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원 "에너지·그린 사업 주도"최창원 "그룹 리밸런싱 진두지휘"'재무 악화-이혼 소송-배터리 부진' 돌파구로
  • ▲ (사진 왼쪽에서부터)최태원 SK그룹 회장,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 최재원 SK이노베이션 수석부회장.ⓒSK
    ▲ (사진 왼쪽에서부터)최태원 SK그룹 회장,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 최재원 SK이노베이션 수석부회장.ⓒSK
    SK그룹의 위기돌파 솔루션은 '형제경영'이었다.

    사촌동생인 최창원 부회장을 수펙스 의장으로 삼아 그룹 리밸런싱에 나섰던 최태원 회장은 이혼소송과 맞물려 위기감이 더욱 커진 에너지 부문의 수장으로 친동생인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을 내세웠다.

    자칫 지배구조 마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에 결국 SK家가 총집결하는 모양새다.

    재계에서는 "오너일가의 책임경영으로 지배력을 강화하고 사업 재편을 통해 미래성장동력을 쌓겠다"는 강력한 시그널이라는 분석이다.

    10일 재계에 따르면 최재원 SK온 수석부회장은 이날부터 SK이노베이션 수석부회장으로 업무를 시작했다. 그간 맡아오던 SK그룹 수석부회장과 SK E&S 수석부회장도 계속 겸임한다. 

    최 수석부회장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친동생으로 1994년 SKC에 입사해 SK텔레콤, SK E&S, SK가스, SK주식회사 등 그룹의 주요 계열사를 거쳐 2010년부터 그룹 수석부회장으로서 미래 에너지 사업 확장을 이끌어 왔다.

    2021년에는 SK이노베이션 배터리사업을 물적 분할해 설립된 SK온의 대표이사 수석부회장으로 선임돼 SK온을 글로벌 수준의 배터리 기업으로 성장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SK이노베이션은 그룹의 에너지 분야를 총괄하는 중간 지주회사로 SK온, SK에너지, SK엔무브, SK아이이테크놀로지 등 9개 자회사를 두고 있으며 그룹의 미래를 이끌 핵심축으로 각광받고 있다.

    전기차 캐즘을 넘어서면 SK그룹의 또 한번의 도약이 눈에 보이기 때문이다.

    안팎의 어수선한 상황에서 최재원 부회장이 에너지 분야 총괄로 나선 이유다.

    실상 SK에선 에너지·그린 사업은 그룹의 뿌리다.

    전기차 캐즘 속에 배터리 부문이 고전을 하고 있지만 어차피 넘어야 할 극복과제다.

    여기에 이혼소송과 더불어 그룹 전반에 위기감을 불렀던 재무구조의 개혁을 위해서도 에너지 부문은 반드시 성공해야 하는 당위가 있다.

    그 적임자가 바로 최재원 수석 부회장으로 이례적인 '원 포인트' 인사의 배경이다.

    특히 SK그룹이 추진 중인 ‘리밸런싱(재구조화)’  발표를 앞둔 시점이라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달 말 예정된 확대경영회의에서는 계열사별로 진행중인 리밸런싱 작업을 점검하고 남은 과제를 제시하는 가이던스가 나오기 때문이다.

    석유화학, 배터리 등 SK 에너지 부문은 전반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중이라 리밸런싱의 핵심 대상으로 꼽히고 있다. 

    적자를 지속 중인 SK온의 배터리 밸류체인을 개선하고, 에너지 계열사의 교통정리를 통해 전반적인 사업을 재조정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SKIET, SK인천석화 등의 지분 매각을 검토 중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재계에서는 SK의 이번 인사에 대해 긍정적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뒤집힌 이혼소송으로 인해 그룹의 지배구조 약화에 대한 염려가 많아지다 보니 친동생이나 사촌동생을 앞세운 우호지분 확보가 절실하다는 이유다.

    최 회장이 조 단위 재산분할에 필요한 현금을 마련하기 위해 보유 지분을 매각하는 경우 지배력이 약화될 수 있다. 실제 지난 4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의 슐리 렌 칼럼니스트는 이혼 결과를 전하며 SK그룹에 대한 적대적 인수합병이나 헤지펀드 위협이 현실화할 수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한편 SK이노베이션은 10일 “최재원 신임 수석부회장은 역할에 대해 이노 계열의 에너지·그린 사업 전반에 대한 지정학적 리스크 대응과 글로벌 성장전략 실행에 힘을 실을 예정”이라며 "일각의 지배구조 우려 등에 대해서는 사실과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