노조법 개선을 위한 협조공문을 고용노동부에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국토부는 노조법 71조에서 정한 필수공익사업 범위에 철도화물을 포함하고 시행령도 손질해 승강문 등 안전과 관련된 승무 업무를 필수유지업무에 추가할 필요가 있다고 개선안을 냈다.
국토부 관계자는 "철도파업이 자주 발생하는 가운데 필수공익사업에서 빠진 화물운송은 거의 운송이 중단되다시피 해 피해가 크다"며 "항공은 여객과 화물이 모두 필수공익사업에 포함된 상태"라고 부연했다.
이에 대해 고용부 관계자는 "(고용부가 법 개정을) 일방적으로 할 수 없다. 실태조사 등을 거쳐야 한다"는 태도다.
일각에서는 친노동자 성향을 보이는 새 정부에서 필수공익사업장 관련 규제가 완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본다.
문재인 정부가 국정과제의 하나로 노동존중 사회 실현을 제시하고 노조조직률 높이기, 노동 기본권 보장 등을 추진한다는 방침이어서 파업권을 제한하는 필수공익사업장 규제 역시 도마 위에 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국정과제에 필수공익사업장과 관련한 논의를 언제 어떻게 한다는 구체적인 내용은 없다. 정부는 전문가위원회를 구성해 취약노동자의 노동권 보장 등과 관련해 논의할 계획"이라며 "(다만 노동 존중사회 실현이라는) 전체적인 큰 틀 안에서 논의가 진행될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필수공익사업장 규제 완화가 올 하반기 노동분야 뜨거운 감자로 떠오를 가능성이 점쳐지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