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서울 미래유산으로 지정된 반포주공1단지 전경. ⓒ뉴데일리
    ▲ 서울 미래유산으로 지정된 반포주공1단지 전경. ⓒ뉴데일리

     

    재건축사업 시 해당 건축물 일부를 '미래유산'으로 남겨 보존하자는 서울시 조건부 승인에 찬반의견이 대립하고 있다.


    서울시는 강남구 개포주공1·4단지와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재건축 계획안 심의 과정에서 일부 동을 헐지 않도록 요구한 데 이어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재건축도 아파트 한 동과 단지 중앙의 '굴뚝'을 남기라는 조건을 달아 승인했다.


    이는 서울 내 역사적 가치가 있는 근현대사 유산을 지정해 문화재로 지정하는 서울 미래유산 사업의 일환으로, 80년 역사를 지닌 국내 최초의 아파트 '충정아파트'를 비롯해 △여의도 시범아파트 △서소문아파트 △성요셉아파트 등이 지정됐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1300년 역사 서울의 '흔적남기기'는 "후세를 위해서라도 필요한 일"이라며 찬성하는 입장이지만 "일방적인 가치 기준을 내세워 사유재산을 침범한다"는 반대의견도 만만치 않다.  


    찬성 측 주장처럼 미래세대를 위해 우리역사를 물려주는 것은 분명히 의미 있는 일이다. 하지만 전통적인 건축물이 아닌 현대식 아파트가 과연 보존할 만한 문화재적 가치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생각해 볼 문제다.


    실제 개포주공1단지의 경우 집 안에 난방용 연탄 아궁이가 설비됐다는 게 보존 이유지만 대부분의 가정이 내부 리모델링을 했기 때문에 아궁이가 남아있는 곳이 없다.


    이어 잠실주공5단지는 강남 도입 아파트 중 최초의 고층 아파트라는 점이 미래유산 지정 이유 중 하나지만 15층 중 4층, 길이로는 건물의 5분의 1만 남긴다는 방침이라 15층 원형대로 보존하지도 못한다.


    또 재건축단지 내 남겨진 동의 흉물스러움은 차치하더라도 재건축 허가권을 갖고 있는 서울시의 조건부 승인과 인센티브 협상을 통한 미래유산 지정은 형평성과 일관성에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특히, 남겨진 동에 대한 활용 방안을 재건축조합 측에 설계하도록 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처사다. 문화유산을 남기는 것에 대한 주체는 공이 돼야 하는데 사유재산이 서울시 미래유산으로 지정되는 과정까지 민간에 넘겼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남겨진 동이 어떻게 재탄생할지 형태와 용도 등은 주민들의 몫이라며 '다양성'을 부각시키고 있지만 서울시가 재건축 허가권을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조합에 전가된 사업설계 제안은 재건축으로 다가가기 위한 또 하나의 숙제에 불과하다.


    보존할 가치가 있는 건축물은 보존하는 게 옳다. 하지만 서울시가 사유재산인 낡은 아파트의 재건축을 승인해주면서까지 역사보존이라는 명문을 들이대는 것은 독단적 신념임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