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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월드컵 개막일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유통업계가 평년보다 조용하다. 일반적으로 월드컵이나 올림픽 등 국제스포츠 행사의 경우 유통업계 대목 시즌이지만, 지난 평창올림픽에서 불거진 '엠부시' (공식 후원업체가 아니면서도 후원업체라는 인상을 줘 고객에게 판촉하는 마케팅전략) 마케팅 논란과 월드컵 성적에 대한 국민적 기대치가 낮아지면서 기업들이 적극적인 마케팅에 나서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러시아 월드컵 한국팀의 경기 시간은 스웨덴전 18일 21시, 멕시코전 24일 0시, 독일전 27일 23시 등으로 4년 전 대부분 새벽 시간에 편성됐던 브라질 월드컵보다 시청률이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간편 먹거리나 주류 등을 판매하는 편의점과 대형마트의 매출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CU에 따르면 2014년 브라질 월드컵이 열린 약 한 달(2014년 6월 13일~7월 14일)간 주요 상품의 매출을 분석한 결과, 전월 대비 맥주는 10.8% 매출이 올랐고 에너지음료는 19.4% 증가했다. 이 기간 마른 안주류도 전월 대비 10.7%, 냉장 즉석식 28.1% 신장하는 등 월드컵 효과를 누렸다.
한국 대표팀의 조별리그 세 경기가 있었던 3일은 광화문 인근 점포의 매출(00시~08시 기준)이 전월 대비 10배가량 올랐다.
당시 주요 판매 상품을 보면 생수는 전월 동기간 대비 22.1배, 커피 14.3배, 맥주 15.6배, 에너지음료 12.8배, 이온음료 9.9배, 마른안주류와 스낵류 각각 12.2배, 스낵류 14.1배, 간편식품도 12배 등 높은 신장률을 보였다.
TV 홈쇼핑 역시 2014년 브라질 월드컵 기간 매출 특수를 누렸다. 대표적으로 GS샵에서는 2014년 6월 23일 오전 3시 40분~4시 30분에 'Lotto 남녀 워킹화(3만2900원)'와 4시 30분~5시 30분 '프로스펙스 남녀 여름티셔츠 4종세트(9만9000원)'를 판매해 총 1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는 직전 주 비슷한 시간대 (3시~5시) 매출과 비교해 60% 이상 증가한 수치였다.
러시아월드컵이 다가옴에 따라 TV를 구매하는 고객도 증가하면서 전자제품 판매업계와 이커머스업계는 벌써부터 월드컵 특수를 누리고 있다.
롯데하이마트의 경우 TV 품목 전체 매출액이 전년 동기대비 20% 늘었고 65인치 이상 TV는 100% 급신장했다. 이마트의 가전 전문점 일랙트로마트 역시 TV 매출이 전년대비 총 174.9% 증가했고 이중 50인치 이상 제품의 신장률은 179.2%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전자랜드 역시 이 기간 TV 판매량이 2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G마켓과 11번가에서도 같은기간 TV 판매량이 각 78%, 46% 증가하는 등 월드컵 효과를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TV 신장률은 월드컵을 보다 크고 넓은 화면으로 즐기기 위한 고객들의 니즈가 반영된 결과라는 것이 관계자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월드컵 기간이 유통업계 대목으로 불리는 이유다. -
지난 2월 열린 평창동계올림픽부터 엠부시 마케팅 감시와 감독이 강화되면서 동계올림픽이 연상되는 평창이나 겨울 스포츠, 겨울 축제 등까지 사용하지 못하게 해 이번 러시아 월드컵 역시 마케팅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신세계백화점, 현대백화점 등은 이번 월드컵과 관련한 마케팅 계획이 없으며, 이마트와 홈플러스 역시 월드컵 계획이 전무하다. 롯데백화점의 경우 현재 마케팅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나마 롯데마트만 13일부터 27일까지 방문 고객을 대상으로 16강 진출 기원 이벤트를 진행한다. 해당 이벤트는 대표팀이 16강 진출 시 다음달 23일 추첨을 통해 16명에게 2018 산타페 4년 리스권을 제공하며, 응모객 전원에게 5만원 이상 구매 시 1600원 할인권을 증정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홈쇼핑업계도 이러한 논란을 의식해 러시아 월드컵과 관련한 마케팅을 대부분 진행하지 않을 예정이다. 다만 롯데홈쇼핑은 2002년 한·일 월드컵 기간 유행했던 문구인 '꿈★은 이루어진다'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경품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월드컵 기간 시청률 상승이 예상되는 만큼 맞춰 특집 방송은 준비 중이다. GS샵은 월드컵 기간 축구의 주 시청자인 남성들을 타깃으로 삼아 레포츠의류, 캠핑용품 등 남성상품을 주력 편성할 계획이며, 롯데홈쇼핑은 멕시코와 경기 있는 23~24일 새벽 2시까지 원데이 방송을 진행할 예정이다.
대규모 월드컵 마케팅이 사라진 데는 최근 대표팀 경기력이 부진하면서 국민적인 관심이 줄었다는 것도 업계 관계자들은 이유로 꼽고 있다.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지난 평창올림픽 기간 동계 올림픽이 연상되는 단어 자체가 금지되고 조직위원회로부터 경고까지 받은 기업도 있어 업계 전체가 눈치를 보고 있다"며 "여기에 최근 대표팀 경기력 부진으로 월드컵에 대한 국민적 관심까지 많이 사라졌다. 월드컵이 유통업계 성수기라는 점은 확실하지만, 현실적으로 대규모 마케팅을 진행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