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바이오텍·메디포스트 등 지난해 영업손실 대폭 늘어투명한 신약개발 경과도 강화… 제약·바이오 '옥석가리기' 들어가
  • 제약·바이오 기업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압박이 이어지면서 회계 처리를 변경해 정정 감사보고서를 발표하는 곳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4월부터 진행된 테마 감리에 대한 대응인데, 이로 인해 관련 상장회사들은 최근 수년간의 적자폭이 커졌고 주가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사실상 그간 이익을 '뻥튀기'했다는 지적을 피할수 없게 됐다.

    여기에 금감원은 신약 개발과 투자 실패의 위험성을 사업보고서에 기재토록 하는 '제약·바이오 기업 투자자 보호 방안'을 15일 발표하면서 주가 거품논란과 함께 연구개발에 대한 전반적인 재평가도 이뤄질 전망이다.

    ◇ 메디포스트 등 R&D비용 처리 변경… 테마감리 착수 후 주가 요동

    16일 관련 업계 및 증권가에 따르면 금감원이 진행 중인 회계 테마감리 바이오기업은 현재 7곳으로 추정된다.

    해당 기업은 ▲차바이오텍 ▲메디포스트 ▲인트론바이오 ▲오스코텍 ▲CMG제약 ▲이수앱지스 ▲바이오니아(시가총액 순) 등이다.

    앞서 금감원은 제약·바이오 업체들이 연구개발비를 비용이 아닌 무형자산으로 처리하고 있다며 이를 수정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해당 기업들은 과거 사업보고서를 재작성해 제출했다.

    회계처리 변경으로 차바이오텍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1억원에서 영업손실 67억원으로 전환됐고, 메디포스트도 영업손실이 531만원에서 36억원까지 불어났다.

    또 오스코텍은 영업손실 16억원이 58억원으로 증가했고 CMG제약은 영업이익이 23억원에서 16억원으로 줄었다. 이수앱지스는 영업손실 47억원이 80억원으로 늘었다.

    반면 바이오니아는 59억원이던 영업손실이 50억원으로 줄었는데 이는 회계변경에 따른 손실을 전년도에 선반영했기 때문이다.

    구완성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금감원이 10개 바이오 업체에 대한 테마감리 착수 계획을 발표한 이후 코스닥 바이오 업종 지수는 26.2% 하락했다"며 "차바이오텍 사례처럼 과거 재무제표 수정을 통한 관리종목 편입 우려 및 투자자들의 불안 심리 극대화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도 "이번 수정 재무제표 공시 완료로 불확실성은 해소됐다"고 판단했다.

    해당 기업들의 주가는 지난 4월 금감원의 테마감리 착수 발표를 전후해 요동쳤다.

    가장 낙폭이 컸던 것은 메디포스트다. 메디포스트는 지난 3월 17만9900원까지 치솟았던 주가가 절반에도 못미치는 7만원대로 떨어졌다. 16일 오후 12시 기준 전일보다 3.04% 하락한 7만97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신약개발 경과 및 위험요소 공시… '옥석'가리기 이뤄지나

    회계처리 기준 변경으로 당장 금감원의 칼끝은 피해갔지만 제약·바이오 업체의 연구개발과 파이프라인에 대한 재평가는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올해 3분기부터 제약·바이오 업체들은 임상시험 실패 여부와 신약개발 경과 등 사업의 세부적 위험성을 공시해야 한다.

    그간 다수의 제약·바이오 업체들이 임상 초기 시험 단계를 공시하면서 실제 신약 승인, 판매로 이어질 것처럼 과장해 투자를 유인한 경우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신약개발 단계에서 임상 1상까지 가기도 쉽지 않지만 임상 1상에 진입하더라도 실제 판매 승인까지 가는 확률은 9.6%에 불과하다.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신약이나 바이오시밀러 제품의 연구개발 진행상황도 상세하게 내용을 공개하게 되면 개인투자자들의 투자 피해를 줄일 수 있을 것이란게 금감원의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상당수 바이오업체들이 임상단계만을 공개하고 주요 파이프라인으로 내세우며 실패 위험성과 임상중단 사례는 공개를 꺼렸던 것이 사실"이라며 "금감원의 압박으로 제약·바이오 업체 옥석을 가려내고 주가시장 전반에 깔려있던 거품논란도 걷힐 수 있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