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오너들 보폭 넓혀
-
LG그룹이 4세 경영에 본격 돌입하면서 삼성·현대차·SK·LG·롯데 등 국내 5대 그룹에서 모두 세대교체 기조가 급물살을 타는 분위기다.
20일 재계에 따르면 LG그룹은 구본무 회장의 외아들인 구광모 LG전자 B2B사업본부 사업부장(상무)을 지주사인 ㈜LG의 등기이사로 내정하면서 구 상무로의 경영권 승계를 공식화했다. 다음 달 29일 임시 주주총회의 승인을 받으면 구 상무는 LG그룹의 경영 전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구 상무는 LG가의 4세대 경영자다. 이번에 경영권 승계가 이뤄진다면 이는 구 회장이 1995년 부친인 구자경 명예회장으로부터 그룹 경영권을 물려받은 이후 23년 만이다. 1978년생인 구 상무가 등기이사에 오르고 구 회장으로부터 지분승계 절차가 완료되면 머지않아 또 하나의 40대 총수가 탄생하게 된다.
재계 서열 1위 삼성그룹은 이건희 삼성 회장이 병상에 오른 뒤 장남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실질적으로 경영을 이끌면서 3세대 경영인으로의 승계가 사실상 마무리됐다. 다만 이 회장이 여전히 살아 있기 때문에 이 부회장의 경영 활동은 제한적이었고, 그룹 사장단 인사 등도 최소한의 규모로 이뤄졌다.이 부회장은 2016년 터진 '최순실 게이트'에서 뇌물과 재산해외도피 등의 혐의로 구속됐다가 올해 2월 석방된 뒤로는 2차례에 걸친 해외출장을 통해 오너의 존재감을 대내외적으로 부각시키고 있다. 특히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달 초 30년 만에 삼성그룹의 총수(동일인)를 이 회장에서 이 부회장으로 변경하면서 '이재용 시대'가 공식화됐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정몽구 회장이 공식적으로는 아직 경영을 총괄하고 있지만 외아들인 정의선 부회장이 대외 활동을 전담하며 경영 보폭을 넓혀가는 중이다. 정 부회장은 CES(소비자가전전시회), 뉴욕모터쇼 등 외부 행사에 활발히 참여하고 제네시스 브랜드 등 주요 신차의 출시 행사에 직접 모습을 드러내며 차기 총수로의 위상을 강화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최근 추진 중인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방안도 궁극적으로는 정 부회장으로의 경영권 승계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고 있다. 정몽구 회장은 2016년 말 최순실 청문회에 참석한 이후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일각에서 건강이상설도 제기되고 있으나 현대차 쪽은 "건강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최태원 SK 회장은 주요 그룹 중 가장 먼저 일찌감치 '젊은 총수'로 자리를 잡았다. 최 회장은 부친인 고 최종현 전 회장이 1998년 타계하자 38세의 나이에 SK㈜ 회장으로 취임한 이후 20년간 그룹을 지휘해오고 있다.
롯데그룹은 법정구속으로 수감 중인 신동빈 회장이 지난 1일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공정거래법상 롯데 총수로 공식 인정을 받게 됨에 따라 명실상부한 '원톱' 체제를 공고히 하게 됐다.
세대교체 바람은 5대 그룹 외에도 재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효성의 경우 조석래 회장의 장남인 조현준 회장이 지난해 초 회장직을 물려받으며 3세 경영으로 세대교체를 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는 그룹의 미래 성장동력인 태양광 사업을 총괄하며 보폭을 넓혀가고 있다.
정몽준 전 현대중공업 회장의 큰아들 정기선 부사장은 작년 11월 단행된 인사에서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하면서 현대글로벌서비스 대표까지 맡아 본격적으로 경영 전면에 나섰다.
이웅열 코오롱 회장의 장남이자 4세 경영인인 이규호 ㈜코오롱 상무는 올해 2월 코오롱글로벌의 자회사인 리베토의 초대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경우 최근 밀수·탈세 등 비위 혐의가 불거지면서 그룹의 불가피한 경영권 이양이 점쳐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