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성 강화 기조에 검토 중단무정차 고속열차도 사실상 백지화… 前 정부 지우기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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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교통부가 고속열차 경쟁체제에 따라 올해 도입하려던 선로배분입찰제가 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 ㈜에스알(SR)의 통합논의에 묻혀 사실상 시행이 불투명해졌다.
정부 정책철학이 바뀌면서 경쟁에 기반을 둔 정책들이 설 자리를 잃어가는 가운데 기존에 발표한 철도정책도 하나둘 폐기절차를 밟고 있어 앞선 정부 정책 지우기라는 해석도 제기된다.
23일 국토부에 따르면 올해부터 도입하려던 선로배분입찰제가 보류 상태로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아직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국토부는 지난해 3월 2018년 선로배분기본계획을 발표하면서 올해부터 선로배분입찰제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수서발 고속철도(SRT) 개통으로 우리나라 철도 역사상 처음 경쟁체제가 갖춰지면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어 대비책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골자는 코레일과 SR의 운행노선이 겹치는 경기 평택~충북 오송 흑자 구간에 대해 출퇴근 시간대와 주말 열차 운행을 경쟁 붙여 서비스하겠다는 것이다.
국토부는 철도운영사별 안전·서비스 품질 평가와 함께 선로사용료 입찰을 벌여 황금시간대 열차 운영사를 결정한다는 구상이었다.
평택~오송 선로 용량은 편도 기준 하루 총 190회다. 안전 여건 등을 고려하면 하루 176~186회쯤 운행할 수 있다.
올해 기본열차운행횟수는 총 176회다. 코레일과 SR의 중장기 운송전략을 반영한 2021년 운행희망횟수는 총 361회다. 현재의 왕복운행횟수에 육박한다.
선로 용량이 한정된 상황에서 고속열차는 앞뒤 열차 간격을 수 킬로미터 둬야 한다. 열차 이용 수요가 많은 시간대의 열차운행 횟수를 늘리려는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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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는 그러나 문재인 정부 들어 공공성 강화가 화두로 떠오르면서 선로배분입찰제 도입을 사실상 무기한 미뤄놓은 상태다.
국토부 한 관계자는 "앞선 정부에선 경쟁을 통한 효율성 증대에 방점이 찍혀 정책 방향도 그렇게 잡혔지만, 현 정부는 정책의 큰 틀이 다르다"며 "정책도 추진동력이 있다. 중요시하는 가치와 여건이 달라져 구체적으로 검토하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다른 관계자는 "앞선 정부에서 선수가 2명(코레일·SR)이어도 경쟁은 가능하다는 취지에서 (선로배분입찰제 도입을) 추진했다"며 "이제는 코레일과 SR의 통합 여부를 따지는 상황이 오다 보니 도입 취지가 무색해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여당 의원 중에도 경쟁이 없는 게 과연 공공성인지에 대해선 이견이 있다"며 "하지만 정책 큰 틀(코레일·SR 통합)이 가르마 타지지 않은 상태에서 세부 과제를 추진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철도업계 일각에서는 새 정부 들어 기존에 발표했던 철도정책이 하나둘씩 보류·폐기되는 것과 관련해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설익은 정책도 문제지만, 충분한 검토나 보완, 공론화 과정 없이 앞선 정부에서 추진했던 정책과제라는 이유만으로 자동 폐기나 뒤집기 절차를 밟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이다.
올해 기타 공공기관으로 지정되고도 개통 1년 만에 최악에는 간판을 내려야 하는 상황에 맞닥뜨린 SR이나 사실상 백지화 얘기가 나오는 직통(무정차) 고속열차 도입 등이 대표적인 사례로 언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