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8조원대 '홈퍼니싱' 시장 선점 경쟁 나서현대 vs 신세계, 가구 브랜드 인수로 경쟁력 갖춰롯데, PB브랜드로 승부수 띄워
  • ▲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좌), 정유경 신세계백화점 총괄사장. ⓒ뉴데일리DB
    ▲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좌), 정유경 신세계백화점 총괄사장. ⓒ뉴데일리DB
    그간 백화점 '잡화' 코너 한 켠에서 자리를 지키던 리빙 제품들이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가심비(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도)' 바람을 타고 화려하게 비상하고 있다.

    '리빙' 상품이 백화점 변방에서 벗어나 핵심 상품군으로 떠오른 가운데 현대백화점이 시장을 빠르게 내다보고 뛰어들면서 초반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뒤이어 신세계백화점과 롯데백화점도 경쟁에 가세하면서 각축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12년 가구 업체 리바트를 인수하며 가구·홈퍼니싱 사업에 뛰어들었던 현대백화점이 프리미엄을 콘셉트로 한 리빙 상품군을 강화하며 백화점 핵심 MD로 육성하고 있다. 

    지난 1월 현대백화점은 천호점에 5300㎡(1600평)규모의 초대형 리빙 홈퍼니싱 전문관을 리뉴얼 오픈했다. 천호점의 리빙 홈퍼니싱 전문관 매출은 올 1월 이후 월 평균 30% 이상 신장하며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현대리바트를 인수한 뒤 홈퍼니싱과 가구 라인을 확장하는가 하면 미국 최대 홈퍼니싱 전문기업 윌리엄스 소노마 4개 브랜드를 선보이고 있다.

    이와 함께 수면 전문 매장 '슬립랩'과 120평 규모의 '삼성 프리미엄 스토어'를 백화점 최초로 선보였으며 벨기에 브랜드 '플라망'과 프랑스 명품 가구 '리네로제' 등 럭셔리 가구 브랜드를 소개했다.

    프리미엄 생활용품 편집매장 'HbyH'를 선보이는 등 프리미엄을 강조한 차별화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해 9월에는 조직개편을 통해 '리빙 콘텐츠' 담당 부서를 신설하고 명품 브랜드 출신의 정주연 상무를 CD(콘텐츠 디렉터·Contents Director)로 영입해 명품 브랜드와의 협업과 소싱에 공을 들이고 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리빙 상품군은 지난 2016년 이후 매년 두자릿수 신장률을 기록하고 있으며 올해 상반기에는 21% 신장률을 보이고 있다"며 "리빙상품군의 연계 구매율은 55% 수준으로 전체 상품군 중 식품(75% 수준)에 이어 2번째로 높다"고 설명했다.

    이어 "케렌시아(Qurencia, 투우장의 소가 위협을 피해 잠시 쉬는 자신만의 공간을 의미), 소확행 등의 영향으로 리빙 및 홈퍼니싱 관련 고객 니즈가 점점 커지고 있다"며 "프리미엄 브랜드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차별화된 매장을 구성해 리빙상품군을 백화점 핵심 MD로 키워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대백화점은 이와 함께 최근 무역센터점을 '글로벌 라이프스타일 스토어'로 새단장했다. 새롭게 선보이는 매장은 3층~7층, 10층 등 총 6개층이며 총 600여 개 국내외 유명 브랜드를 운영하게 된다.

    4층에는 갤러리 콘셉트의 '럭셔리 리빙관'이 새롭게 들어선다. 매장 곳곳에 유명 작가의 작품을 전시하는가 하면 국내에선 처음으로 선보이는 럭셔리 리빙 브랜드를 대거 유치했다. 뉴욕스타일의 트렌디 가구·생활소품 브랜드 '웨스트엘름'과 네덜란드 프리미엄 디자인 가구 브랜드 '모오이'가 대표적이다.

    또한 컨템포러리 디자이너 편집숍 '앳마이플레이스', 웰빙·피트니스 콘셉트의 라이프스타일 편집숍 '뷰티인보우', 속옷 컨설팅 차트를 활용해 개별 고객에게 최적화된 사이즈를 제안하는 편집숍 '란제리 하우스', 이태리 프리미엄 슈즈 편집숍 '헥사' 등 편집숍 12개도 들어선다.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은 앞서 '리빙' 사업을 그룹의 신성장 동력으로 꼽아왔다. 현대백화점그룹은 리바트를 인수하며 홈퍼니싱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만큼 리빙 사업 확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평가다.
  • ▲ 까사미아 관련 사진. ⓒ신세계
    ▲ 까사미아 관련 사진. ⓒ신세계
    신세계백화점은 올 초 인수한 가구·홈퍼니싱 브랜드 '까사미아'를 중심으로 현대백화점 현대리바트와 뜨거운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고된다. 

    신세계는 까사미아 인수 후 신세계백화점 강남점과 부산 센텀시티점에 팝업스토어를 선보여 각각 매출 목표의 150%, 100%를 달성했다. 오늘과 내일, 강남점과 경기점에 연달아 까사미아 팝업스토어를 새롭게 선보인다.

