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면세점 경쟁 우위… 롯데·신세계는 패널티 부과 대상듀프리·현대백화점도 입찰 의지 보여… 막판 변수 예측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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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국제공항 제 1터미널(T1) 면세점 운영권 입찰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롯데와 신라의 치열한 기싸움이 시작됐다. 롯데가 반납한 면세점 사업권을 차지하려는 신라와 이를 되찾으려는 롯데의 팽팽한 줄다리기가 심리전을 부추기고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이번 인천공항 T1 면세점 운영권 입찰은 그 어느때보다 변수가 많아 막판까지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싸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입찰 의사를 보인 기업 중 경쟁 우위를 점하고 있는 곳은 신라면세점이다. 롯데면세점은 높은 임대료 때문에 사업권을 반납한 뒤 다시 입찰에 참여하기 때문에 공사로부터 패널티를 부과받을 전망이다. 신세계면세점도 지난 2016년 김해국제공항 면세점을 철수해 패널티 대상에 속한다. 반면 신라는 감점 요인이 없어 경쟁 업체에 비해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고 있다는 평가다.
이번 면세점 사업권 입찰은
업계에서는 신라가 2개 사업권을 모두 따낼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중복 낙찰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공사는 이번 후속 사업권 낙찰자 선정을 위해 사업능력(60%)과 입찰가격(40%)을 종합 평가해 합산 점수의 고득점순에 따라 사업자를 선정하게 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신라가 이번 입찰에서 2개 사업권을 모두 따낼 것인가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며 "만약 신라가 2개를 다 딴다면 독과점 논란이 있을 수 있고 1개 사업권만 따게 된다면 나머지 하나를 누가 차지할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는 의견을 전했다.
신라면세점이 2개 사업권을 독차지할 경우 독과점 논란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신라면세점이 화장품·향수 사업권을 획득하면 시장 독과점이 우려된다며 중소면세점들이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티면세점이 신라면세점의 낙찰을 막기 위해 인천공항공사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한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독과점 논란에 불을 지폈다.
중소 면세업계 측은 "제1터미널 서편에서 화장품·향수 품목을 운영하고 있는 신라면세점이 동편 및 탑승동의 화장품·향수를 추가 낙찰받을 경우 시장점유율이 90%를 넘어 완전 독점하게 되며 중소 면세업계는 경쟁에서 완전히 밀리게 된다"며 "품목 독점을 막기 위해 면세점 사업권을 분할해 입찰에 부치는 것인데 신라가 독차지하게 되면 그 의미가 퇴색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라면세점은 지난 3일 공사가 제안한 T1 면세점 27.9% 임대료 인하안을 업계 중 가장 먼저 수용했다. 다른 면세 사업자들과 중소 면세 업체들이 모두 반대 의사를 고수할 때 신라가 이를 수용하면서 다른 업체들도 뒤이어 수용 의사를 밝혔다. 일부에서는 신라가 이번 T1 사업권 입찰시 공사 측에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 합의에 선도적으로 나선 것 아니냐는 지적도 새어나왔다.이번 입찰의 가장 큰 변수는 롯데면세점의 강력한 T1 면세 사업권 수성 의지다.
롯데면세점은 인천공항 내 높은 임대료 수준을 감당하지 못해 1870억원의 위약금을 물고 인천공항 사업을 철수하기로 했다. 그러나 공사 측이 DF1과 DF8을 통합한 임대료를 이전 대비 30%, DF5는 이전 대비 48% 가량 낮추자 롯데는 체면 불구, 이번 입찰에 참여하기로 한 것이다.
면세 업계 관계자는 "롯데가 인천공항 철수 전 공항 측에 수차례 임대료 조정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롯데면세점 철수 확정 후 공사 측이 조정해 내 놓은 임대료가 롯데가 원했던 수준의 인하폭과 맞아 떨어지면서 롯데로서는 입찰에 참여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장선욱 롯데면세점 대표이사도 지난 18일 서울 송파구 롯데호텔월드에서 열린 '2018 롯데 HR포럼'에서 "인천공항 면세점은 포기할 수 없는 곳"이라며 "입찰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밝혀 롯데면세점의 강한 입찰 의지를 내비쳤다.
여기에 세계 1위 면세사업자인 듀프리글로벌과 한국법인인 듀프리토마스쥴리코리아도 입찰 의지를 보이고 있어 막판 변수가 될 전망이다.
듀프리토마스쥴리코리아는 김해국제공항 면세점을 운영하고 있는데 해당 사업 기간이 만료되면 국내 사업 거점이 사라지게 된다. 이에 듀프리로서도 전세계 공항면세점 매출 1위인 인천공항에 둥지를 마련해두는 전략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번에 공사 측이 임대료 인하와 함께 면세점 사업 경험이 없는 유통기업도 입찰에 참여할 수 있도록 자격 요건을 완화하면서 현대백화점도 새로운 변수로 등장했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가 빠진 T1 입찰에 대한 각 업체의 명분과 의지가 확실한 상황"이라며 "사전 물밑 작업이 치열해 벌써부터 업체 간 진흙탕 싸움이 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면세점 사업 수익성이 많이 떨어진 상황이기 때문에 다들 크게 무리를 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이번 입찰이 알짜 사업구역이기 때문에 변수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며 "막판까지 승부를 예측할 수 없는 경쟁이 될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을 전했다.
한편 이번 입찰 설명회에는 롯데와 신라, 신세계디에프, 현대백화점, 한화갤러리아, HDC신라, 두산 등 국내 7개 업체와 듀프리글로벌, 듀프리토마스쥴리코리아 등 총 9개 기업의 참여 의사를 밝혔다. 공식 입찰 기간은 오는 5월 23일까지다.
입찰에 참여하는 업체는 이날까지 사업계획서와 입찰 가격을 제시한 뒤 공사가 고득점자 사업자를 관세청에 넘겨주면 관세청 특허심사위원회 평가를 거쳐 최종 사업자를 선정하게 된다. 빠르면 6월말 7월초 께 판가름이 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