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제 전환·경영 쇄신… 유력인사 '사외이사' 선임경기침체 우려… 유관사업으로 '다각화' 도모
  • ▲ 자료사진. 기사와 무관. 최근 열린 KB금융지주 임시주주총회. ⓒ연합뉴스
    ▲ 자료사진. 기사와 무관. 최근 열린 KB금융지주 임시주주총회. ⓒ연합뉴스


    주요 상장 건설사들의 주주총회 일정이 속속 계획되면서 상정 안건에 대한 업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전반적인 실적 호조에 따라 무난하게 진행될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지주사 체제 전환이나 관리체제 변경, 경영쇄신 차원 등 유력인사의 사외이사 등록이 눈에 띈다. 다른 한편에서는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건설경기에 대비해 추가사업을 정관에 올리는 안도 검토될 예정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산업개발은 지주회사(HDC)와 사업회사(HDC현대산업개발)로 인적 분할하는 지주사 체제 전환계획(분할계획서)을 23일 주총에서 안건으로 올린다. 현대산업개발은 지난해 말 투자회사와 사업회사로 나누는 인적분할을 결의한 바 있다.

    HDC는 자회사 관리와 부동산임대사업 등 사업 포트폴리오 고도화에 주력하고, HDC현대산업개발은 주택·건축·인프라 등에서 전문성을 강화하는 등 경쟁력을 높인다. 분할계획서가 통과되면 5월1일부로 현대산업개발은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된다.

    신제윤 전 금융위원장과 이방주 JR투자운용 회장의 사외이사 선임도 안건에 포함됐다. '금융통'인 신제윤 전 위원장과 부동산 투자전문가인 이방주 회장의 시너지를 통해 부동산 금융 분야에서 새 먹거리를 찾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신 전 위원장의 경우 부동산신탁 전문회사인 아시아신탁의 경영에 참여하고 있으며 이 회장은 1999년부터 2006년까지 현대산업개발 대표이사 사장을 지낸 바 있다.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종합 부동산·인프라그룹'을 지향하는 회사가 부동산 분야 강화 차원에서 부동산·금융 전문가를 경영진으로 모셔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22일 주총이 예정된 삼성물산은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를 분리해 이사회 중심의 거버넌스 체계를 정립한다. 대표와 이사회 의장의 겸직이 기업 투명성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지난 4년간 대표와 건설부문장을 역임한 최치훈 전 사장이 이사회 의장을 맡을 예정이다. 최 전 사장은 첫 의장으로서 이사회 관점에서 중장기 회사 전략을 경영진에 조언하고 주주가치 제고 차원에서 주요 주주 및 투자자 등의 의견을 수렴해 이사회에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이영호 건설 부문 사장을 비롯해 고정석(상사 부문)·정금용(리조트 부문) 사장은 각각 사내이사로 선임한다.

    경영쇄신 차원에서 필립 코쉐(Philippe Cochet) 전 제네럴일렉트릭(GE) 최고생산책임자(CPO)를 첫 외국인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것도 주목된다. 그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 분야인 '스마트 팩토리'의 글로벌 최고 전문가로 꼽힌다.

    이와 관련, 삼성물산 측은 "필립 코쉐씨가 전문경영인의 식견으로 삼성물산의 건설·바이오 등 주력 사업 부문에 유용한 조언을 하고, 유럽·미국 기업문화 경험을 바탕으로 거버넌스 측면에서 의미 있는 조언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GS건설은 참여정부 시절 검찰총장을 지낸 정상명 변호사(정상명법률사무소)를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으로 선임한다. 정 변호사는 2007년 검찰총장 자리에서 물러난 뒤 아시아경제신문 고문, STX중공업·대신증권 사외이사를 역임했으며 특히 지배구조 개선을 추진 중인 효성에서도 사외이사를 맡고 있어 GS건설에서도 기업 지배구조 재편 과정에서 역할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GS건설은 '소방시설설계업'을 새로운 사업 분야로 추가한다. 이에 따라 플랜트 공사시 필요한 소방시설 등을 GS건설이 직접 설계할 수 있게 된다. 삼성물산·현대건설 등과 같은 대형사들은 사업 목적에 소방시설설계업이 이미 있으나, GS건설의 경우 최근까지 관련 항목이 없었다. GS건설은 그동안 플랜트 내 소방시설을 외부 업체에 맡겨 만들어왔다.

