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가치 제고, 주가 상승24% 올라… 3개월래 최고가지주사, 하이텍 지분 11.37% 더 늘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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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그룹이 DB하이텍의 주가에 표정관리를 하고 있다. 그룹 기업 가치가 제고되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지주사 전환 이슈에 따라 추가 지분을 취득해야 하는 문제가 남아있어서다. DB하이텍의 주가가 오를수록 추가적인 지분을 취득해야 하는 지주사 DB Inc.(이하 DB)의 부담도 커질 수 밖에 없다.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전날 DB하이텍은 전 거래일 대비 24.54% 오른 5만71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장중 주가는 5만8900원까지 오르며 3개월 내 최고가를 기록하기도 했다.DB하이텍의 주가는 4거래일 연속 오름세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 14일 제조업 상장사 처음으로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참여하겠다고 밝힌 데다, 테슬라에 공급될 반도체 위탁생산을 추진한다는 소식이 더해진 덕이다.DB하이텍 관계자는 “3분기 중 ‘기업가치 제고계획’ 방안을 수립해 공시할 예정”이라면서 “정부가 진행하고 있는 기업가치 밸류업에 부응하기 위해 준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DB하이텍은 지난해 행동주의 펀드 KCGI와 경영권 분쟁 이후 주주 친화 정책을 지속 확대하고 있다. 작년 12월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 친화 정책 강화를 골자로 하는 경영 혁신 계획을 발표하고 당시 주주 친화 정책 강화의 일환으로 자사주 매입·소각, 배당 등 주주환원율을 30%대로 유지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배당 성향을 종전 10%에서 최대 20%까지 확대하고, 현재 6%대인 자사주 비중을 15%까지 확대해 순이익의 30% 이상을 주주들에게 환원하겠다는 게 골자다. 이에 따라 지난달에는 2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취득하기도 했다. 지난해 진행한 1000억원 규모 자사주 취득에 이은 추가 취득이다.DB하이텍의 기업 가치 제고와 주주 친화 정책은 환영받아 마땅한 일이지만 그룹 입장에서는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일이다. 최근 지주사 전환을 통보를 받으면서 DB하이텍 주식을 추가 취득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있어서다.DB그룹은 지난달 22일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지주회사의 기준을 충족해 지주회사로 전환됨을 통보받았다. 현행법상 자산규모 5000억원 이상인 기업은 자회사 주식가액 비중이 총 자산의 절반을 넘기면 지주회사로 전환해야 한다.DB그룹 DB Inc.(이하 DB)의 지주사 전환은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앞서 지난 2021년 말 지주사 요건을 충족, 2년 내 각종 행위 제한을 이행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게 출발점이다. 2022년 DB하이텍 주가 하락으로 지주비율이 낮아지며 전환 의무가 사라졌지만 지난해 KCGI의 분쟁으로 DB하이텍 주가가 다시 상승하며 지주회사 전환의 트리거가 됐다.실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작년 말 DB의 자산총계는 8794억원인데 이 가운데 자회사 DB하이텍 지분 18.05%, 801만2783주의 가치는 약 4696억원으로 53.4%에 달했다.지난해 KCGI와의 경영권 분쟁으로 DB하이텍의 주가가 크게 오른데 다 지분을 추가 매집하면서 DB가 보유한 DB하이텍의 지분가치도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DB가 보유하던 DB하이텍의 지분은 작년 3분기 12.42%에서 작년 말 18.05%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해당 지분에 대한 공정가액도 2048억원에서 4696억원으로 2배 이상 늘었다. 단순계산으로 치면 지분 5.63%에 대한 공정가액이 2648억원이나 되는 셈이다.현재 DB는 DB하이텍 지분 18.63%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들어서도 DB하이텍의 주식을 꾸준히 매집한 덕이다. 작년 말 DB는 KCGI로부터 시간 외 대량매매(블록딜)로 DB하이텍 주식 250만주(지분율 5.63%)를 사들였다. 당시 매입 비용은 1650억원이었다. 지난 2월에도 DB하이텍 지분 20만1000주를 99억원에 사들였다.DB가 지주사 행위 규제 요건(자회사 지분 30% 이상 보유)을 충족하기 위해선 2년 이내 DB하이텍 지분 11.37%포인트를 더 사들여야 한다. 이 같은 상황에서 DB하이텍의 주가가 중장기적으로 크게 오르는 것은 달갑지 않은 일이 된다. 올해 1분기 별도기준 DB의 부채비율은 90.6%, 순차입금 비율은 60.9%로 마냥 좋다고 판단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시장에서는 통상 순차입금 비율이 20% 이하여야 적정 수준으로 판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