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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최근 이통3사의 LTE 요금 원가까지 공개할 예정이라고 발표한 가운데, 이통3사는 물론 해외 주주들의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민간 기업의 원가 산정 근거 자료를 정부가 나서서 공개하는 것 자체가 시장경제에 반할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행위이기 때문이다.
업계는 해외 주주들이 2G, 3G 때의 원가 산정 공개 결정에 이어 LTE 요금 원가 공개 결정을 막을 수 있는 방법으로 행정소송 카드를 꺼내 들고 투자자국가소송제(ISD)를 준비할 가능성도 높다는 분석이다.
8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정부의 LTE 요금 원가 공개 등 또 다시 통신비 인하 압박에 나서면서 이통사 해외 주주들을 중심으로 ISD 제소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ISD는 지분 절반 가까이를 가진 해외 투자자가 상대국의 법령이나 정책으로 피해를 입을 경우, 세계은행 산하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에 제소해 손해배상을 받도록 하는 제도다.
투자 유치국의 규제나 정책 변화의 예측 가능성을 확보하고, 불합리한 차별로 인한 손해로부터 외국인 투자자 보호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
실제 국내 이통사 외국인 지분은 지난해 상반기(6월) 기준 SKT 43.3%, KT 49.0%, LGU+ 46.3%까지 증가한 것으로 전해졌으며, 최근 '선택약정할인율 상향-보편요금제 추진-5G 주파수 경매 시작가 3조 3000억원 책정'에 이어 LTE 요금 원가 공개 결정에 직접 투자자 뿐 아니라 간접 투자한 외국인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불만이 커지고 있다.
일부 해외 주주들은 이번 정부의 원가 공개를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행정소송밖에 없다며, 'ISD 소송' 카드를 만지작 거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1986년부터 2016년까지 진행된 국가간 협정에 근거한 ISD 소송은 총 767건에 달하며, 최근들어 제소 건수는 증가하는 추세다.
2015년에는 74건, 2016년에는 62건의 소송이 제기됐으며, 이는 지난 10년간(2006~2015년) 평균 49건에 비해 약 40% 늘었다.
특히, 본안 심사로 넘어갈 경우 투자자 승소율이 60%가 넘어 투자자 보호의 실효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ISD 투자자 승소 사례를 살펴보면, 미국 식품회사 '카길(Cargill)'과 멕시코 정부와의 사례를 들 수 있다.
카길사는 고과당옥수수시럽(HFCS)를 개발해 멕시코 탄산음료 시장을 장악했는데, 이에 멕시코 정부는 '설탕 이외의 감미료 사용 음료'에 20% 소비세(IEPS Tax)를 부과하고, 자국 설탕 사용시 세제 혜택을 약속했다.
이에 ICSID(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는 멕시코산 설탕 사용시 세제 혜택 부여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조약의 평등 조항 위반이라고 판단, 2009년 카길사에 멕시코 정부가 7730만 달러를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또한 '미국 투자펀드 AIG vs 카자흐스탄 정부' 사례가 있다.
AIG는 카자흐스탄 알마티에서 주상복합주택 프로젝트에 참여해 부지를 매입하고 건설계약을 체결했는데, 카자흐스탄 정부가 사업부지는 국립수목원 부지에 해당한다며 건설사업 중단을 통보했다.
이후 ICSID는 2005년, 국립수목원 부지라 하더라도 사업계약을 맺었다가 '보상없이' 건설사업 중단을 통보한 것은 관련 조약 위반이라며 AIG에 승소판결을 내렸다.
업계는 이 같은 해외 사례를 종합적으로 볼때, 정부가 이통사 해외 주주들의 소송 전이 임박했음을 인지, 더 이상의 과도한 재량남용을 자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글로벌 ISD 소송 사례를 살펴보면 가장 중요한 원칙은 정부의 행정조치와 규제가 법률 요건을 충족했는지, 또 투자자에게 합리성을 기반으로 예측 가능성을 제공했는지 여부"라며 "현재와 같이 정부의 과도한 통신시장 개입과 무분별한 규제로 시장 변동이 있을 경우, 이통사 해외 주주들의 행정소송 명분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의 작금의 행태를 볼 때 보편요금제 등 추각적인 통신비 인하 정책을 강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정부의 통신산업 규제 리스크가 커지고 있는 만큼, 투자자들의 보수적이고 공식적인 반대 움직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