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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그룹이 올해 임단협에서 난항을 겪고 있다. 일찌감치 협상을 마무리 지은 현대차와 달리 현대제철 등 주요 계열사 노조들이 사측과 갈등을 벌이고 있어서다. 특히 기아차는 임금체제 개편을 올해 임단협에서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라, 예년과 달리 접점을 쉽게 찾기 힘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9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 노조는 지난 6~8일 3일간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진행했다. 총 조합원 4349명 가운데 3477명이 참여한 이번 투표는 85.2%(2964명)라는 압도적인 찬성으로 통과됐다. 이에 따라 현대제철 노조는 중앙노동위원회에 조정중지를 신청한 뒤 합법적인 파업권을 얻어낼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제철 노사는 지난 7월6일 상견례를 시작으로, 지금껏 5차례의 본교섭과 2차례 실무교섭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노조는 임금 7.4% 인상(호봉승급분 제외), 상시·지속·안전·생명 업무 정규직 신설, 영업이익의 15% 성과급 지급 등을 담은 요구안을 내놨다.
하지만 두달이 지나도록 입장차를 좁이지 못하면서, 결국 교섭 결렬을 선언했다. 현대제철 노조는 9일 임시 대의원대회를 열어 향후 투쟁방침을 정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차 아우격인 기아차 노사도 올해 임단협을 놓고 팽팽한 줄다리기를 이어가고 있다. 앞서 노조는 지난달 24~25일 파업 찬반투표를 진행한 결과, 72.7% 찬성률로 가결했다. 이후 26일 중앙노동위원회로부터 조정중지 결정을 받으며, 합법적인 파업권을 획득한 상태다.
그간 현대차가 임단협을 타결하면 비슷한 수준에서 기아차도 합의하는게 관례였다. 하지만 올해 기아차 노조 분위기는 예년과 사뭇 다르다. 지난해 8월 기아차 통상임금 관련 소송 1심에서 노조가 일부 승소하며, 임금체계를 올해 안으로 해결해야 하는 입장에 처했기 때문이다.
이와 달리 현대차는 노조와의 소송에서 승소하며 임금체계 개편을 내년 1분기로 미뤄둔 상황이다.노사는 내년 3월까지 임금체계개선위원회를 통해 이 사안을 논의하고, 그해 단체교섭에서 최종 합의 후 적용하기로 했다.
반면 기아차 노사는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키는 문제를 놓고 아직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올해 기아차 임단협이 현대차와 같이 순탄하게 끝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이외 현대모비스, 현대로템, 현대비앤지스틸도 올해 임단협을 마무리짓지 못하고 있다. 울산, 창원, 진천 등 3개 노조를 두고 있는 현대모비스는 현재 진천만 타결짓지 못한 상황이다.
현대로템 노조 또한 8~9일 양일간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실시한다. 현대비앤지스틸도 9일과 10일 양일간 쟁의행위 찬반 투표를 진행하는 등 현대차그룹 주요 계열사 임단협은 쉽게 끝나지 않을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전에는 현대차가 임단협을 끝내면 주요 계열사들도 따라가는 모습이였는데 지금은 달라졌다"면서 "저마다 처한 상황이 다르고 이해관계가 얽혀 있기 때문에, 각자 노선을 걷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아차 등 주요 그룹사를 중심으로 타결되기 시작한다면, 타 계열사 노조들도 길게 끌고 가기엔 부담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