    신세계 관계자는 "연내 백화점에 까사미아 매장 정식 입점을 검토중이다"라고 말했다. 

    신세계백화점은 이와 함께 지난해 9월 부산 센텀시티점에 영업면적 9300m² 규모의 리빙 전문 편집숍인 '신세계 홈'을 선보였다. 7, 8층 복층 구조로 된 이 매장엔 프리미엄 가구, 소품 등 150여 개 브랜드가 입점해 있다.

    센텀시티 생활층 리뉴얼 후 매출은 지난 2017년 9월 28일부터 올해 7월 3일까지 전년 동기간 대비 38.6% 신장한 것으로 집계됐다.

    신세계백화점이 까사미아 매장을 전국 백화점에 정식 입점시키고 '신세계홈'을 확장할 경우 리빙 시장에서 상당한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신세계의 까사미아 인수는 정유경 신세계백화점 총괄사장이 책임경영을 본격화한 뒤 첫 인수합병이다. 정 총괄사장은 까사미아를 그룹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키울 방침이다.

    신세계는 1200억원대의 까사미아 매출 규모를 5년 안에 4500억원까지 끌어올리고, 2028년에는 매출 1조원대 메가 브랜드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까사미아를 단순한 가구 브랜드를 넘어 '토털 홈 인테리어 브랜드'로 육성하기로 한 만큼 가구 외에도 홈 인테리어, 기업 간 거래(B2B) 사업, 브랜드 비즈니스 분야로 외형을 확장하게 되면 신세계의 리빙 사업은 더욱 탄력을 받게 될 전망이다. 
  • ▲ 엘리든홈 잠실점. ⓒ롯데백화점
    ▲ 엘리든홈 잠실점. ⓒ롯데백화점
    롯데백화점도 일찌감치 트렌드를 감지하고 리빙 PB 브랜드 '엘리든 홈'과 '살림샵', '카림라시드 키친'을 연달아 선보였다.

    롯데백화점이 지난 2016년 선보인 '엘리든홈'은 매달 목표 대비 200% 이상 실적을 내며 승승장구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사 수요가 많았던 지난 5월에는 350% 이상 목표를 달성했으며 올 4월 오픈한 '살림샵'은 매달 목표 대비 100% 이상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롯데백화점 '엘리든홈' 바이어들은 2016년 초부터 해외 유명 리빙 브랜드의 상품을 직매입하기 위해 발로 뛰고 있다.

    주방, 식기 바이어들은 세계 최대 리빙 박람회인 독일 '암비안떼(Ambiente) 박람회'와 프랑스 '메종&오브제(Maison&Objet) 박람회' 등에 참석했으며 북유럽풍의 리빙 제품이 국내에서 큰 이슈가 되며 북유럽 전문 리빙 박람회인 '스톡홀름 포맥스 페어' 등을 참관하고 다양한 해외 브랜드와 미팅을 가졌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탄생한 '엘리든 홈'은 상품의 90%가 롯데백화점 바이어들이 해외에서 직매입한 상품들로 이루어진 직수입 리빙 특화 편집 매장으로 꾸며졌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올해 1분기 롯데백화점 리빙 매출은 전년 동기 16.2% 성장했다"며 "리빙 매출은 매년 두자릿수 성장을 기록하고 있으며 올 상반기 전체 매출 중 리빙 비중은 11.1%를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롯데백화점은 중저가 리빙 PB인 '살림샵'을 오는 2022년까지 10개 매장, 세계 3대 산업 디자이너 '카림 라시드'의 리빙 브랜드인 '카림 라시드 키친'을 올해 안에 6개 매장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송강 롯데백화점 생활가전부문장은 "리빙 시장의 성장에 따라 패션뿐만 아니라 리빙 제품도 디자인이 가미된 제품을 찾는 고객이 증가하고 있다"며 "엘리든홈, 살림샵, 카림 라시드 키친을 통해 고객들에게 다양한 리빙 제품을 선보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롯데는 롯데상사와 일본 양품계획이 합작한 무지코리아를 통해 리빙 브랜드 '무인양품'을 국내에서 성공적으로 전개해 온 만큼 리빙 PB 운영에 있어서도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리빙관은 가구, 가전, 인테리어 용품 등 가족이 함께 사용하는 상품을 주로 취급하기 때문에 가족 단위 고객의 방문이 잦고 상품을 직접 보고 구매하는 경우가 많아 오프라인 점포가 강세를 띄는 특징이 있다"며 "최근 백화점 소비 트렌드가 의류, 명품 등에서 식품, 리빙 등 라이프스타일 시장으로 확대되면서 백화점 업계의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백화점 업계가 식품관에 이어 리빙관을 신성장 동력으로 삼고 지속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며 "각사의 자체 브랜드를 중심으로 경쟁하는 만큼 보이지 않는 각 사 대표간 자존심 싸움도 상당할 것"이라는 의견을 전했다.

    한편 최근 집값 상승, 1인 가구 증가 등의 영향으로 리빙 시장이 크게 확대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리빙 시장은 지난 2008년 7조원 규모에서 2017년 12조원으로 늘었다. 업계에서는 오는 2023년에 18조원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