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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제약·바이오 업계를 둘러싼 악재에 회계처리 테마 감리까지 겹치면서, 바이오 산업에 대한 불신이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바이오 산업은 세계적으로 경제 성장을 이끌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주목 받고 있다. 이에 본지는 바이오 기업의 옥석을 가리고, 벤처바이오 기업에 대해 들여다보는 시리즈를 기획했다. <편집자주>
4차 산업혁명이 오면서 의학의 패러다임이 개인 맞춤형 정밀 의료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 테라젠이텍스는 정밀 의료의 핵심 기술인 유전자 분석과 맞춤형 신약 개발 역량을 모두 갖춘 제약·바이오 업체다.의약품 유통 전문가였던 고진업 부회장은 1987년 설립한 창호약품을 모태로, 1997년 의약품 유통 전문업체인 ‘리드팜’을 설립해 사업을 확장했다. 지난 2005년 ‘테라젠(구 에쎌텍)’과 2007년 ‘이텍스제약’을 각각 인수하고, 2010년 양사를 합병해 ‘테라젠이텍스’로 사명을 변경했다.
지난해 기준 매출액 1076억원 규모의 업체인 테라젠이텍스의 주요 사업은 크게 2개 부문으로 나뉜다. 유전체 분석 및 관련 사업을 하는 바이오연구소 부문과 의약품 생산, 판매를 하는 제약사업 부문이 양대 사업이다. 황태순 바이오연구소 부문 대표, 류병환 제약 부문 대표가 각 사업부문을 독립적으로 운영 중이다.
◆ 최근 3년간 영업익 감소… ‘캐시카우’ 제약사업 부진, 유전체사업 적자 지속테라젠이텍스는 최근 3년간 영업이익이 감소하고 있다. 테라젠이텍스의 영업이익은 지난 2015년 24억8516만원, 2016년 13억1011만원으로 47.28% 감소했다. 지난해에는 영업이익이 2억586만원으로 84.29%나 급감했다. 더구나 올 1분기에는 6억160만원, 2분기 18억3144만원으로 영업손실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올 상반기에는 견조했던 제약사업의 영업이익보다 헬스케어 및 유전체분석 사업의 영업손실이 커지고 있다. 올 1분기 제약사업의 영업이익은 6억2702만원, 2분기 5억635만원으로 소폭 감소했으나, 같은 기간 헬스케어 및 유전체분석 사업의 영업손실은 21억2634만원에서 34억5063만원으로 62.28% 증가했다. 양 사업을 합한 영업손실은 9억5200만원에서 29억4428만원으로 209.27% 늘었다.
최근 3년간 테라젠이텍스의 캐시카우인 제약사업의 영업이익이 감소하면서 전반적인 영업손실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테라젠이텍스의 제약사업에 따른 영업이익은 지난 2015년 66억7196만원, 지난 2016년 50억6891만원으로 24.03% 감소했다. 지난해에는 5억4705만원으로 89.21% 급감했다.
테라젠이텍스가 주력으로 삼고 있는 헬스케어 및 유전체 분석 사업은 최근 3년간 지속적으로 영업손실을 기록해왔다.
다만, 이러한 손실 폭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 실제로 헬스케어 및 유전체 분석 사업의 영업손실은 지난 2015년 38억7172만원, 2016년 35억7321만원, 지난해 3억5424만원으로 감소해왔다. 지난해에는 10분의1 가까이 적자 폭이 줄었다.
지난해 4분기에는 해당 사업이 사상 최초로 1억9281만원의 영업이익을 거두기도 했다.
올 하반기에 해당 사업의 영업실적이 얼마나 반등할지가 관건이다. 연말에 실적이 뛰어오를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게 회사 측의 주장이다.
테라젠이텍스 관계자는 “해당 사업은 1~2분기가 비수기이고, 연말에 성과가 많이 몰리는 경향이 있다”며 “하반기에는 실적을 만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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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라젠이텍스 유전체 분석사업의 가치는 현재까지의 실적보다는 중장기적 관점에서 평가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4차 산업혁명에 의해 의료계의 흐름이 맞춤형 의학으로 바뀌면서, 테라젠이텍스의 유전체 사업이 각광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테라젠이텍스는 유전체 빅데이터에 인공지능(AI)의 딥러닝 기술을 접목시키는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테라젠이텍스가 갖춘 유전체 분석 기술력을 봤을 때, 미래 성장 잠재력도 무시할 수 없다. 테라젠이텍스는 ▲세계 최초 여성·호랑이·밍크고래 게놈 지도 완성 ▲국내 최초 인간 게놈 지도 완성 ▲국내 최대 유전체 분석 실적 보유 ▲아시아 최초 개인 유전체 분석 서비스 상용화 등 든든한 기술력을 보유한 업체다.
이러한 기술력을 높이 산 유한양행은 현재 테라젠이텍스의 지분 8.14%를 보유하고 있다. 전략적 투자 차원에서 테라젠이텍스의 최대주주로 올라섰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지금 당장 (테라젠이텍스의) 유전체 사업이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는 상황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중장기적 가능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며 “유전체 정보를 활용해 향후 연구·개발(R&D) 등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의료 빅데이터 사업 등 바이오와 IT의 접목도 눈에 띈다.
테라젠이텍스 바이오연구소는 지난 2014년 IT 전문가 황태순 대표를 영입했다. 황 대표는 미국계 IT그룹 시스코시스템즈에서 컨설팅본부 아시아 총괄이사로 활동하는 등 국내외 IT업계에서만 20년 이상 활동해온 인물이다. 황 대표는 테라젠이텍스에 합류한 이후, 유전체 기반의 빅데이터를 활용한 새로운 사업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테라젠이텍스 관계자는 “황태순 대표가 합류하면서 바이오산업에서 가장 강력한 무기인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게 됐다”며 “누구보다 데이터의 가치를 잘 알고 있는 황 대표는 유전체 기반의 빅데이터를 활용,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사업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