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온라인 투자 대신 경영 효율화에 집중MBK파트너스 홈플러스 인수 3년, 본격 매각작업 착수 나설 것으로 전망 돼
  • ▲ 임일순 홈플러스 대표이사. ⓒ뉴데일리DB
    ▲ 임일순 홈플러스 대표이사. ⓒ뉴데일리DB

국내 최대 유통기업 롯데와 신세계가 온라인 사업으로 방향을 전환하면서 각각 3조원, 1조원의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밝혔다. 국내 최대 유통기업이 최대의 온라인 기업이 되겠다고 선언하면서 공격적인 선제 투자에 나섰지만 홈플러스는 여전히 이익 개선에만 골몰하고 있어 극명한 대비를 이뤘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대형마트 2위 홈플러스는 경쟁 업체인 롯데쇼핑과 이마트가 온라인 사업 투자 계획을 잇따라 밝히고 미래 먹거리 시장 선점에 뛰어드는 동안 이렇다 할 행보를 보이지 않고 있다.

홈플러스는 
지난 2015년 9월 7일, 국내 최대 사모펀드(PEF)인 MBK파트너스에 인수됐다 .올해가 3년 되는 시점인만큼 본격적인 매각 작업에 착수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투자 대신 경영 효율화에 매진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홈플러스는 MBK파트너스에 인수될 당시 향후 2년 간 1조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러나 이 투자금의 향방은 현재까지도 베일에 가려져있다. 지난해 말 취임한 임일순 홈플러스 대표이사는 올 3월 기자간담회를 열고 홈플러스의 사업 계획을 밝혔지만 투자에 대한 구체적인 얘기는 나오지 않았다.

당시 임 대표는 
온라인 시장 활성화 방안에 대해 언급했다. 홈플러스는 이미 상당한 규모의 온라인 사업을 진행하고 있고 지난 2년 동안 신선식품을 중심으로 한 온라인 사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구체적인 투자 계획이나 규모 등은 밝히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경영 전문가가 아닌 재무 전문가인 임 대표를 홈플러스 수장 자리에 맡긴 것도 홈플러스의 경영 방향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라고 입을 모았다. 

홈플러스는 올해 
직원들의 성과급을 지급하지 않기로 하면서 도마 위에 올랐다. 

홈플러스는 매년 지급해오던 성과급을 올해 지급하지 않았다. 경영 실적 악화를 이유로 들며 성과급 대신 특별격려금 30만원을 일괄 지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임일순 홈플러스 대표이사는 지난 10일 직접 임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
지난해 주요 사업 계획상의 성과 지표를 달성하지 못했고 전년 대비로도 실적이 악화됐다"며 "이사회가 정한 지급 기준에 의거해 성과급을 지급하지 않게 됐다"고 전했다.

홈플러스는 지난해(2017년 3월~2018년 2월) 흑자를 달성했다. MBK파트너스에 인수되기 전까지는 적자일 경우에도 20여년간 매년 성과급을 지급해오던 홈플러스였다.

업계 관계자는 "홈플러스가 사모펀드에 매각된 후 흑자로 전환했음에도 불구하고 성과급을 없애고 선제 투자에 나서지 않는 것은 본격적인 투자금 회수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며 "사모펀드 특성상 기업을 인수한 뒤 기업 가치를 최대한 끌어 올려 되파는 것이 목표인데 홈플러스의 경우 인수 만 3년이 도래하는 만큼 MBK파트너스가 본격적인 매각 작업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미래 먹거리에 대한 투자나 지속 경영에 대한 고민 없이 직원 성과급을 줄이고 경영 효율화를 통해 단기적인 이익을 도모하는 것은 기업 측면에서는 절대 건강한 성장이 아니다"라며 "홈플러스의 이같은 행보는 오히려 매각 작업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 ▲ 홈플러스. ⓒ뉴데일리DB
    ▲ 홈플러스. ⓒ뉴데일리DB

    MBK파트너스는 홈플러스 인수 당시 지분 100%를 5조8000억원에 매입하고 차입금 1조4000억원을 떠안는 방식으로 계약을 체결했다. 총 인수대금 7조2000억원으로 당시 아시아·태평양 지역 최대 규모의 빅딜이었다.

    문제는 3년 사이 유통 시장이 급변했다는 점이다. 대형마트 시장이 온라인과 모바일 등에 밀려 수익성이 저하되면서 롯데마트와 신세계 이마트 등 경쟁사들은 수익이 나지 않는 점포들을 정리하기 시작했고 온라인 쪽으로 사업 방향을 전환했다.

    신세계는 정용진 부회장의 주도 하에 쓱(SSG)닷컴을 중심으로 온라인 통합 작업에 나서면서 1조원을 투자해 아마존을 능가하는 온라인 센터를 건립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강희태 롯데쇼핑 대표이사는 롯데쇼핑과 롯데닷컴의 합병을 발표하고 오는 2022년까지 온라인 사업에 3조원을 투자해 매출 20조원을 달성하는 국내 최대의 이커머스 기업이 되겠다고 공언했다.

    반면 홈플러스는 대형마트의 최대 강점인 신선식품 제품과 서비스를 강화해 다른 온라인쇼핑과의 경쟁력 격차를 벌인다는 전략을 강조했다.

    홈플러스의 이같은 전략은 단기적으로는 성과를 내고 있다. 지난해 온라인 부문에서 약 120억원의 영업이익(감가상각 차감 전 기준)을 거뒀기 때문이다. 그러나 단순 효율성 개선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업계 관계자는 "단기간 내 사업 적자를 흑자로 전환하고 이익을 내는 것은 표면적으로는 경영을 효율화하고 개선한 것처럼 보일 수 있다"며 "그러나 기업의 진짜 가치는 미래 시장 성장성과 지속 경영 가능성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이어 "홈플러스는 내부를 쥐어짜는 방식으로 실적 개선에 집중하고 있는데 미래 먹거리를 위한 선제적인투자는 멈춰있다"며 "실적을 개선해 매각 작업에 나선다 해도 대형마트 시장 성장세가 주춤한 가운데 7조원이 훌쩍 넘는 홈플러스를 선뜻 사겠다고 나설 업체가 있을지도 의문"이라는 의견을 전했다. 

    이에 대해 홈플러스 측은 "홈플러스는 당장 회사를 매각하는 것이 아니라 리츠(부동산투자회사)를 통한 상장이 목표이며 현재 국토부의 인가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며 성과급과 관련해서는 "기업마다 목표 실적이 있는데 이를 달성하지 못하면 흑자나 적자와 관계없이 성과급을 지급하지 못하는게 일반적인데 노조 측의 일방적 주장만 부각되고 있어 안타깝다"는 의견을 전했다.

    이어 "홈플러스는 신세계나 롯데와 달리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를 짓지 않고 전국 142개 점포 중 120여개 점포가 자체 배송이 가능한 물류 시스템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온라인 사업 비중이 계속 커지고 있기 때문에 홈플러스도 이를 감안해 비효율성 점포는 정리하고 온라인 사업이 커지면 전용 물류센터 건립 투자도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