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업계 "계약·핵심인력은 영업비밀…현실 고려해야"회계기준원 "당국 회계기준은 '가이드라인'으로 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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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당국이 이르면 내달 중으로 제약·바이오사의 연구개발(R&D) 비용에 대한 회계처리 감독 기준 마련에 나선다.

    금융위는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제약·바이오 기업 회계처리 투명성 관련 간담회'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이날 간담회에는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의 주재로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과 금감원, 제약·바이오 업체 및 관련 협회, 회계사 등 유관기관 관계자 26명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금감원과 제약·바이오업계, 회계법인은 각각 요구사항과 향후 추진방향을 전달했다.

    먼저 금감원은 "회계기준에 모호성이 있음에도 시장 참여자들 간 공감대 형성이 없다면 먼저 올바른 관행이 정립되도록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업계에 올바른 관행이 정립되도록 감독기준뿐 아니라 감리 사례를 제공하는 등 세부 추진방안을 적극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제약·바이오업계 관계자들은 신약, 바이오시밀러(바이오 복제약) 등 약품의 유형에 따라 연구개발 단계의 상품화 가능성이 각각 다르기 때문에 이 차이를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 업계 특성상 상품화까지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자금 여력이 부족한 경우 상장유지, 자금조달 등의 이유로 비용처리에 대한 부담이 크기 때문에 단기간에 매출을 낼 수 있는 사업을 별도로 영위하면서 R&D에 집중하기 어렵다는 애로사항을 토로했다.

    이에 대한 보완책으로 시가총액이 높거나 연구개발비를 충당할 만큼 자기자본이 충실할 때는 상장을 유지해주는 방안을 검토해 달라고 요청했다.

    또 스타트업 및 벤처는 재무실적만이 아닌 미래가치, 기술력을 감안해 달라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최근 금감원이 발표한 제약·바이오 기업의 사업보고서 모범사례에서 언급된 주요 계약, 핵심연구인력 등이 사실상 기업의 '영업비밀'에 해당한다는 업계 현실을 감안해 달라고 부탁했다.

    회계법인은 감독당국이 생각하고 있는 R&D 비용의 자산처리에 대한 입증 자료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대비할 수 있도록 과거 감리지적 사례, 모범사례를 제시하고 업계 내에서도 적극 공유할 것을 요구했다.

    한편, 회계기준원과 학계에서는 금융당국이 제시하는 감독기준에 대해 "회계기준 그 자체 또는 해석이라기보단 일종의 가이드라인으로 인식돼야 할 것"이라며 "감독기준이 획일적 가이드라인이 될 경우 새로운 규제로 작용할 수도 있고 국제 회계기준에 위배될 소지도 있다"고 우려했다.

    또 "R&D 비용을 무형자산으로 회계처리하는 기준과 관련해서는 가능한 범위 내 적극적으로 해석을 제공하겠다"면서도 "회계기준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사실관계에 대한 이해가 전제돼야 하기 때문에 기업 내 회계담당자와 연구개발자 간, 기업 및 이해관계자들 간 소통이 활성화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간담회에 앞서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은 모두발언에서 "현재 코스닥 시장에서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해 투자자 보호 필요성이 클 뿐만 아니라 일부 기업의 회계처리에 문제가 제기돼 업계 전반의 신뢰 문제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이에 따라 △현행 회계기준의 합리적 해석범위 내 감독기준을 구체적으로 마련 △산업 특성에 대한 고려가 필요한 부분부터 대화와 지도방식의 감독 강화 △기업의 애로사항을 발굴해 필요한 제도 개선 지원 등을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