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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제약·바이오 업계를 둘러싼 악재에 회계처리 테마 감리까지 겹치면서, 바이오 산업에 대한 불신이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바이오 산업은 세계적으로 경제 성장을 이끌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주목 받고 있다. 이에 본지는 바이오 기업의 옥석을 가리고, 벤처바이오 기업에 대해 들여다보는 시리즈를 기획했다. <편집자주>
셀리버리는 성장성 특례상장 신청 1호 기업으로서 지난 13일 코스닥 상장예비심사를 승인 받은 바이오벤처다. 이르면 연내에 코스닥 시장 상장을 마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2014년 바이오 의약품 연구개발 회사로 설립된 셀리버리는 파킨슨병 치료제를 개발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셀리버리는 기술성 평가 없이 상장을 추진하는 첫 바이오기업으로서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통상적으로 바이오기업은 기술특례상장을 통해 코스닥에 입성하는 경우가 많다.
◆ 성장성 특례상장 1호 바이오기업… DB금융투자, 상장주관사로 나선 이유는?
성장성 특례상장은 증권사나 투자은행(IB)이 성장성이 있다고 추천하는 우량 기업에 대해 자본금 등 상장에 필요한 경영 성과 요건을 면제해주는 제도다. 지난해 1월 이익미실현 상장 요건(테슬라 요건)과 함께 도입된 제도로, 공모로 주식을 취득한 일반청약자에게 6개월 간 공모가 90%의 풋백옵션을 부여하게 된다.
셀리버리는 설립한 지 3년째인 지난 2016년부터 매출액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지난 2016년 12억7593만원에 이어 지난해에는 27억7379만원으로 매출액이 2.2배 뛰었다. 같은 기간 매출원가는 7억1288만원에서 19억8957만원으로 2.7배 증가했다. 연구개발에 집중하는 업체의 특성상 매출원가의 99.8~99.99%는 용역매출원가가 차지했다.
영업손실은 지난 2015년 47만원에서 2016년 34억8085만원으로 뛴 이후 지난해에는 34억8031만원으로 전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지난해 당기순손실은 35억2167만원으로 전년 대비 3.0% 늘었다.
셀리버리의 지난해 자산은 84억3268만원으로 전년 22억633만원 대비 282.2% 급증했다. 이는 유동자산이 67억8619만원으로 전년 대비 22.9배 늘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현금 및 현금성자산이 34억7041만원으로 41.0배 증가했다.
같은 기간 부채는 더 가파르게 증가했다. 지난해 셀리버리의 부채는 28억1477만원으로 전년 4억8295만원 대비 482.8% 늘었다. 지난해부터 선수금 19억6900만원이 발생하면서 단기부채가 22억9337만원으로 전년 대비 911.7% 증가한 영향이다.
이러한 재무상태에도 불구하고, 셀리버리의 성장성을 바라보고 베팅한 금융사들이 많은 점이 눈에 띈다. SBI인베스트먼트, CKD창업투자, NH투자증권, 한국증권금융, 동부증권 등이 셀리버리 지분의 38.6%를 보유하고 있다.
특히 상장 주관사인 DB금융투자는 셀리버리에 대한 성장성에 확신을 갖고 있었다. 성장성 특례 상장의 경우 풋백옵션으로 인한 주관사의 부담이 큰 편이다. DB금융투자 관계자는 "DB금융투자는 오랫동안 셀리버리를 주시해왔고, 외부 자본평가 등을 종합해봤을 때 성장성이 충분하다고 생각해 상장 주관사로 나서게 됐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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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SDT 플랫폼, 분자량 큰 약리물질 세포 내 전송 기술
이러한 성장성에 대한 믿음의 토대는 셀리버리의 신약 개발 기술에 있을 것으로 보인다.
셀리버리의 핵심 기술은 약리물질 생체 내 전송기술(Therapeuticmolecule Systemic Delivery Technology·TSDT)이다. TSDT 플랫폼은 분자량이 큰 약리물질들을 세포 내로 전송하는 기술이다.
기존 항체의약품 등 재조합 단백질 의약품은 혈중·세포 밖에서만 작용해 병의 원인이 위치한 세포 내부를 대상으로 하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었다. 셀리버리의 TSDT 플랫폼은 세포 내로 약리물질을 침투시킴으로써 이러한 한계를 극복한 기술이다.
셀리버리는 해당 기술을 적용해 파킨슨병 치료제, 췌장암 치료제, 골형성 촉진제, 고도비만·당뇨 치료제 등 바이오 신약후보물질 4종과 3종의 단백질 소재 세포투과성 연구용 시약을 개발 중이다.
일동제약과 공동개발 계약을 체결한 파킨슨병 치료제 '아이씨피-파킨(iCP-Parkin)'도 TSDT 기술을 활용한 파이프라인이다. 당시 일동제약은 20억원을 투자해 현재 셀리버리의 지분 3.07%를 보유한 상태다. 일동제약 측은 "해당 계약을 통해 일동제약의 바이오 신약 파이프라인을 확대하고 해외 판권을 도출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셀리버리 관계자는 "셀리버리가 국내외 빅파마들과 플랫폼, 파이프라인 등에 대한 인정을 많이 받다 보니 상장 주관사가 자신감을 갖고 상장을 보증하게 된 것"이라며 "회사가 상장했을 때 더 좋은 시장의 평가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해서 DB금융투자가 성장성 특례 상장 방식을 택한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