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기업 밸류업 지원' 2차 공동세미나 개최모자 간 '중복 상장' 관련한 자율 공시 추가상장사들 공시 자율성 의지 '물음표'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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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류업 가이드라인'이 베일을 벗은 가운데 기업 내 '쪼개기 상장'(중복 상장) 논란이 사그라질지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쪼개기 상장은 'K-증시' 저평가의 주범으로 꼽히며 소액투자자들의 원성을 사 온 만큼 이번 가이드라인이 쪼개기 상장의 근본적인 대안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상장사들에 연간 1회 등 주기적으로 기업가치 제고계획을 자율적으로 공시하도록 권고하는 가이드라인을 내놨다. 가이드라인에는 모자(母子) 기업간 중복상장이나 상장사 대주주의 비상장 개인회사 보유 등 기업지배구조 개선에 관해서도 자율공시를 하도록 했다. 이번 가이드라인이 '쪼개기 상장'에 제동을 걸 수 있을지 주목되는 대목이다.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상장기업은 기업가치 제고계획을 공시할 때 시장평가, 자본효율성, 주주환원, 성장성 등을 보여주는 재무지표를 설정해야 한다. 또 지배구조와 관련해 일반주주 권익제고, 이사회 책임성, 감사 독립성 등 비재무지표 중 사업현황에 맞게 중장기적 가치제고에 맞는 핵심지표를 선정, 중장기적 목표를 제시해야 한다.특히 모자회사 중복상장 이슈가 있는 경우, 모회사 주주의 권익을 보호·증진할 수 있는 계획을 설명하거나 물적분할후 분할자회사를 비상장 완전자회사로 유지하는 계획을 밝힐 수 있다고 가이드라인은 권고했다.쪼개기 상장은 기업의 구조조정과 사업부 매각을 쉽게하기 위해 도입됐지만 최근에는 국내 기업들이 수익성 높은 사업 부문을 분리 상장하면서 '중복 계상'(더블카운팅) 문제가 심화되고 있다. 그룹의 효자 사업들을 따로 떼어내면서 자연스레 모회사의 기업가치가 떨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쪼개기 상장만 줄어도 코스피지수가 30% 이상 오를 것이라는 진단이 나올 정도다.
이에 금융당국은 지난 2022년 '물적분할 자회사 상장 관련 일반주주 권익 제고 방안'을 발표해 주식매수청구권·공시·상장심사 등 쪼개기 상장 관련 투자자 보호장치를 마련했다. 정책 도입 후 쪼개기 상장 추진 건수는 제도 정비 전년 대비 45% 이상 감소했다.그러나 이 같은 대책 마련에도 △일부 주주 매수청구권 제한(이사회 결의 전 분할 관련 주주확정 기준일 결정) △미계획 공시에도 분할 직후 1개월 내 신설회사 매각 등의 사례가 발생하며 주주권한이 침해됐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주주들의 주가 하락에 대한 불만도 자연스레 커졌다. 과거 두산·카카오·LG화학 등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핵심 사업을 자회사로 상장시켜 모회사의 기업가치는 하락길을 걸었다.강창모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는 "모자 회사 동시 상장은 일반 주주 간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문제가 있다"며 "한국 증시 디스카운트를 만들어내는 이슈 중 하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주주의 비례적 이익에 대한 경영진과 이사의 충실의무를 명확하게 규정해 일반주주들의 이익을 대변할 수 있는 정책적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문제는 밸류업 정책이 아직 시행 초기인데다 기업들의 자율성이 얼마만큼 활성화될지 미지수라는 것이다. 특히 상장사들이 요구하는 인센티브·세제 지원 대책이 구체화되지 않았다는 점도 밸류업 정책에 대한 우려를 키우고 있다.게다가 기업 참여 유도를 위해 자율성을 과도하게 강조하면서 기업이 제시한 정보에 대한 신뢰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공시 내용 역시 기업이 선택할 수 있는 만큼 오히려 기업에 불리한 내용은 제외하고 주가 상승에 도움이 되는 요소만 선택적으로 제시할 수 있다는 문제도 제기된다.이에 대해 박민우 금융위 자본시장국장은 "기업의 공시 여부나 내용에 대한 진정성은 강제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진정성이 있는 계획이 공시가 되고 시장 평가가 우수해 해당 기업에 투자가 이뤄진다면 우리 기업도 한번 믿어달라라고 하는 기업들도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이날 "기업 밸류업은 긴 호흡으로 추진해야 할 과제이며, 기업가치 제고 계획 가이드라인은 기업 밸류업 지원 방안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며 "다양한 인센티브와 가이드라인, 컨설팅, 교육 등의 지원 방안을 활용해 상장기업이 기업가치 제고 계획의 수립·이행에 적극 참여하고, 투자자는 이러한 노력을 제대로 평가해 투자 결정에 반영해 줄 것을 기대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