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 주택 구입에 은행권 대출 활용 막는 취지 "소수의 고액 대출자가 주택 상승 이끌고 있어"
  • ▲ 서울 성동구의 한 부동산에 아파트 매물 광고가 게시돼 있다. ⓒ뉴시스
    ▲ 서울 성동구의 한 부동산에 아파트 매물 광고가 게시돼 있다. ⓒ뉴시스
    정부가 주택담보대출(주담대)에 전례 없는 칼을 빼들었다. 수도권·규제지역 주담대 한도가 6억원으로 제한되고 대출을 받아 산 집은 6개월 내 반드시 들어가서 살아야 한다. 급등하는 가계대출 증가세에 제동을 걸고 무리한 영끌 매수에 나서는 고가주택 수요를 정조준한 조치다. 

    정부는 지난 27일 권대영 금융위원회 사무처장 주재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관계기관 합동 '긴급 가계부채 점검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초고강도 대출 규제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조치는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다시 달아오르는 부동산 시장과 맞물려 주담대 등 가계대출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비롯됐다. 실제 한국부동산원의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에 따르면 이번주 서울 집값은 일주일 전보다 0.43% 오르며 6년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서울 아파트값 상승새에 패닉 바잉도 다시 고개를 들었다. 다음달 시행되는 3단계 DSR 규제를 앞둔 '막차 수요'도 겹치며 시장은 한층 과열되는 분위기를 보였다. 실제 금융권 가계대출은 4월 5조3000억원, 5월 6조원으로 증가한 데 이어 6월에는 지난 25일까지 5대 은행에서만 4조8883억원이 늘었다. 

    이번 대책으로 수도권과 규제지역 주담대 최대 한도가 6억원으로 제한되면서 수십억원대 초고가 아파트를 대출로 사는 것은 사실상 막을 내린 셈이 됐다. 과거처럼 15억원, 20억원씩 빌려 강남 아파트를 매입하는 방식은 사실상 원천 차단된 것이다. 이를 통해 가계부채 증가세도 완화하겠다는 계산이다. 

    6억원 한도도 다 받을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 DSR 40% 등 기존 규제도 그대로 적영돼 기존 대출 상황 등에 따라 6억원 이하로도 제한될 수 있다. 

    신진창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은 "고가 주택 구입에 은행권의 대출이 활용되는 것을 막자는 취지"라며 "명목성장률 전망 및 최근 가계대출 증가 추이 등을 고려해 가계대출 총략목표 감축을 병행했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수도권·규제지역 주담대 한도를 6억원으로 일괄 제한한데는 과거 문재인 정부 시절 투기과열지구 내 15억원 초과 아파트에 대한 주담대 금지로 인한 파장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대책은 투기 수요 억제를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시장에선 재산권 침해와 계약의 자유 제한이라는 강한 반발이  일었다. 헌법소원까지 제기되는 등 적잖은 논란이 일었지만 헌법재판소는 정부 손을 들어줬다. 다만 이 조치는 2023년 1월 서울 규제지역 해제와 맞물려 함께 폐지됐다. 

    이와 관련 신 국장은 "위헌은 아니나 지나치게 획일적으로 운영된다는 평가가 있었고 그런 점들까지 고려해 6억원 제한 조치를 결정한 것"이라고 규제 배경을 설명했다. 

    한도 제한을 6억원으로 설정한 이유에 대해서는 서울 수도권의 주택 가격 수준, 금융권 대출을 이용하는 정도, 소득 대비 부채가 어느 규모가 적정한가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했다는 설명이다. 특히 투자·투기 목적을 달성하는데 금융권 대출이 기여하는 것이 없게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 국장은 "갚을 수 있는 능력만큼 대출하겠다는 것은 일관된 원칙으로, 6억원의 부채를 30년 만기로 빌리면 평균적으로 월 원리금이 300만원"이라며 "이번 조치도 본인의 소득 범위 내에서 합리적인 수준의 부채 규모를 갖게 하자는 관점에서 접근했다"고 말했다. 

    서울 집값 상승을 부추기는 주범은 소수의 6억원 초과 대출자라는 분석이 이번 대출 한도 설정 배경에 자리 잡고 있다. 신 국장은 "모든 대출을 다 조사한 것은 아니나 1분기 대출 정보 등을 봤을때 6억원 이상 대출을 받는 사람은 10%도 안되는 것으로 파악한다"며 "소수가 주택 시장의 가격 상승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현재 금융권에서 대출 총량 관리를 하고 있다. 한정된 재원으로 은행 건전성 관리를 하고 있다"며 "20억원의 대출을 한 사람에게 해줄 바에는 2억원의 대출을 열 사람에게 해주는 게 낫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