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 가닥… 조현준-섬유, 조현상-산업자재부문·수입차한화 윤곽…김동관-태양광 석유화학, 김동원-금융·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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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기업의 3·4세 경영이 본격화되면서 경영승계 때마다 언급되는 계열분리 시나리오가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다. 특히 LG그룹이 구광모 회장으로 경영승계를 마친 이후 계열분리 가능성이 커지자 이같은 관측이 재계 전반으로 퍼지는 모습이다.

    15일 재계에 따르면 기업 오너의 세대교체가 이뤄지면서 일부 대기업들이 계열분리를 겪게 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대부분 기업들은 계열분리를 부인하고 있지만 과거 승계에서 계열분리가 불가피하게 이뤄졌던 경우도 있어 잠재적인 가능성은 여전하다.

    대표적인 기업이 앞에서 언급한 LG그룹과 삼성그룹, 현대그룹 등이다. 이들은 계열분리를 수차례 진행하면서 아직까지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다.

    LG가는 전통적으로 후계자가 정해지면 경영에 참여했던 다른 오너 일가가 계열분리 수순을 거쳐왔다. 구본무 회장이 부친인 구자경 명예회장으로부터 경영권을 넘겨받는 과정에서도 구 회장의 형제와 구 명예회장의 형제 등이 희성그룹과 LF, 아워홈, LB인베스트먼트 등을 나눠 가졌다.

    삼성그룹 역시 이병철 명예회장 자손들의 승계를 위해 전주제지(현 한솔제지)를 시작으로 계열분리를 차례로 추진했다. 이후 이 회장의 장남인 이맹희 CJ그룹 명예회장이 독자그룹을 형성했고, 셋째 딸인 이명희 신세계 회장이 신세계백화점을 독립경영하다가 완전히 분리해 신세계그룹을 출범했다.

    하지만 시대가 지나면서 기업 생태계도 바뀌었다. 과거 오너 일가와 기업은 하나로 인식돼 가족들간의 분가가 이뤄지면 기업이 쪼개지는 것이 당연시하게 여겨졌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계열분리를 할 경우, 대상으로 지목된 기업은 그룹 안에서 벗어나 홀로서기에 나서야 하는 부담이 있다. 그룹 입장에서도 몸집이 줄어들 뿐만 아니라 주주들의 불만 등을 떠안게 될 수 있어 리스크가 크다. 이 때문에 기업들도 계열분리를 공공연하게 부인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럼에도 계열분리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되는 이유는 가장 확실한 경영승계 방법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한 세대가 지나면서 촌수상 친밀도나 유대감이 떨어져 갈등을 줄이기 위해 계열분리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면서도 "기업들은 계열분리 과정에서 모든 리스크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 ▲ 왼쪽부터 효성 조현준 회장과 조현상 사장.ⓒ효성그룹
    ▲ 왼쪽부터 효성 조현준 회장과 조현상 사장.ⓒ효성그룹
    ◆효성, 유상증자 기점으로 계열분리 가시화되나

    올해 초 지주사로 전환한 효성그룹도 계열분리를 겪은 기업 중 하나다. 때문에 조현준 회장이 경영권을 물려받았음에도 동생인 조현상 사장과의 계열분리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조만간 있을 유상증자에서 계열분리 시나리오를 점쳐볼 수 있다는 게 재계 시각이다.

    과거 조석래 명예회장은 효성을 물려받을 때 동생들과 회사를 나눠 가졌다. 조홍제 효성그룹 창업주는 장남 조석래 회장에게 효성물산을 넘겨주고 차남 조양래 회장에게 한국타이어를, 삼남 조욱래 회장에게 대전피혁을 물려줬다.

    현재 조 명예회장의 장남인 조 회장과 삼남인 조 사장의 역할이 그룹 내에서 구분돼 있는 것도 계열분리를 염두에 뒀기 때문이라고 재계는 보고 있다. 조 회장은 그룹의 중장기 전략과 섬유사업을 챙기고 조 사장은 산업자재부문과 수입차, 화학사업 등을 담당하고 있다.

    다만 효성은 계열분리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지주사 출범 후에도 형제 간 협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벌써부터 계열분리 가능성이 언급되는 건 시기상조라는 얘기다. 일각에서는 효성이 굳이 계열분리에 나설 필요 없이 사업별 지분만 나눠 가질 수 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 ▲ 왼쪽부터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 김동원 한화생명 상무, 김동선 전 한화건설 팀장.ⓒ한화그룹
    ▲ 왼쪽부터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 김동원 한화생명 상무, 김동선 전 한화건설 팀장.ⓒ한화그룹
    ◆한화·CJ도 계열분리 거론…경영권 승계 과정서 가능성 제기

    한화그룹의 경영승계 과정에서도 계열분리가 언급되고 있다. 한화 측은 김승연 회장이 아직 건재한 만큼 경영승계 자체를 언급하는 건 이르다는 입장이지만, 지주사 전환이나 지배구조 개편 등 최근 움직임이 경영권 승계를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유는 세 형제가 두루 경영에 참여해 왔고, 승계의 핵심인 에이치솔루션 지분을 서로 나눠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유력하게 거론되는 승계 방안은 제조부문와 금융계열사 간 계열 분리다. 재계에서는 장남인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가 태양광과 방산, 석유화학 사업을 차남 김동원 한화생명 상무는 금융과 IT계열사를 맡는 것 아니냐는 얘기다.  

    CJ그룹도 이재현 회장의 장녀 이경후 상무가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CJ ENM 브랜드 전략담당을 맡게 되면서 장남 이선호 CJ제일제당 부장과 함께 경영수업 본격화에 들어갔다. 이에 중장기적으로는 이 회장과 누나인 이미경 CJ부회장처럼 이번 발령이 두 사람의 역할분담·분리경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재계에서 나오고 있다.

    ◆계열분리 '무용론' 제기…"기업이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다른 한편에서는 계열분리에 대한 회의적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계열분리 없이도 형제경영 원칙을 잘 지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대표적으로 두산이나 GS그룹은 형제경영 또는 사촌경영의 원칙을 잘 지켜와 지분이 복잡하게 얽혀있는데도 계열분리를 겪지 않았다.

    재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계열분리가 결국엔 가장 안정적인 승계 방법으로 여겨졌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며 "큰 갈등이 없다면 사업을 각각 나누고 계열분리까지 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요즘은 꼭 계열분리라는 말 자체가 있어야 하는 지도 모르겠다"며 "기업이 조세나 여러가지 측면을 따져보고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경영권 승계에 있어서 계열분리가 '좋다, 아니다'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섣불리 얘기하는 건 금물"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