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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이 지난 14일 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직에 오르면서, 그 배경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미래 경쟁력 강화라는 현대차 설명과 달리 그룹 계열사에서는 사실상 경영 승계로 보는 시각이 강하다.
지금도 그룹의 주요 사안은 정의선 부회장 주도하에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런데도 굳이 수석부회장직이란 직책을 만들며 그 자리에 정 부회장을 올린 것은 경영 승계 외에는 설명할 방법이 없다는게 내부 분위기다.
수석부회장 직책에 오른 정 부회장의 어깨는 더욱 무거워졌다. 내부적으로 그룹 지배구조 개편과 함께 GBC 건립을 통과시켜야 하는 중책이 맡겨졌기 때문이다. 대외적으로는 미국 자동차 관세라는 위험 요소가 잔존하는 가운데, 그는 관세 해결책을 찾기 위해 북한 대신 미국 출장길에 올라 그 행보에 이목이 집중된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지난 14일 현대자동차 정의선 부회장을 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으로 임명했다.
현대차그룹 측은 이번 인사에 대해 그룹의 통합적 대응능력과 미래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몽구 회장의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현대차의 입장과 달리 그룹 계열사는 이번 인사를 사실상 경영 승계 수순이라 보고 있다. 수석부회장에 오르기 전부터 그는 그룹내 중요 사안에 대한 결정권자였다.
현대차그룹 한 계열사 관계자는 "이번 정 부회장의 인사는 어떻게 해석해도 경영 승계라 볼 수 밖에 없는 측면이 강하다"며 "삼성, LG 등 재계에서 3세 경영이 본격화하는 추세라 현대차 역시 이를 따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수석부회장직을 맡은 정의선 부회장의 앞날은 녹록치 않다. 그룹 내에서는 지배구조 개편, GBC 건립 이라는 난제를 해결해야 하고, 대외적으로는 미국 수입차 관세 위협이 현실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3월 글로벌 경영환경 변화와 규제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차원에서 지배구조 개편안을 마련하고 공식 발표했다.
이 방안은 현대모비스를 인적분할한 뒤 분할회사를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고 존속법인을 지주사로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현대제철, 현대글로비스 등을 자회사 및 손자회사로 두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하지만 엘리엇을 포함한 ISS, 글라스루이스 등 해외 의결 자문사들이 잇따라 반대 의견을 내며, 그룹 지배구조 개편안을 결국 철회했다.
특히 지배구조 개편안은 정의선 부회장이 외신과 인터뷰까지 진행하며, 합당하다는 사실을 피력했기에 그에 따른 타격은 매우 컸다. 따라서 새로이 내놓은 개편안은 주주들의 충분한 이해와 적극적인 지지가 그 무엇보다 우선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5년째 지지부진한 삼성동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건립도 정 수석부회장이 풀어내야 할 난제 중 하나다.
현대차는 2014년 한국전력으로부터 삼성동 부지 7만9342㎡을 10조5500억원에 매입했다. 현대차는 이곳에 높이 569m, 지하 7층∼지상 105층 규모의 GBC 건립을 추진 중이다. 공사금액은 약 2조5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초 연내 착공에 들어가려 했던 GBC는 지난달 국토부 수도정비위원회의 심의가 보류되며, 제동이 걸린 상태다. 이 사업은 서울시 건축심의와 교통영향평가·안전영향평가·환경영향평가를 모두 마치고, 수도권정비위의 심의 통과만을 남겨두고 있다.
내달 초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수도권정비위의 심의만 통과하면, 현대차는 곧바로 GBC 건립 착공에 들어갈 수 있다. 최근 일부 언론에서 보도된 GBC 무기한 연기에 대해서는 현대차 측은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GBC 건립 무기한 연기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며 "내달 열리는 수도권정비위원회의 심의만 통과하면 계획대로 연내 착공에 들어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도널드 트럼트 미국 대통령이 계속해서 주장하고 있는 수입산 자동차 관세 부과도 현대차에 위협 요인으로 다가오고 있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대통령 방북 순방길도 마다하고 미국행 출장길에 올랐다.
정 수석부회장은 이번 출장에서 윌버 로스 미국 상무부장관을 비롯해 정부 인사들을 두루 만날 것으로 알려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주요 국가에 자동차 고율 관세 부과가 점쳐지며, 로스 장관은 가장 만나기 어려운 인사로 꼽힌다.
정 수석부회장은 이번 방미 출장길에서 그간 현대차의 미국 일자리 창출 기여도와 향후 미국 투자 등을 설명하며, 관세 부과는 부당하다는 입장을 적극 피력할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1월 미국에 5년간 31억 달러(약 3조5000억 원)를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