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인천 고속도 등 3개 사업 재정 건설 협의… 국고보조율 민자사업과 비슷도공, 나머지 사업비 떠안아야… 부채규모 27조→2023년 35.5조
  • ▲ 경부고속도로.ⓒ연합뉴스
    ▲ 경부고속도로.ⓒ연합뉴스

    정부가 공공성 강화를 기치로 내세우면서 한국도로공사의 빚잔치가 예고되고 있다.

    정부는 도공의 부채비율 전망이 양호하다며 부담을 떠넘기는 모양새다. 그러나 현재 27조원의 부채를 진 도공은 2023년에는 35조5000억원쯤의 빚더미 위에 올라앉을 것으로 예상된다.

    7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민자사업 제안이 들어와 적격성 심사 중인 11개 도로 사업 중 3개를 재정사업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기획재정부와 협의 중이다.

    국토부가 재정 당국과 협의하는 3개 사업은 안산~인천, 계양~김포, 부산신항~김해 고속도로 건설사업이다.

    이들 사업은 2016년 민자사업 제안이 들어왔다. 국토부가 이들 사업의 재정사업 전환을 추진하는 것은 문재인 정부의 정책 철학인 공공성 강화와 맥이 닿아 있다.

    국토부는 국가간선도로망 사업계획에 포함된 일부 노선사업을 공공성 강화 차원에서 재정사업으로 추진한다는 구상이다.

    안산~인천 고속도로는 국가간선도로망인 수도권 제2외곽순환고속도로에 포함돼 있다. 부산신항~김해 고속도로는 동남권 신항 연결사업의 하나다.

    문제는 재정사업 전환에 따른 국고 보조율이 결정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돌려 말하면 사업시행자인 도공은 사업비 부담 규모가 어느 정도일지 감도 잡지 못한 채 정부 정책에 마냥 끌려갈 수밖에 없는 처지인 셈이다.

    알려진 바로는 정부는 이들 사업을 재정사업으로 추진해도 국고 보조율은 민자사업과 같은 17~20% 수준을 유지할 계획이다.

    국토부는 이런 내용이 알려지자 지난 6일 보도참고자료를 내고 "도공의 재정 건전성을 고려해 투자 가능한 범위 내에서 추진할 계획"이라고 했다. 다만 구체적인 국고 보조율은 밝히지 않았다.

    국토부 한 관계자는 "타당성 조사, 기본·실시계획 등의 절차를 거쳐 사업비가 산출되면 재정 당국과 협의할 것"이라며 "아직은 (국고 보조율 수준을) 말하기 곤란하다"고 설명했다.

    도공 한 관계자는 "(도공으로선) 정부 정책을 따를 것"이라며 "다만 알려진 국고 보조율 17~20%는 민자사업으로 추진할 때의 지원율로, 정부와 협의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현재 재정고속도로는 통상 국토부가 40%쯤을 출연금으로 지원한다. 나머지는 도공이 채권을 발행하거나 수익금으로 건설한 뒤 나중에 통행료를 거둬들여 비용을 회수하는 방식을 취한다.

    그나마 2014년 이후 정부 출연금 규모가 50%에서 40%로 줄어든 상태다. 그만큼 도공 부담이 늘어났다는 얘기다.

    안산~인천 등 3개 고속도로의 추정 사업비는 총 3조1000억원쯤이다. 20% 국고 보조율을 적용하면 건설사업비 2조4800억원쯤을 도공이 떠안아야 한다는 계산이다.

    지난해 민자에서 재정사업으로 전환한 서울~세종 고속도로의 경우, 국토부는 총사업비 8조1000억원 중 보상비와 함께 민자제안사업 수준인 공사비 10%만 지급한다고 밝혔다. 나머지 공사비 90%는 도공이 부담할 몫으로 남았다.

    안산~인천 등 3개 고속도로를 민자사업으로 추진하면 예상 통행료는 안산~인천 고속도로의 경우 2097원이다. 이는 도공이 책정한 재정고속도로 통행료보다 1.2배 높다.

    이들 고속도로가 재정사업으로 건설되면 통행료는 내려간다. 정부는 공공성을 강화했다며 생색을 낼 수 있다. 반면 도공은 건설사업비 조달을 위해 빚을 낼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6월 말 현재 도공의 부채 규모는 27조1916억원이다. 도공은 지난해 기재부가 밝힌 2016년 공공부문 부채 규모 상위 5개 비금융 공기업 중 한국토지주택공사(LH·120조), 한국전력공사(88조), 한국가스공사(29조)에 이어 4위에 올랐다.

    국토부는 도공의 부채비율이 85.8% 수준이고 오는 2024년 이후 웬만한 도로 공사가 완공되면 매년 4조원쯤의 현찰이 들어오는 구조여서 재원조달에 큰 문제는 없다는 태도다.

    하지만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박찬우 전 의원이 도공으로 받은 재무변동 추이 자료를 보면 도공은 매년 부채에 따른 이자 비용으로만 1조원쯤을 쓰고 있다. 2016년에는 영업이익으로 이자 비용조차 충당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설상가상 명절 고속도로 통행료 무료화 등의 정책으로 말미암아 도공의 주 수익원인 통행료 수입도 일정 부분 감소가 불가피한 실정이다.

    우리나라 재정고속도로 통행료 징수는 통합채산제를 채택하고 있다. 도로를 노선별로 구분해 관리하지 않고 모든 도로를 하나의 도로로 간주해 운영한다.

    통합채산제 관점에서 보면 우리나라 전체 고속도로의 건설비용 회수율은 30% 수준에 그친다. 그나마 유료도로법상 이미 30년 징수 기간이 지난 경부선, 경인선 등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도공이 경영 합리화 등을 통해 부채비율을 낮춰도 부채 규모는 매년 늘어나는 이유다. 국토부 분석으로는 2023년 도공의 부채비율은 84%까지 낮아지지만, 부채 규모는 35조5000억원까지 늘어난다.

    지난 대선에서 통행료 무료화 공약이 등장했을 때 도공 내부에서 고속도로 투자 재원 확보나 유지관리에 구멍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던 배경이다.

    일각에서는 도공의 부채비율보다 차입금 의존도를 더 눈여겨봐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매출과 이익이 감소하는 상황에서는 재무적 고정비인 이자 비용이 부담이 되는데 단순 부채비율로는 이를 판단하기 곤란하다는 것이다.

    통상 차입금 의존도가 30% 이하일 때 재무 안정성이 있다고 전해진다. 도공의 2016년 현재 차입금 의존도는 42%대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