    GS건설 관계자는 "크게 사업을 확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앞으로 플랜트 내부 소방시설설계를 외부업체가 아니라 GS건설이 직접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박일동 전 한국수출입은행 부행장을 사외이사로, 오형식 현 사외아사(서울대 산업공학과 명예교수)를 감사위원으로 각각 선임하는 안건을 올릴 예정이다.

    또한 사채 발행 권한을 대표이사에게 위임하는 정관변경안을 상정한다. 이사회는 사채의 금액·종류를 정해 1년이 넘지 않는 기간 내에 사채 발행을 대표에게 위임할 수 있다는 애용이다.

    한라는 부동산 사업 확대와 재무관리 강화 차원에서 우리은행 행장 후보로까지 거론됐던 김승규 전 우리은행 부행장을 신규 사외이사로 초빙할 예정이다.

    대림산업의 경우 정관변경을 통해 내부거래를 점검·감시하는 내부거래위원회를 이사회 산하에 신설하고 해당 이사를 선임한다. 이는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계열사간 부당 내부거래 조사를 받은 후 내놓은 경영쇄신안에 따른 조치다. 당시 대림산업은 투명하고 윤리적인 경영을 위해 일감 몰아주기 해소와 지배구조 개선, 상생협력 등이 담긴 경영쇄신안을 발표했다.

    위원회가 신설될 경우 계열사간 이뤄지는 대규모 내부거래, 이사의 자기거래, 이사의 겸직 사항 등에 대해 사전 검토와 심의를 거쳐 이사회에 안건을 상정하는 역할을 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사와 감사위원 선임 대상은 현재까지 미확정이다.

    건설경기 불확실성에 대비한 사업 다각화 차원에서 정관을 변경하는 경우도 있다. 한신공영은 23일로 예정된 주총을 통해 해외시장과 관련한 사업 영역을 새롭게 추가할 계획이다.

    베트남을 중심으로 토목·건설 분야에서 해외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한신공영은 '국내 및 해외 물류업'을 사업 목적에 추가한다. 기존에 있던 사업목적인 '해외 제조판매업'에는 서비스업이 추가되며 '금융 및 보험관리 서비스업'은 '국내 및 해외'가 추가돼 사업 영역이 확대된다.

    한신공영 측은 "이미 베트남 등 해외에서도 건설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만큼 차후 사업을 원활하게 진행하기 위해 해외 부문 물류업을 추가했다"며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어떤 사업을 진행할지는 알 수 없으나, 실제 사업에 착수하기 전 미리 알리기 위해 사업목적을 추가, 변경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동부건설의 경우 '환경관리대행업'을 새 사업목적으로 넣는다. 기존에 운영하고 있는 소각사업장을 지속 운영하기 위해 새롭게 추가된 환경관리 등에 대한 자격 조건을 충족해야 하기 때문이다.

    동부건설 관계자는 "지속적인 소각사업의 수주를 위해서는 정부에서 요구하는 시준을 맞춰야 하기 때문에 새롭게 사업 목적을 추가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코오롱글로벌은 22일 주총을 통해 '식품접객업'을 새 사업목적 중 하나로 추가한다. 이미 운영해오고 있는 골프장 내 식품매장 운영을 위한 결정이다.

    한편, 대우건설은 해외사업 부실로 매각이 무산된 책임 문제가 제기될 것으로 예상된다. 추후 매각작업을 재개하기 위해서는 시장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급선무이기 때문이다.

    대주주인 KDB산업은행은 논란을 무릅쓰고 대우건설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호반건설을 선정했다. 하지만 모로코 사피 복합화력발전소 등의 부실이 뒤늦게 드러나면서 매각이 무산됐다. 대우건설은 지난해 4290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면서 흑자전환에 성공했지만, 4분기에는 3000억원의 부실이 반영되면서 1515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매각작업이 장기화되고 신용등급 하락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산업은행이 주총 이후 인력 감축 등을 통한 대우건설 기업가치 제고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이를 위해 인력감축과 조직 개편 등을 단행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매각책임론과 분위기 쇄신을 위해 송문선 사장 등 경영진을 교체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