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차손 때문에… 전년동기 대비 견조한 매출 불구 '영업익-순이익' 큰 폭 하락"사업현장 '재무건전성-수익성 강화' 초점… "대대적 조직쇄신 관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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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종로구 소재 현대건설 본사. ⓒ뉴데일리경제 DB
대림산업에 이어 현대건설도 4분기 '어닝쇼크'를 기록했다. 환 관련 손실로 순이익은 2010년대 들어 처음 십억원 단위로 내려앉았다. 재무리스크가 부각되면서 새로 선임된 박동욱 신임 대표이사 어깨도 한층 무거워졌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현대건설은 4분기 매출 4조2638억원·영업이익 2204억원·순이익 38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매출액은 지난해 4분기 5조3108억원과 비교해 큰 변동이 없지만,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시장예상치를 크게 밑돌았다.
영업이익은 2016년 1분기 2072억원 이후 가장 낮은 수치로, 지난해 4분기 3187억원에 비해서는 30.8% 급감했다. 이는 해외매출 부진 탓이 컸던 것으로 풀이된다. 3분기와 마찬가지로 신흥시장 매출이 감소하면서 영업이익이 줄어든 것이다.
실제 4분기 해외매출은 전년대비 31.8% 하락하면서 2017년 연간으로는 27.7% 하락률을 기록했다.
해외부문 원가율 또한 97.7%로 전년대비 3.0%p 악화됐다. 이는 특정 프로젝트에서의 추가손실이 아니라 전반적으로 해외매출 채권에 대한 보수적인 회계처리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대폭 주저앉은 순이익이다. 4분기 현대건설 순이익은 38억원으로, 지난해 4분기 2726억원의 1.39%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2010년대 들어 처음으로 십억 단위로 내려앉았다.
마지막 미착공 PF(프로젝트파이낸싱) 평택동삭 현장 대위변제 손실 300억원, 과징금(38억원)을 포함한 잡손실 100억원 외에 원화강세에 따른 환 관련 손실 1100억원이 반영되면서 급감했다.
A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일회성 요인이라 할 수 있는 환 관련 평가손을 제외하면 실적 부진의 주된 원인은 해외 매출액의 급감에 있다"며 "대형건설사들의 4분기 실적에 대한 우려감이 적지 않았는데, 현대건설의 경우 공사 진행률이 낮아진 것이 부진의 원인인 만큼 향후 실적과 관련된 리스크 요인은 제한적"이라고 판단했다.
결국 영업이익과 영업외이익 모두 구멍이 나면서 시장예상치를 크게 밑돌았다.
리스크 관리가 우선 과제로 떠오르면서 시장에서는 박동욱 신임사장 행보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전반적인 해외매출 채권에 대한 보수적 회계처리, 환 관련 손실에 따른 순이익 급감 등 일선현장에서의 판단보다는 재무관점에서의 잣대가 필요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올해 새로 선임된 박동욱 대표이사는 1988년 현대건설에 입사했지만, 1999년 현대차로 자리를 옮겨 재무관리실장(전무)까지 지낸 '재무통'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가 현대건설을 인수한 뒤 2011년 현대건설 재경본부장(전무)으로 복귀, 해외건설 공사 수익성을 높이고 내실 경영으로 재무구조를 탄탄하게 만드는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2년 연속 영업이익 1조원 달성에는 그의 공이 컸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정통 건설맨'인 정수현 전 사장(현 GBC 상근고문)이 수주와 영업에 주력해 외형성장에 방점을 두었다면, 재무통인 박 사장은 관리에서 발생하는 각종 문제 전반을 손질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공격적인 경영보다는 국내외 사업현장의 재무건전성과 수익성 강화에 초점을 맞춘 안정모드로 리스크를 관리하며 조직쇄신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뿐만 아니라 그룹 내에서 정 전 사장에 이어 두 번째로 건설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만큼 국내외 안정적 성장기반을 마련하는데 수월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현대엔지니어링과의 합병도 박 사장이 해결해야 할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수년 전부터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등과 맞물려 현대건설과 현대ENG 간 합병전망이 흘러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지분정리 및 승계작업에서 현대ENG 지분율이 높은 정의선 부회장이 경영권을 승계하려면 현대ENG와 현대건설의 합병작업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업계 일각에서는 당초 예상과 달리 정 전 사장이 갑작스럽게 물러나고 박 대표가 선임된 것에 대해 합병을 염두에 둔 포석이 아니냐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엔지니어 출신인 정 전 사장보다 재무전문가인 박 사장이 합병을 보다 매끄럽게 진행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건설의 실적만 두고 보면 절대 위기상황이 아니다. 합병이나 내실 다지기 등을 위해 재무 파트를 사장으로 선임하는 경향이 있다"며 "장기적으로 봤을 때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이 합병한다고 가정했을 때 회사에 대해 좀 더 파악하는 등 큰 틀을 짜기 위해서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 않겠느냐"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