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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가계통신비 정책 일환으로 지난해 9월 15일부터 시행된 선택약정할인율 25% 상향이 시행 1년을 맞이한 가운데, 이통사들의 매출 하락이 심각해 5G 상용화를 앞두고 사업자들의 5G 투자여력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공시지원금의 경우 제조사와 이통사가 공동으로 비용 부담을 하지만, 선택약정할인제는 전적으로 해당 이통사가 모두 지원하는 구조다.
향후 출시될 프리미엄 스마트폰들이 고사양 기능을 탑재, '스마트폰 200만원' 시대가 코앞인데, 출고가 인하 대책은 전무해 이통사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는 모양새다.
21일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선택약정할인 25% 요금할인제 가입자는 올해 1월 566만명에서 8월말 1768만명까지 급증했고, 20% 할인을 유지하고 있는 고객까지 합하면 전체 선택약정 가입자 규모는 235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프리미엄 스마트폰 구매고객의 선택약정 할인 가입 비중은 90%를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나 갤럭시 노트9, 신형 아이폰 구매고객을 중심으로 선택약정 가입자 수는 지속 상승할 전망이다.
업계는 이 같은 흐름으로 추산해 볼때, 선택약정으로 이통사들이 가입자에게 지급해야하는 연간 할인 총액은 2조 7000억 ~ 2조 8000억에 달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는 이통3사의 지난해 영업이익(3조8000여억원)을 합친 금액의 절반 이상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이에따라 이통사들의 고심은 깊어지고 있다. 선택약정 가입 고객의 할인 금액은 고스란히 이통3사의 수익성 감소로 이어져, 실제 이통3사의 지난 2분기 합산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0% 가까이 감소했고, 가입자당 평균 수익인 ARPU 역시 8% 가까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선 이 같은 흐름 속 내년 3월 상용화를 목표로 준비 중인 5G 인프라 구축이 과연 가능할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모습이다.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올해부터 2022년까지의 이통3사 5G CAPEX(Capital expenditures /미래 이윤을 창출하기 위해 지출된 비용규모)는 약 30~40조원에 이르며, 업계서는 LTE 대비 약 1.5~2배에 달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아울러 선택약정할인 상향, 취약계층 요금지원 확대 등 정부의 가계통신비 인하 정책과 최근 이어지고 있는 이통3사의 자율적 요금개편 움직임에 따라 이통3사의 수익성은 지속 악화될 전망이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지난 6월 리포트를 통해 SK텔레콤과 KT의 신용 지표가 악화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무디스의 션 황 애널리스트는 "한국정부의 이동통신 요금인하 조치로 SK텔레콤과 KT의 매출감소는 올해 약 4%, 내년 2% 수준으로 예상된다"며 "보편요금제와 같은 추가적인 규제에 따라 그 규모는 더욱 커질수 있다"고 언급했다.
특히, 보편요금제가 도입될 경우 2019년 영업이익은 2017년 대비 SK텔레콤이 최대 52%, KT가 최대 41%까지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뿐만이 아니다. 스마트폰 가격이 200만원 시대로 치닫고 있어 이통사들의 부담액은 더 커지고 있다.
실제 외신들은 가장 고가 모델인 아이폰Xs 맥스의 512GB 모델이 달러 기준 1449달러(약 164만원)에 책정됐다고 보도하고 있으며, 본 모델이 한국에 들어올 경우 약 200만원에 육박하게 될 것이라는게 업계의 예측이다.
이는 지난해 출시된 아이폰X 최고사양 모델 대비 약 25% 상승한 것이다. 아이폰X 역시 지난해 출시 당시 전작 대비 38% 상승한 바 있다.
국내 제조사의 스마트폰 역시 유사한 상황이다. 지난 8월 국내 출시된 갤럭시노트9 512GB 모델은 135만원대 출고가를 기록하며 국내 제조사 역사상 가장 높은 출고가를 기록했다. 갤노트9은 전작인 노트8 대비 약 10% 상승했다.
이 밖에도 최근 1년간 출시된 주요 플래그십 스마트폰 출고가를 살펴보면 ▲갤럭시 노트8 256GB 125만4000원 ▲갤럭시노트8 64GB 109만4500원 ▲갤럭시S9플러스 105만6000원 ▲LG전자 V35씽큐 104만8300원 등 대부분 100만원을 훌쩍 넘어섰으며, 업계는 지난해 출시된 주요 제조사 플래그십 스마트폰 출고가가 2016년 대비 평균 약 10% 상승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앞으로도 이같은 흐름이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업계는 선택약정할인과 같은 이통3사의 가계통신비 인하 노력에도 불구, 단말 출고가 상승에 잠식되어 고객이 체감하는 가계통신비는 오히려 상승했다는 지적이다.
다시말해, 지난해 9월 이통사의 선택약정할인율은 상향(20% → 25%)됐지만 이후 출시된 단말 출고가의 상승폭이 이를 상쇄해, 고객 월 부담액은 오히려 상승하는 상황이 발생했다는 것.
통신업계는 고객이 체감하는 가계통신비 인하를 실현하기 위해, 그리고 순조로운 5G 인프라 구축을 위해선 단말 출고가 상승을 억제하는 규제가 병행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5G 선도를 위해선 이통사의 대규모 투자를 지원해줄 수 있는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선 천정부지로 올라가고 있는 단말 출고가 억제도 거시적인 한가지 방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업자 부담 가중으로 인한 피해는 결국 소비자들에게 전가될 가능성이 높다"며 "올 10월에 진행될 국정감사를 통해 출고가 문제에 대한 논의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