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규제·적체 미분양 등 '장기침체' 우려재건축 안전진단 강화… 반사효과 기대
  • ▲ 자료사진. 최근 공급된 '과천 센트럴파크 푸르지오 써밋' 견본주택 내. ⓒ대우건설
    ▲ 자료사진. 최근 공급된 '과천 센트럴파크 푸르지오 써밋' 견본주택 내. ⓒ대우건설


    3월부터 본격적인 봄 분양시장이 열릴 예정인 가운데 업계에서는 계획물량이 소화되지 못 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정부의 지속적인 규제에 미분양주택 및 입주물량 등이 쏟아지면서 이미 시장 분위기가 가라앉았기 때문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재건축 안전진단 강화에 따른 반사효과로 유동자금이 신규분양시장으로 몰릴 수도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하고 있다.

    27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3월 신규 공급되는 아파트 수는 모두 5만3459가구로, 올해 1~2월 두 달 치 2만1910가구 대비 3배에 육박하는 물량이 쏟아진다. 1분기 예정물량 중 67%가 공급되는 셈이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에 따른 시장 반응 모니터링과 설 연휴 및 평창 동계올림픽 등으로 인해 공급시기를 고민했던 건설사들이 분양 성수기인 봄철을 맞아 대규모 물량 공급을 계획하면서다.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에서는 총 4만9283가구가 분양될 예정으로, 전체 물량의 약 65%를 차지한다. 이 중 경기도에서 계획된 물량만 3만3518가구이며 서울은 1만1872가구, 인천은 3893가구가 각각 예정됐다.

    중견건설 A사 관계자는 "1~2월 전국적으로 유례없는 강추위가 계속된 데다 2월에는 동계올림픽 개최와 설 연휴가 끼어있어 건설사들이 분양시기를 늦추다보니 3월 역대급 물량이 공급되는 것으로 보인다"며 "3월 물량은 강남, 과천 등 부동산시장에서도 '핫 플레이스'로 꼽히는 지역에서 공급되는 만큼 수요자들의 치열한 청약경쟁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일단 업계에서는 예정물량이 100% 소화되긴 어렵다고 보고 있다. 정부의 잇단 규제책으로 시장 불안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청약 재당첨 제한 기준 강화로 통장을 쓰기 꺼려하는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고, 중도금 대출이 막힌 상황에서 실수요자 선호도가 높은 전용 85㎡ 이하는 가점제로 뽑게 되면서 이전만큼 높은 경쟁률을 기록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앞서 정부는 2016년 6월 가계부채 대책을 발표하면서 분양가 9억원 이상 아파트 중도금 대출을 금지했다. 청약에 당첨되면 개인이 여윳돈이나 신용대출로 집값을 내야 한다. 여기에 지난해에는 10년 이상 무주택자의 청약 당첨 기회를 늘리겠다며 서울 등 투기과열지구에서 청약가점제를 확대 시행하고 있다.

    문제는 최근 몇 년간 서울 집값이 크게 오르면서 전용 85㎡를 넘지 않으면서도 분양가가 9억원을 넘는 단지들이 생겨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달 대우건설이 경기 과천시에서 선보인 '과천 센트럴 푸르지오 써밋' 전용 84㎡의 분양가는 10억6700만원 안팎이었다.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될 정도로 부동산시장 열기가 뜨거웠던 과천에서 올해 처음 분양된 단지인데다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저렴해 '로또 청약'이 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지만, 결과는 달랐다. 9개 평형 중 1순위에서 미달된 2개 타입은 모두 중산층이 선호하는 전용 84㎡이었다.

    분양업계 한 관계자는 "전용 84㎡의 경우 주요 수요층이 상대적으로 자금력이 부족한 3040세대인데, 이들이 중도금 조달 부담에 청약을 포기해 미분양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뿐만 아니라 가뜩이나 입주물량 증가로 미분양과 역전세난이 심각한 상황에서 분양물량까지 쏟아지면 시장 분위기가 지금보다 더 침체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국토교통부 집계 결과 지난해 말 기준 전국 미분양주택은 5만7330가구로 나타났다. 수도권은 1만387가구로, 연초 1만8938가구에 비해 45.2% 줄어든 반면, 지방은 4만6943가구로 같은 기간 16.3% 증가했다.

    시장에서는 지방 미분양 증가의 원인을 일시적 개발호재에 따른 과도한 주택공급에서 찾고 있다. 혁신도시 조성이나 공공기관 이전 등 호재가 있었지만, 수요에 비해 과도하게 물량이 집중되면서 미분양 사태가 벌어졌다는 것이다.

    이 같은 미분양 사태가 최근 들어 수도권으로 확산되고 있다. 수도권에서 공급된 일부 아파트의 경우 분양가보다 낮은 가격에 매물이 나오고 있을 정도로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단기간에 아파트 공급이 늘자 전셋값이 떨어지고 금리 상승과 정부 규제 등이 겹치면서 매매가도 악영향을 받은 것이다.

    한국감정원 시세조사 결과 올해 1월 한 달 동안 전국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0.14%, 경기는 0.06% 올랐는데, 이 기간 평택은 0.43% 하락했고, 화성·시흥·용인·안성 등은 0.7~0.23% 내렸다.

    조은상 리얼투데이 팀장은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면서 지방시장 하락은 이미 지난해부터 예견돼 왔는데, 올 들어 구체적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며 "상대적으로 공급이 많았던 지역의 경우 또 다시 물량이 쏟아지면 미분양이 될 가능성은 그만큼 큰 게 당연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지방을 비롯해 수요대비 분양물량이 과도한 지역에 대한 집중 관리 및 장기적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다만 일각에서는 최근 정부가 재건축 안전진단을 강화하면서 반대급부로 신규 분양물량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장기적으로 재건축 물량 공급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면서 분양시장에 수요자들의 눈길이 신규 아파트로 쏠리고 있는 것이다.

    재건축 안전진단 강화는 내달 초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이번 조치로 강남을 비롯해 목동, 상계동 등 10만여가구에서 재건축이 전면 중단될 위기에 놓였다. 재건축 연한 30년은 채웠지만, 심각한 구조적 결함이 없는 이상 재건축 추진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이에 벌써부터 올해 입주하는 아파트는 물론, 새 아파트에 관심이 몰릴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국토부 발표 이후 재건축 아파트 매매가 상승폭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부동산114 시세를 보면 2월 4주 재건축 아파트 상승폭은 0.15%로, 전주 0.78%의 5분의 1 수준에 그쳤다. 노원과 목동 등 재건축을 기대했던 단지들은 적게는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5000만원까지 가격이 떨어졌다.

    투자처를 잃은 목돈은 자연스럽게 분양 예정 단지로 쏠릴 것으로 보인다. 신규분양으로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대형건설 B사 관계자는 "재건축 안전진단 강화는 단기적으로는 집값을 잡을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풍선효과를 불러올 것"이라며 "공급 부족이 제기되고 있는 서울 부동산시장에 추가 재건축 물량이 못 나오면서 신규 분양물량에 관심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