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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주문에도 여야간 협상 불발로 은산분리를 완화하는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특례법안이 좌초됐다. 인터넷전문은행의 사업확장과 자본확충 등 시장혼란이 불가피해졌다.
금융당국에서는 9월 국회에서 법안이 다시 논의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입장이 첨예하게 갈려 이뤄질지 미지수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30일 임시국회 본회의에서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안이 국회 본회의 상정에 실패하면서 제3인터넷은행 출범 등 사업확장 계획의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여야가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 산업자본의 지분보유한도를 34%까지 늘리는 것으로 합의점을 찾는 분위기였으나 규제완화 대상에 자산 10조원 이상 '대기업 집단' 포함 여부 놓고 대립하면서 무산됐다.
더불어민주당 내 일부에서는 은산분리 완화 자체에 반대하는 기류도 있어 당내 의견 불일치와 시민단체 반발 등 앞으로도 험로가 예상된다.
때문에 먼저 케이뱅크는 대주주인 KT를 앞세워 대규모 자본확충에 나설 계획이었으나 무산돼 당장 경영 차질이 예상된다. 케이뱅크는 지난달 20개 주주들을 대상으로 1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했지만 은산분리 규제 탓에 300억원에 그쳤다.
자본금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증자까지 난항을 겪으면서 신용대출 판매가 중단되는 등 케이뱅크는 사실상 개점휴업상태다. 주택담보대출이나 신용카드 같은 신사업 계획에도 제동이 걸렸다.
금융당국이 추진하던 제3인터넷은행의 연내 출범도 요원해졌다.
금융위는 이르면 9월 중 금융산업경쟁도평가위원회를 열어 인터넷은행에 대한 추가 인가를 확정할 예정이었다.
국내 인터넷 전문증권사인 키움증권 역시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에 높은 관심을 보였으나 제동이 걸린셈이다.
키움증권 지분의 47.7%를 보유한 대주주 다우기술이 산업자본이라 은산분리 규제에 가로막힌 상황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여야가 9월 국회에서 법안을 다시 논의하기로 했지만 여당내 반대기류로 통과를 낙관하기 어려울 조짐"이라며 "인터넷전문은행 인가를 계획한 금융위의 계획도 수정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